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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바비킴 대한항공 설계설'에 보이지 않는 손이?

'대한항공이 바비킴 사태 이용' 음모론 쏟아져 속내 궁금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기자  2015.01.12 15:3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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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가수 바비킴이 지난 7일 인천발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대한항공 여객기 기내에서 만취 상태로 고성을 지르고 여성 승무원을 성희롱해 미국 현지에서 경찰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바비킴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한 비난 일색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엔가 갑자기 바비킴을 옹호하고 대한항공 처사를 비난하는 여론이 생기기 시작했다.

곤경에 처한 대한항공이 '땅콩회항' 사태를 덮기 위해 바비킴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소위 '대한항공 설계론'이 그것이다. 대한항공에 대한 음모론은 온라인을 넘어 일부 언론에 보도를 타고 힘을 얻는 중이다.

음모론은 늘 신선하고 재미있다. 과거 남파공작원 김현희의 KAL기 테러사건 조작설 같은 전통적인 음모론부터 천안함 폭침과 세월호의 미군 잠수함 충돌설까지 온갖 음모론이 난무했다. 그렇다면 대한항공의 ‘바비킴 기내 난동 설계’에 대한 가상의 조현아 구하기 시나리오를 만들어 보자.

1. 대한항공은 '땅콩회항' 사태를 덮을 '기내 난동·성추행 의혹'을 기획하고 국정원, 청와대, 언론사, 미 FBI 비선라인에 협조 요청을 한다. 유관기관 협조를 얻어 승업할 충분한 마일리지를 가졌고, 흥분하면 술을 마시고 사건을 일으킬 적임자를 찾아낸다. 파급 효과가 커야 하기에 유명 연예인이어야 한다. 동시에 바비킴의 본명인 김도균의 동명이인을 찾아 샌프란시스코행 항공기에 동승시킨다.

2. 공항 대한항공 지상요원과 탑승할 승무원들을 섭외해 바비킴이 승업한 비즈니스석 티켓을 동명이인인 제2의 김도균에게 고의로 전달하고, 바비킴은 이코노미석으로 보내 화나게 만든다. 이 문제로 항공기 출발을 일부러 지연시켜 더욱 화를 돋운다. 탑승한 뒤 흥분한 바비킴에게 여자 승무원이 고의로 접근해 와인을 취할 때까지 제공한다. 다만 조현아 전 부사장에 대한 대한항공 직원들의 비우호적인 정서로 대한항공을 위해 살신성인할 수십 명의 직원을 선발해야 하는 데 어려움이 따랐을 것이다.

4. 사전 교육을 받은 여자 승무원이 만취한 바비킴에게 접근해 고성을 지르게 하고 여 승무원의 전화번호와 미국 호텔을 묻는 등의 성희롱을 유발시킨다. 바비킴이 난동을 일으킨 후 그제야 남자 승무원이 와서 사태를 진정시키고 미국에 이를 통보해 미국경찰과 FBI 조사를 받게 만든다. 그리고 이 사실을 언론사에 유포해 땅콩회항 논란을 희석시킨다.

이 정도의 프로젝트는 아마 CIA는 물론 FBI, 국정원이 연합해도 설계하지 못할 정도로 정교하다. 전지전능한 신도 이런 일을 수행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더구나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이번 사건으로 언론에 다시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더 곤혹스러운 일일 것이다.

그렇다면 제기된 의혹들을 합리적으로 설명해 보자. 첫째 정당하게 마일리지로 비즈니스석으로 승업한 바비킴에게 왜 이코노미석을 줬을까? 이는 동명이인인 제2의 김도균과 같이 탑승해 일어난 해프닝으로, 같은 이름이 많은 한국인들에게 가끔 일어나는 일이지만 대한항공의 명백한 실수다.

둘째 이미 술에 취한 바비킴에게 계속 술을 제공한 대한항공의 저의는 뭘까? 우리나라 항공사들의 과도한 친절 때문이다. 취한 승객이 계속 와인을 요구해도 제공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와인을 안 줬다고 난동을 부리기 때문이다. 더구나 바비킴은 유명 연예인인데다 이코노미석으로 잘못 제공한 원죄가 있기에 안 줄 수가 없었을 것이다. 필자는 1996년 가을 모스크바행 대한항공 기내에서 취한 러시아 마피아들이 패싸움을 벌인 현장을 직접 봤다.

셋째 만취한 바비킴에게 왜 여성 승무원이 계속 왔을까? 누구나 알다시피 승무원 대부분은 여성이다. 어느 누가 연예인이 난동을 부리고 성희롱할 것을 미리 예측하고 남자 승무원이 담당하게 조치할 수 있을까? 설사 미리 예단하고 처음부터 남자 승무원이 바비킴을 전담했다면 자신을 범죄자 취급한다고 나중에 대한항공을 고소했을 지도 모른다.

제기된 의혹에 관해 이처럼 충분한 설명이 가능하다. 특히 해당 여자 승무원을 심지어 꽃뱀 취급하거나 대한항공을 공모자로 만드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대한항공은 피해 승무원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음모론을 퍼트리는 누리꾼에 대해서 단호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땅콩회항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는 이는 누굴까? 상식적으로 동아시아 항공 패권을 두고 대한항공과 치열하게 싸우는 일본 항공사다. 당연히 일본은 사건 초기부터 이를 대서특필했고 대한항공을 희화화했다.

그렇다면 국내에서 대한항공이 타격을 받으면 반색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이번 바비킴을 둘러싼 음모론은 진보 성향의 일부 사이트에서 특히 구체적으로 제기됐다.

피해 승무원을 '꽃뱀'이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써가며 매도하는 상황은 마치 온라인상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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