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급등세로 반전한 코스피가 이번 주 1900선 안착을 시도할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대형주를 중심으로 투자심리가 살아난 상황에서 이탈 조짐을 보였던 외국인 자금의 움직임도 긍정적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지난 8일을 기점으로 투자심리를 압박했던 공포심리가 정점을 통과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포심리가 바닥을 찍으면서 악재에 내성이 생겼고 삼성전자를 필두로 한 실적 안도감이 대형주 투자심리를 돌려세웠다"며 "이번주는 1900선에서 하방지지력을 다지는 과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말까지 대외 이벤트 산적, 1900선 안착 시도
일단 글로벌 증시가 급반등하는 분위기지만 코스피가 추가 상승하기는 상황이 녹록지 않다. 국제유가 약세가 여전하고 오는 22일과 25일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회의와 그리스 총선이 치러지는 등 대외 이벤트가 산적해 있다. 유가와 환율 변동성이 단기간에 완화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얘기다.
마주옥 키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총선과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짚었다.
이어 "다만 국내증시의 밸류에이션(가격) 매력이 높고 오는 14일 유럽헌법재판소의 ECB 국채매입 관련 판결 내용에 따라 주요국 금융완화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수 있어 긍정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수급면에서도 외국인 매도세가 주춤한 것이 호재다. 이른바 '1월 효과'에 대한 기대에도 지난달 10일부터 시작된 외국인 순매도 공세에 지수가 출렁였던 탓이다. 외국인은 한 달여 동안 3조5000억원대 순매도를 기록했지만 지난 8일 이후 3500억원대 순매수로 돌아섰다. 시장은 이 같은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정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하락과 그리스 우려 같은 대외악재가 국내증시에서 외국인 매도를 부추겼다"며 "유가 추가 급락 가능성이 낮고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도 잦아들면서 외국인 수급에도 우호적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액티브 자금 이탈 진정세, 실적시즌 후광도
특히 최근 매도세를 주도했던 외국계 자금이 주로 액티브(단기운용) 자금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은 더욱 낙관적이다.
최근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 12월10일부터 이달 7일까지 외국인 프로그램 비차익 순매도는 9600억원 규모로 총 순매도 규모인 3조5000억원의 27%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외국인 자금 중에서도 패시브(장기투자) 자금보다는 액티브 성격의 자금들이 순매도를 주도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김 연구원은 "신흥시장 전반에 대해 위험관리 차원의 자금 배분이 이뤄졌을 것"이라며 "작년 9월 이후 신흥시장 펀드에서 자금 유출이 이어졌지만 한국펀드로는 순유입이 진행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국내기업들에 대한 실적 기대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4분기 잠정실적 발표치가 시장 컨센서스(예상치)를 웃돌면서 불안감을 잠재웠고 잠잠했던 저가매수세가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부진했던 대형주과 수출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이 연구원은 "삼성전자 어닝서프라이즈에 힘입어 대형주 투자심리가 개선될 것"이라며 "환율 효과가 가시화될 경우 대형주, 수출주의 반등 시도가 기대된다"고 관측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어닝쇼크로 인한 주가하락세가 충분히 반영된 상황에서 실적시즌 이후 국내증시에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추정도 나왔다.
김성노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 에너지, 소재섹터의 이익부진은 피할 수 없겠지만 이미 충분히 주가에 반영된 상황"이라며 "오히려 유가하락과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운송, 유틸리티, IT업종 등 소비재 중심으로 올해 순이익 전망이 상향조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 주말 뉴욕증시는 경계매물이 쏟아지며 사흘 만에 하락 반전했다. 9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산업지수는 전일대비 0.95% 내린 1만7737.37로 거래를 마쳤고 S&P500지수도 0.84% 내린 2044.81로 마감했다.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0.68% 하락한 4704.07이었다.
이틀 연속 급등세를 보였던 3대 지수는 미국 임금 추이에 대한 불안감과 ECB의 부양책이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하며 하락세로 방향을 잡았다.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작년 12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은 25만2000건 늘어 시장 예상치인 24만건을 웃돌았다. 그러나 시간당 평균임금은 전월대비 0.2%포인트 줄어 소비둔화 가능성이 제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