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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권사 3년 이상 장수 CEO '겨우 7명'

유상호 한국證 사장, 재직기간·조직규모 압도적 1위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09 16: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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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국내 주요 증권사 CEO(최고경영자) 가운데 재직기간이 만 3년 이상인 '장수'대표는 7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뺀 나머지는 모두 중소형사로 대부분 수익성 개선과 차별화된 조직문화를 내세운 '강소' 증권사들이었다.

최근 일부 대형 금융지주 산하 증권사들이 지주 회장이 교체될 때마다 물갈이 수순을 밟는 것과 비교하면 장기적인 안목이 중요한 금융투자업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CEO 경영 영속성이 탄탄한 실적으로…

본지가 지난해 분기보고서를 비롯한 정기공시를 발표한 주요 증권사 중 오너 경영인과 외국계 증권사를 뺀 나머지 31곳(인수합병·폐업 등 제외)을 조사한 결과 가장 재직기간이 긴 CEO는 2007년 3월 취임한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이었다.

그를 포함해 2012년 이전 취임해 만 3년 이상 근무한 경영인은 취임일 순으로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 △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사장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 △조웅기 미래에셋증권 사장까지 총 7명이었다.

작년 6월 기준 상위 20개 증권사 직원들의 평균 근속기간이 7.84년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고위직일수록 자리를 유지하기 힘들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유상호 사장은 명실공히 국내 금융투자업계의 최고 실력자로 꼽힌다. 2011년 이후 순이익 1위를 단 한 번도 놓치지 않은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12월 말 기준 총자산23조1000억원, 자기자본 3조2000억원의 대형사로 군림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성공에 대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부회장 주축의 강력한 오너십과 경영 영속성 덕분이라는 평가가 많다. 무엇보다 단 한 번의 구조조정 없이 다양한 부문에서 안정적인 성장을 거두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경영진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전략을 짜고 지점 관리에서도 가장 효율적인 구조에 따라 운영하고 있다"며 "리테일과 IB(기업금융), 자산관리, PF(부동산프로젝트금융)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로 조직을 강화한 것도 이런 측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장에 이어 최장수 CEO로 꼽히는 서태환 하이투자증권 사장은 소통의 리더십으로 조직 안정을 이끈 경우다. 1979년 현대중공업 재정부에 입사해 현대증권 국제영업부장과 현대중공업 재정총괄 등을 역임했으며 2008년 9월 하이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취임해 7년째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 사장은 매주 직원들과 직접 만나 식사를 하는 등 내부소통에 공을 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매년 우수 영업직원을 부부동반으로 초대해 만찬을 여는 등 스킨십 경영을 펼쳐 주목받았다. 안정적인 조직 운영 덕분에 하이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268억7600만원, 당기순이익 182억1400만원을 달성해 전년대비 모두 흑자 전환했다.

장수 CEO 가운데 유일한 공학도인 권용원 키움증권 사장은 MIT 기술경영학 석사학위를 보유한 IT금융 전문가다. 만 53세로 2009년 4월 키움증권 대표이사직에 오른 그는 통상산업부 정보진흥과장, 산업자원부 산업기술개발과장 등을 지낸 정보관료 출신이기도 하다. 키움증권은 국내 온라인 브로커리지시장 최강자로 꼽히며 최근 핀테크(fintech·금융과 기술의 합성어)를 활용한 인터넷 전문은행 진출을 선언해 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상한가로 치솟는 등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다.

◆'환상의 짝꿍' 떠나보낸 최희문 메리츠 사장, 올해는?

올해 아이엠투자증권(옛 솔로몬투자증권)과 합병을 단행해 대형사 진입을 눈앞에 둔 메리츠종금증권은 최희문 사장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해 만 50세인 최 사장은 뱅커스트러스트, 골드만삭스를 거친 글로벌 전문가다. 삼성증권 캐피털마켓사업본부장을 거치며 전성기를 이끌었고 2010년 2월 메리츠종금증권에 영입돼 맹활약했다.

작년 말 메리츠화재 사장에 취임한 김용범 공동대표와 환상의 호흡을 보인 그는 '프로문화'를 조직에 도입해 대부분의 업무보고를 이메일과 메신저, 전화로 받으며 역동성을 강조했고 형식적인 접견 문화도 최소화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작년 3분기 누적 이익 1213억원, 당기순이익 942억원에 달성해 업계 평균을 3배 넘게 압도했으며 자산 규모도 1년 사이 16%대 늘려 10조원을 돌파했다.

김해준 교보증권 사장은 '소리 없이 강한' CEO다. 만 57세로 대우증권 자산관리영업본부장을 거쳐 2005년 교보증권에 둥지를 튼 그는 2008년 6월 대표이사에 오른 뒤 뚜렷한 언론 노출 없이도 안정적인 리더십을 보였다.

특히 지난해 국내증시가 침체된 상황에서도 FICC(채권·외환·상품운용), IB 등에서 안정적인 수익을 내면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의 성장세를 이어갔다. 회사 주가도 지난해 1월 4300원대에서 두 배 가까이 치솟은 8300원선을 웃도는 등 지분 가치도 급등해 겹경사를 맞았다.

업계 '팔방미인'으로 불리는 미래에셋증권은 조웅기 사장이 2011년부터 지키고 있다. 2013년부터 변재상 사장과 함께 키를 쥔 조 사장은 리테일과 홀세일, 트레이딩 경력을 두루 갖췄다.

지난해 자산관리와 퇴직연금을 비롯한 대부분 사업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면서 작년 3분기 영업이익 670억원, 당기순이익 557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년대비 각각 49.2%, 30.1%의 급증한 수치로 두 공동대표의 시너지가 증명된 셈이다.

고원종 동부증권 사장은 국내 대표적인 리서치센터장 출신 CEO다. 특히 1998년 대우그룹의 위기를 먼저 꼬집은 보고서를 발간해 날카로운 통찰력을 인정받았고 2003년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에 부임해 2010년 대표이사로 영전, 2016년까지 임기가 예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