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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의식적 '깊은 호흡'으로 스트레스 다스려야(上)

김혜진 감성과학연구센터 대표 기자  2015.01.08 10:2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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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기막히다'라는 말이 있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을 때도 쓰지만, 억울한 일이나 놀라운 일을 당해서 숨을 쉬지 못할 정도로 답답한 경우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온다'라고 표현한다. 솟구친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답답해진 가슴을 치거나 뒷목을 부여잡으면서 말이다.

이처럼 기의 막힘이 반복된다면 우리 신체와 정신의 흐름은 길을 잃을 수밖에 없다. 길을 잃고, 자연스러움을 놓쳐버린 내 몸은 병을 얻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몸과 마음이 자유로운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길을 찾고 방향을 잡아주어야만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근원적 힘, 본질이 되는 것이 바로 호흡이다. 호흡과 마음의 의미를 떠올려 보고, 스트레스 상황 속에서 힘겨워하는 우리 자신을 깊은 호흡으로 회복시키는 순리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존재의 신호 '호흡'

생명은 중단하지 않는 '호흡' 작용을 지닌다. '생명'은 사람이 살아서 숨 쉬고 활동할 수 있게 하는 힘으로 정의되며, '목+숨'으로 이뤄진 '목숨'이라는 순우리말도 사람이나 동물이 숨을 쉬며 살아 있는 힘을 의미한다. 

생명이 다 했을 때 '숨이 멎었다' '숨을 거뒀다' 등으로 표현하듯이 삶은 '숨 쉼', 죽음은 '숨 거둠' '숨 멎음'이 되는 것이다. 즉 '숨(呼吸, 息)' 쉬는 것으로 우리의 존재는 생성되고 소멸된다. 

호흡의 '호(呼)'는 '날숨'으로 안에서 밖으로 내쉬는 숨이고 '흡(吸)'은 '들숨'으로 밖에서 안으로 들이마시는 숨이다. 내쉬는 숨과 들이마시는 숨은 어느 한 쪽이 없다면 둘 다 성립될 수 없다. 

날숨 속에 들숨이 존재하고, 들숨이 있음으로써 날숨이 있을 수 있는 이치다. 이러한 호흡의 흐름이 온전하게 이뤄져야 나 자신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다.

'숨 쉬다, 호흡하다'의 뜻을 가지는 '식(息)'은 '자(自)'와 '심(心)'이 합쳐져 코와 가슴의 사이를 드나든다는 뜻에서 '숨을 쉰다'라는 의미를 갖게 됐다. 여기서 '스스로, 나'라는 뜻을 가진 '자(自)'는 본래 코를 나타내는 '비(鼻)'에서 비롯된 것으로, 숨 쉬는 것 없이는 '나'라는 존재가 없음을 나타낸다. 

그리고 '심(心)'이라는 글자가 함께 해 '호흡'이 존재의 수단임과 동시에 '마음'과 유기적인 연결을 맺고 있음을 내포한다.

◆'마음'의 본체

'마음'이라는 뜻을 가진 '심(心)'자는 본래 심장의 모습을 그린 상형문자다. 안쪽은 심장의 판막을 나타내며, 바깥쪽은 대동맥을 나타낸다고 한다. '심(心)'자는 '생각하다'는 뜻의 '사(思)'나 '상(想)' 등의 글자의 일부를 구성하는데, 이는 예로부터 생각이 두뇌가 아닌 심장에서 나온다고 생각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심(心)'자가 포함된 한자들은 대부분 감정이나 사유에 관련된 뜻을 가진다. 현재의 우리도 마음, 심리상태에 따라 심장의 고동이 달라짐을 느낄 수 있기에, 심장을 곧 마음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 아닌가.

이후 인지과학적 측면에서 '마음'은 '뇌' 속에도 존재한다는 시각이 확장되었고, 이를 토대로 '뇌'의 기억, 감정, 의식 등에 대한 탐색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그렇다면 본체에 대한 관점 차이는 각기 분리된 마음이 생성됨을 의미하는가. 심장에서 느끼는 마음과 뇌에 존재하는 마음은 서로 다를 수 없으며, 또한 독립적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당연히 알고 있다. 다만, 심장과 뇌, 그리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열쇠가 '호흡'임을 인식하지 못 하고 있을 뿐이다.

김혜진 ㈜감성과학연구센터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