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대장주 삼성전자가 지난 4분기 시장 기대를 웃도는 잠정실적을 내놓으며 어닝시즌의 포문을 열었다. 덕분에 8일 코스피지수는 1% 넘게 급등해 단숨에 1900선을 회복했고 주춤했던 외국인 매수세도 살아나는 모양새다.
그러나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상당수 기업들의 실적부진 부담이 여전하다는 입장이다. 통상 4분기에 상여금 등 일회성 비용 지출 비중이 높고 유가급락 여파에 대형 조선주와 정유주의 영업이익 적자 전환이 예상되는 탓이다.
실적기대감 자체가 낮아진 상황에서 삼성전자의 선전 역시 환율 등 대외 환경 영향이 컸다는 점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삼성전자는 이날 개장 전 공시를 통해 매출액 52조원, 영업이익 5조2000억원의 4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했다. 이는 시장 컨센서스(예상치)대비 매출액은 부합, 영업이익은 9.2% 웃돈 수준이다.
부문별 실적은 발표되지 않았지만 CE(소비자가전)를 제외한 모든 사업부에서 예상을 웃도는 영업실적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4분기 들어 환율이 원화약세 현상이 다소 주춤했던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이기근 KB투자증권 수석연구원은 "4분기 환율이 전분기대비 6% 정도 높았던 것을 감안하면 매출 증가가 예상보다 컸다고 보긴 어렵다"며 "수익성 측면에서 환율효과가 일부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4분기 실적전망과 관련해 눈높이를 낮추고 있지만 계절성을 감안하면 '어닝쇼크' 확산 우려가 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국내증시가 10분기 연속 어닝쇼크를 겪었고 2013년까지 최근 5년 동안 4분기 어닝쇼크를 겪은 비율은 25.7%에 달했다"고 분석했다. 상장사 4곳 중 1곳은 4분기 실적악화에 시달렸다는 얘기다.
특히 국내 상장사의 실적개선 패턴을 들여다보면 계절성과 연속성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만큼 종목, 사이즈별로 차별화된 투자전략이 필요하다는 쪽에 의견이 쏠린다.
김민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보통 상반기에 어닝서프라이즈 비율이 높은 반면 3, 4분기에는 어닝쇼크 종목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지난분기 어닝쇼크를 기록한 종목이 서프라이즈를 내지 못할 확률이 많아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김광현 연구원은 "어닝쇼크 가능성이 높은 만큼 초반에는 종목별 분기모멘텀으로, 후반에는 이익사이클 개선 업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턴어라운드의 강도는 중소형주가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