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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글로비스 지분 매각 무산, 정몽구 부자 의지는 여전?

그룹주 엇갈린 희비…글로비스 下, 모비스·현대차 강세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13 11: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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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현대글로비스(086280)가 예상된 주가 폭락에 시달리고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글로비스 주가는 개장 직후 하한가로 직행하며 25만5000원을 찍었다.

이상기류는 전날 장마감 이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13.39%(약 1조5000억원 규모)를 매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감지됐다.

결과적으로 매각 작업은 무산됐지만 투자자들로서는 대주주의 지분매각 이슈가 불거진 것 자체가 악재다. 정 회장 측은 현대글로비스 지분 50만2170주에 대한 투자자 모집에 나섰으나 대형딜인데다 시간외거래에서 주가가 급락하며 매수자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매각 시도를 둘러싸고 표면적으로는 지난해 2월 개정된 공정거래법 시행령에 따라 이른바 '일감몰아주기' 논란을 피하기 위한 지분정리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의 일환이라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정 회장 부자가 강력한 지분매각 의지를 가진 것으로 보고 있다. 제시된 매각단가는 26만4000~27만7500원 정도로 전거래일 종가 대비 7.5~12.0% 할인된 수준이다. 매각 시도가 일단 무산됐지만 다시 추진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노션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총수일가 지분 30% 상한선 규제를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지만 규모와 할인폭으로 볼 때 매각 의지가 상당하다는 뜻"이라며 "시장이 이번 거래를 현대차 지배구조 변화의 구체적인 액션으로 해석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정 회장 부자가 글로비스 매각 자금으로 현대모비스 지분 확보에 나갈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현재 현대제철이 보유한 모비스 지분 5.7%의 지분가치가 이와 비슷하고 이를 정 회장 부자가 직접 인수할 경우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 경영권 승계 절차에도 용이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당분간 현대글로비스의 주가 하락은 불가피해 보이는 반면 현대모비스의 지분가치는 수직상승할 공산이 크다.

고 연구원은 "할인폭이 커서 시장이 현대글로비스는 하방, 현대모비스에는 상승 쪽에 베팅할 것으로 본다"며 "기존 이노션, 위스코 지분 처분 때와는 규모와 상징성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글로비스의 주가 하락에 맞춰 추가매수하는 전략이 유리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매각이 진행될 경우 공정거래법 취지에 부응한다는 것과 여전히 정의선 부회장이 23.3%의 지분을 쥐고 있다는 것 자체에 중점을 둬야 한다"며 "단기급락에 맞춰 주식을 추가 매입하거나 버티는 전략을 추천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오너일가의 추가 매입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가는 상당 기간 강세를 보일 수 있다. 13일 유가증권시장에서 현대모비스는 오전 10시 기준 전날대비 9% 넘게 치솟았고 현대차도 1%대 상승세를 보였다.

이에 대해 신정관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모비스, 기아차 등 그룹 순환출자 고리를 구성하는 3사 가운데 현대차, 현대모비스의 대주주 지분율이 상대적으로 낮다"며 "정 회장 부자의 추가 매입 대상으로 유력해 향후 주가에도 긍정적인 흐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