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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마산 신신예식장…"꼭 한번 가보고 싶다"

이보배 기자 기자  2015.01.08 17:0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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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2년 전 결혼할 때 필자는 평생 한번 뿐인 결혼식을 특별하게 진행하고 싶었습니다. 제 손으로 혼인서약서를 작성하고, 케이스도 직접 만든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신랑과 상의해 식순을 정하고, 축가도 직접 불러 뮤직비디오를 제작하기도 했죠.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았던 나머지 초여름에 치른 결혼식이 1시간 넘게 진행되는 바람에 하객들은 조금(?) 고생스러웠다고 털어놓기도 했는데요. 그래서 그런지 저는 아직도 사진 속 혼인서약서를 가장 가까운 곳에 두고 읽고 또 읽어봅니다.

크고 웅장한 예식홀과 화려한 드레스, 값비싼 장식으로 치장된 예식장은 어쩌면 신부들에게 로망일 수 있습니다. 평생 단 한번뿐인 결혼식을 누구보다 좋은 곳에서, 누구보다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것은 세상 어느 신부라도 마찬가지일 테니까요. 

그런데 최근 영화 '국제시장'을 접하고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물론 이미 치른 결혼식을 다시 치를 수는 없겠지만 대신 여러분께 예식장 한곳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영화 속 끝순이가 결혼식을 올린 예식장을 기억하십니까? 1970년대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한 그곳은 영화 세트가 아니라 실제 존재하고, 아직까지 결혼식을 진행하는 예식장입니다.

경남 마산의 추산동 몽고정길에 위치한 '신신예식장'이 바로 그곳인데요. 세련되고 모던한 지금의 예식장과는 달리 48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처음 그 모습을 그대로 지켜온 예식장입니다.

예식장 사장님이 영화에 사진사로 깜짝 출연하기도 했는데요. 신신예식장은 1967년 문을 열었고, 48년간 이곳에서 결혼식을 올린 부부만 1만3000쌍이 넘는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신신예식장 이용비용에 있습니다. 개업 당시 6000원이었던 사진 값은 이제 70만원이 되었지만 나머지 비용은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요? 백낙삼 신신예식장 사장은 과거 TV방송에 출연해 "젊은 시절 사랑하는 여인을 만났지만 돈이 없어 초가집 앞마당에 냉수 한 그릇을 떠놓고 결혼식을 올렸고, 아내에 대한 미안함이 두고두고 마음에 걸려 나처럼 가난한 사람들이 무료로 결혼식을 올릴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예식장을 열었다"고 말했습니다.

덕분에 100여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반주를 위한 피아노부터 신랑신부 행진을 위한 라이트까지 없는 것 없이 다 있는 알찬 공간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이죠.

도시의 화려한 예식장을 마다하고 찾아와 가족끼리 조촐하나마 의미 있는 예식을 치루고 간 강남 사업가 커플, 하객이라곤 신랑의 어린 딸과 신부의 동생 단 둘 뿐이었던 커플, 국제결혼으로 아내를 타국에서 데리고 왔지만 돈이 없었던 커플까지…. 각기 사연을 간직한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는 결혼식은 아직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아름답거나 슬픈 스토리를 간직한 신신예식장을 보면서 남들에게 보이는 화려함만 추구했던 제 결혼식을 돌아보게 됐습니다. 백 사장은 최근 지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구경만 해도 되니까 많이들 놀러왔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는데요. 흑백사진이 더 잘 어울리는 '신신예식장'. 언젠가 꼭 한번 가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