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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탈당' 후폭풍…野 전당대회 휘청

정, 신당행…당대표 후보들, 정치적 부담 커져

이금미 기자 기자  2015.01.12 14: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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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정동영 전 의원이 11일 새정치민주연합에서 탈당했다. 진보진영 한 쪽에서 추진하는 '진보적 대중정당'에 합류하기 위해서다.

정 전 의원은 "진보를 지향하는 당이 아니다"라는 점을 탈당 이유로 내세웠다. 당 안팎에서는 '탈당만 네 번째'라는 꼬리표 붙이기에 여념이 없다. 당 대표에 대통령 후보까지 지냈던 정 전 의원의 탈당 여파를 짚어본다. 

정 전 의원은 "지금의 새정치연합은 제가 실현하고자 했던 합리적 진보를 지향하는 당이 아니다"라며 "서민과 중산층이 아닌 '중상층'을 대변하는 정당이 되어 국민의 기대와 정권 교체의 희망을 발견하기 어렵게 됐다"고 탈당 사유를 밝혔다.

그는 또 "새정치연합과 (기존) 진보정당들을 넘어 새로운 큰길을 만들라는 것이 시대적 요청이자, 정권 교체를 위해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했다.

◆네 번째 탈당으로 정치적 재기 노려

정 전 의원이 '정권 교체'를 내걸었음에도 새정치민주연합(이하 새정연) 내외에서는 당을 탈당하는 데 대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많다. 정 전 의원이 탈당을 선언한 진짜 이유는 신당 추진세력과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물렸기 때문이라는 진단이 우세하다.

이는 정 전 의원이 2012년 총선(서울 강남을)에서 고배를 마신 뒤 정치적 내리막을 걸어온 탓이다. 당내 계파 간 경쟁구도에서도 밀린 지 오래다.

더욱이 정 전 의원은 '탈당' 뒤 분산 상태의 모든 세력이 통합되는 과정에서 주도권을 놓친 적이 없는 명실공히 최고의 정치인이다. 앞서 2003년 옛 민주당을 탈당해 열린우리당 창당을 주도했고, 2007년 '탈노'(脫 노무현)를 내건 채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에 합류했다.

또 2009년 4·29 재·보선 당시에는 공천 갈등을 겪다가 탈당, 고향인 전북 전주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복당한 전력도 있다. 이로써 네 번째 탈당이다.

이런 정 전 의원에게 국민모임이 내건 진보적 대중정당은 탈당의 명분이자 반전의 기회인 셈이라는 것. 신당 추진세력이 의도하지 않았더라도 정 전 의원에게 당 밖에서 활로를 열어줌으로써 정치적 재기 무대를 마련해준 것이라는 분석이다.   

◆새정연 "전당대회 김 빠져" 당혹

새정연은 전당대회 전국 순회 유세 이틀째에 접한 전직 대통령 후보의 신당행 소식이 껄끄럽기만 하다. 전당대회 흥행 차질은 물론 차기 지도부의 정치적 운명까지도 가늠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당 관계자는 "가뜩이나 흥행몰이를 해도 모자랄 판에 (전당대회) 김이 확 빠져버렸다"고 말했다.

전당대회에서 뽑힐 새 지도부도 정치적 부담을 안게 됐다. 이날 울산시당 개편대회에 참석한 당권 주자들은 "참으로 안타깝다. 당에 남아 우리 당을 진보적 방향으로 이끌려고 노력하는 게 맞지 않나"(문재인), "잘못된 일이다. 국민에게 신뢰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내부투쟁으로 극복했어야 했다"(이인영)며 정 전 의원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박지원 후보만이 "대단히 유감스럽다. 우리 내부에도 계파갈등의 고리가 너무 심했던 것 아닌가 깊게 반성한다"고 에둘러치며 당 내부로 화살을 돌렸을 뿐이다.
 
게다가 벌써부터 학계·문화계 인사들이 주축인 국민모임은 정동영이라는 거물급 정치인이 합류함으로써 국민적 시선을 끌고 있다.

자칫 진보신당의 이미지가 묽어지고 '정동영 신당' '전북신당'으로 비치는 등 지역정당화할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국민모임은 이후 다른 진보세력 및 진보정당과의 재편 과정에서 주도권을 잡기가 수월해졌다는 게 중론이다.

또 다른 거물급 정치인인 천정배 전 의원의 행보도 새정연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커 보인다. 정 전 의원의 탈당과 맞물려 천 전 의원도 새로운 정치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좀 더 지켜보겠다"며 조심스런 모습을 보이지만, 전당대회 뒤 정 전 의원과 정치적 운명을 같이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체 없는 신당, 기존 정당 턱밑 추격

정 전 의원은 보궐선거 출마와 관련해 "아니다"라고 했고, 대권 도전과 관련해선 "백의종군의 자세로 (신당 창당의) 밀알이 되겠다"며, 당분간 신당 창당 작업에만 집중할 것임을 내비쳤다.

정 전 의원의 탈당이 야권 재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당 안팎에서 '2·8 전당대회'가 기점이라는 분석을 유력하게 내놓고 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깊어진 계파 갈등을 치유하고 통합을 이뤄내느냐 여부가 관건이라는 것이다.

당장 1년 3개월 앞으로 다가온 총선도 현역 의원들의 조바심을 부추기고 있다. 당권을 누가 쥐고, 어떤 계파 안배가 이뤄지느냐에 따라 총선 공천권이 보장되는 까닭이다.     

정 전 의원이 참여하는 신당이 4월 보궐선거(서울 관악을, 경기 성남중원, 광주 서구을)에 후보를 낼 경우 어느 곳에서도 당선을 장담하기 어렵다는 추정도 나온다. 아직 신당추진위원회도 갖추지 못한 신당에 대한 국민 지지율이 새정연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31일까지 이틀 동안 휴먼리서치가 전국 유권자 1520명을 대상으로 신당 창당 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새정연은 21.1%, 신당은 18.7%를 기록했다. 두 당의 신뢰도는 오차범위 내에서 다투고 있는 모양새다.

완전한 정당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갈 길 먼 모임 수준의 세력이 기존 정당을 턱밑가지 추격하는 상황에 대에 당 내부에서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기대가 어떠한지 고스란히 전해진다"는 자조 섞인 말이 나온다.

정 전 의원의 탈당에 이은 신당 합류가 찻잔 속 태풍에 그칠지, 거대한 태풍의 핵으로 작용할지 지켜볼 만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