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이른바 '금융투자업계 대통령'격인 한국금융투자협회 신임 회장 선거가 오는 20일 치러진다. 관료 출신을 철저히 배제한 '탈(脫)관치'를 내세워 5명의 업계 전문가 출신 후보자가 맞붙은 가운데 각 진영이 내놓은 공약도 지난 선거에 비해 다양하며 구체적이다.
그중에서도 후보들이 공통적으로 내세운 가치는 오랜 현장경험에서 체득한 '전문성'과 규제 완화를 비롯한 업계의 입장을 강하게 대변할 '추진력'으로 요약된다.
무엇보다 대다수의 표심을 장악하고 있는 중소형사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영업용순자본비율(NCR) 규제안 보완책과 실질적인 비용절감 아이디어 등이 쏟아진 것도 특징이다.
◆5인 핵심공약 '중소형사 표심잡기'에 집중
국내 대표적인 투자은행(IB) 전문가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의 캐치프레이즈는 '소통'과 '업권별 특화전략'이다.
출마의 변(辯)으로 "위기에 몰린 금융투자업계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서는 소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먼저 회원사들이 금투협회장을 소환할 수 있는 회원소환제와 협회장의 회원사 방문 정례화를 약속했다.
중소형회원사의 표심을 잡기 위한 공약으로는 △중소형사 해외 특화시장 진출 지원 및 네트워크 강화 △중소형사 연기금 풀 진입 기회 확대방안 마련 등을 내세웠으며 자산운용사와 선물사, 신탁사들을 위한 개별 공약도 마련했다.
김 전 대표는 "코리아펀드 어드바이저와 부동산 PEF(사모펀드), 선물업무를 직접 다뤄본 경험자로서 증권업계뿐 아니라 다른 업권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높은 만큼 이들 업권의 국제화와 전문화를 지원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국내 증권업계 최장수 CEO인 유정준 전 한양증권 사장은 규제완화와 중소형회원사의 자생환경 조성이 핵심공약이다. 회계사 출신으로 1998년부터 2012년까지 14년 동안 한양증권을 이끈 그는 중소형 증권사 최장수 CEO로 회원사의 애로사항을 꿰뚫고 있다는 게 장점이다.
유 전 사장은 "업계와 정부, 당국, 유관기관과의 풍부한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시장활성화와 규제개혁을 추진할 능력을 갖췄다"며 "재무적 감각과 중소형사 시절 경험을 통해 협회의 내실화를 효과적으로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으로는 회원사의 협회비 부담과 경영난 타계를 위한 방안들이 대부분이며 △전산비 절감 △거래소 지분 매각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신탁 부동산 세제 개선 등을 약속했다. 또 회장 직속 규제개혁위원회 신설과 업권별 전문가로 구성한 태스크포스(TF) 조직도 명문화한다는 복안이다.
신한은행 창립멤버이자 외국계 합작 운용사인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을 키운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운용 대표는 업계에서 '기획통'으로 불린다.
1990년대 IMF 위기 당시 국내 보험사와 종금사의 구조조정과 금융지주 설립, 자산운용사 합병 등을 현장에서 지휘했던 만큼 현재의 위기상황도 가장 정확하게 꿰뚫고 있다는 평가다.
최 전 대표는 출마의 변을 통해 "실무진 시절부터 이어왔던 당국자들과의 소통 경험과 은행, 보험 등 다른 업권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다"며 "침체에 빠진 금융투자업을 살리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중소형사 균형 발전을 위해 연구개발(R&D) 컨설팅을 협회가 지원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을 비롯해 10대 공약을 내세웠다.
100일 내 협회장 3개년 아젠다 개발 및 제시부터 △규제개선 관련 업무 메커니즘 개혁 △NCR, 레버리지 비율 관련 추가개선안 검토 △파생상품 위기 관련 TF 조직 △대안투자 전담 전문조직 신설 및 지원은 물론,
△'치프 이코노미스트 어워드(Chief Economist Award)' 등 업계 위상강화 프로그램 마련 △회원사 서비스 중심 조직개편 △협회예산, 자본활용 투명성 제고 △회원사 서비스 강화 위한 내부 제도 개선 △협회장 평가 및 성과급 제도 개편을 제시했다.
◆"자리 욕심 없다" 회원소환제·3년 단임제 주목
우리투자증권의 전성기를 이끈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협회 주도의 '5년 주도 로드맵'을 통한 협회 개혁을 승부수로 던졌다. 업계에서 가장 먼저 선거캠프를 꾸리며 발 빠르게 움직인 그는 과거 4개의 적자회사를 흑자전환하고 업계 1등 증권사를 탄생시킨 '마이다스의 손'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쌓았다.
특히 모든 열정과 경험을 집중적으로 쏟아내겠다는 각오를 다진 가운데 협회장 3년 단임제를 약속해 눈길을 끌었다.
황 전 사장은 출마의 변을 통해 "35년간 금융인으로 생활하며 스스로의 변화와 개혁을 통해 시장에서 발전하고 경쟁에서 승리하는 조직을 만들어왔다고 자부한다"며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자본시장을 살리는데 올인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와 관련해 4대 주요 공약으로 △정부 및 관련기관 소통 및 협조 설득 △공적규제대비 자율규제 영역 확대 △조직 효율성 위한 변화와 혁신 △협회장 3년 단임제 수행 등을 내놓았다.
우리금융과 KB금융지주 사령탑을 지낸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은 가장 화려한 스펙과 넓은 인맥으로 선거전 초기부터 주목받았다. 특히 감독기관과의 돈독한 네트워크가 회원사들에게 든든한 힘을 실어줄 것이라는 기대감도 크다.
이를 잘 알고 있는 황 전 회장은 정부와의 교감을 바탕으로 업계의 애로사항을 현실적으로 해결하겠다는 각오다.
그는 출마의 변에서 "금투협회장은 단순한 업계 친목회가 아니다"라며 "지금 업계가 처한 위기와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능력과 힘을 갖춘 적임자를 뽑아야 할 때"라고 짚었다.
이를 위해 △중소형사 콜차입 전면 제한 규제 완화 △특화 전문 증권사 발굴 및 지원 △업계 사장단 연합 대외협력단 구성 등을 주요 운영 공약을 거론했다. 더불어 펀드시장 활성화를 위해 일본 NISA(개인자산관리종합계좌)를 벤치마킹한 한국판 ISA 보완 등도 공약으로 들었다.
한편 금투협 회장후보추천위원회(후추위)는 14일 5명의 후보자를 면접평가해 최종후보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 결선 투표는 20일 치러지며 증권사와 운용사, 선물사, 신탁사 등 금투협회원사 164개의 직접 투표로 진행된다.
다만 상대적으로 회비 분담금을 많이 내는 대형사의 경우 투표권 비중이 2~3%로 높아 다수의 중소형사 표심만큼 주목도와 영향력이 크다는 게 눈에 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