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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현대판 '썩은 동아줄' 충격에도 안 터지는 에어백

노병우 기자 기자  2015.01.08 11: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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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퇴근길 매서운 추위와 함께 퇴근하던 어느 날 모자를 눌러 쓴 채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순간 '쾅'하는 소리가 크게 들렸고, 주위를 살펴보니 꽤 심하게 차량 사고가 발생했는데요. 사고차량은 바로 택시였습니다.

사고가 수습되고 현장 주위를 지나갈 때 차량 앞부분 절반이 파손되는 사고였음에도 에어백이 터지지 않은 것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요. 이전에 한 택시 운전기사님에게 에어백과 관련해 물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그 분은 회사택시의 경우 비용 때문에 에어백을 장착하는 일이 드물고, 개인택시도 운전석만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는데요.

그동안 택시의 에어백 장착률은 조수석이 약 9%, 운전석은 54% 정도에 불과했는데요. 에어백이 없는 택시가 많다 보니 과거 대비 그 수가 줄기는 했지만, 연간 택시사고 사상자는 여전히 4만명 안팎에 이르고 있습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다행히 지난해 정부가 택시 앞좌석 에어백 설치 의무화를 실시했고, 모든 택시에 에어백이 장착되는 데는 앞으로 7~8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실 자동차에 있어 에어백은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라 할 수 있죠. 에어백은 차량이 충돌할 때 충격으로부터 탑승자를 보호하는 충격흡수장치인데요. 에어백 작동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충돌 △센서 인식 △충돌량 감지 △에어백 전개 판단 △에어백 작동 순입니다.

에어백 종류도 과거와 달리 다양해졌고 위치에 따라 △운전석 에어백 △무릎 에어백 △조수석 에어백 △측면 에어백 △커텐 에어백이 있습니다.

또 시스템에 따라서는 △일정한 충격을 받으면 작동하는 'SRS 에어백' △체구가 작고 어린아이에 대한 보호차원으로 SRS 에어백의 팽창력을 20~30% 줄인 '디파워드 에어백'은 물론,

△운전자의 위치·안전벨트 착용여부·충격강도를 센서가 감지해 충격일 약할 때는 약하게, 강할 때는 강하게 터지도록 조절한 에어백 '스마트 에어백' △승객의 위치·체격·자세·충돌 정도를 모두 판단해 에어백 팽창을 결정하는 '어드밴스 에어백'도 있습니다. 

그런데 에어백이라고 모든 충돌 사고 시 작동하는 것은 아닌데요. 안전벨트로 탑승자를 보호할 수 있는 경미한 사고 충격을 비롯해 △후방 추돌이나 충돌 △측면 충돌 (측면 에어백 미장착 차량만 해당) △사면 충돌이나 추돌 시 (앞 방향 비스듬히 충돌 시) 등에는 에어백이 터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실제 지난해 국내에서는 사고가 나도 에어백이 안 터지는 이른바 '에어백 미전개'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았죠. 에어백 미전개 사고 때 자동차 제조사들은 에어백 자체 결함이 아니라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했는데요.

안타깝게도 국내의 경우 에어백과 센서에 관한 성능 기준 자체가 없어 자동차 제조사가 각자 기준대로 에어백을 장착하고 표준화된 기준이 없다 보니 사고가 난 뒤에 피해 운전자들이 제조사의 책임을 규명할 방법이 없습니다.

물론, 에어백은 단순히 안전 보조 장치일 뿐 만능 안전장치는 아닙니다. 하지만 운전자의 생명과 직결된 장치이기에 공통된 품질 기준 정도는 반드시 필요하죠. 국민의 안전 문제인 만큼 정부의 표준화된 에어백 성능과 장착 기준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