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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금융사, 불황 속 '脫 한국' 가속화

"돈 안 되면 떠난다" 지속적인 수익 악화에 본사 차원 구조조정 불가피

정수지 기자 기자  2015.01.12 15: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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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수익, 저성장의 상황에서 한국 금융시장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자 대다수의 외국계 금융사들이 발을 빼는 모양새다. 최근 3~4년간 이어진 이 같은 현상에 기업 간 인수합병(M&A)은 물론 매각 소식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8일에는 한국을 비롯해 아시아시장에서 고전해온 스탠다드차타드가 수익성 제고를 위해 일부 주식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한다고 밝히며 외국계 금융사들의 '脫(탈) 한국화'에 재시동을 걸었다.

◆SC, 주식 부문 철수·구조조정으로 4억달러 비용절감

아시아 부문에 집중해온 영국계 금융회사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이하 SC)가 전 세계 주식시장에서의 사업 종료를 선언하며 4억달러 규모의 비용 절감에 나선다고 8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에 따라 주식트레이딩, 주식리서치, 주식자본시장(ECM) 부문은 철수하고 전환사채(CP)와 주식파생상품, 경제·외환·채권시장 리서치 부문만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조치는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이 높은 사업에 집중하기 위한 것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주식사업부를 철수해 우선 아시아지역 직원 200명 대상의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1억달러의 비용절감이 있을 것으로 SC는 추산하고 있다.

SC는 비용 증가 등에 따라 지난 3분기 세전 이익이 15억3000만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6% 감소했다. 특히 중국과 남미를 중심으로 대차대조표에 계상된 대출 손실이 크게 늘어 지난해 3분기 이 은행의 대출 손실은 5억3900만달러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끝 모를 구조조정에 나선 SC는 소매금융 부문에서 2000여명을 감원하고 22개 지점을 폐점한 바 있다. 앞서 SC는 80~100개 지점을 폐쇄한다고 밝힌 만큼 올해 안에 2000명을 추가 감원해 2억달러가량의 비용을 추가 절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계 금융社 "돈 안 되면 떠난다"

외국계 회사가 한국 내 사업을 철수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수익 악화와 본사 차원의 구조조정, 높은 한국금융 시장의 장벽이 꼽힌다. 때문에 보험업, 은행업, 증권업 등 금융업계에 걸쳐 다수의 외국계 회사가 입지를 다지지 못하고 떠나야만 했다.

먼저, 보험업계는 지난해 외국계 재보험사인 파트너리(Partner Reinsurance Company Ltd)가 국내 사무소를 없앴다. 1993년 버뮤다를 본점으로 설립된 이 회사는 2007년 한국시장에 진입한 소규모 재보험사다.

2013년 아비바그룹은 우리아비바생명 지분 47%를 우리금융지주에 넘긴 뒤 한국에서 떠났다. 여기 더해 네덜란드의 ING생명은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에 한국법인을 매각하기도 했다.

앞서 2008년 국내에 진출한 독일의 에르고는 한국 진출 4년 만에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을 프랑스계 악사다이렉트에 넘기고 한국을 벗어났다.

은행업계에서는 2012년, HSBC(홍콩상하이은행)가 기업금융 부문만 남기고 리테일부문을 철수했다. 지난해 한국씨티은행은 전국 190개 지점 가운데 56개를 정리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한국스탠다트차타드은행도 국내 영업점을 25% 감축할 방침이다. 또, 한국SC금융지주는 자회사인 SC저축은행과 SC캐피탈의 지분 100%를 일본계 대부업체인 J트러스트에 매각 합의했으며 두 회사의 매각 금액은 1510억원 수준이다.

금융투자업계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자산운용의 경우 2007년 한국에 진출한 이래 2008년부터 4년 연속 수십억대 손실을 내자 2012년 11월 철수를 선언했다. 이어 영국계 RBS(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와 바클레이즈캐피털증권도 본사의 구조조정 방침에 따라 한국 내 투자은행(IB) 부문을 접었다.

도이치자산운용은 리테일 마케팅과 홀세일(법인영업) 부문을 통합해 리테일 시장에서 손을 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