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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유상증자 단행 "악재 한꺼번에 턴다"

주가급락 부담 불구, 지배구조 개편 속도전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07 12: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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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땅콩회항' 사태로 곤혹을 치른 대한항공(003490)이 6일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유가하락이라는 최대 호재에도 지난달 최고점 대비 주가가 10% 가까이 빠진 상황에서 우리사주와 구주주에 신주를 발행해 부채 비율을 낮추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특히 한진그룹 지배구조의 핵심으로 꼽히는 한진칼(180640)이 이번 유증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등 지주사 전환 속도에 더욱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한진칼은 대한항공 지분 32.23%를 가진 최대주주며 조양호 회장과 세 자녀는 한진칼의 지분을 20% 넘게 가진 대주주다.

이날 대한항공은 이사회에서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새로 발행하는 주식수는 1416만4306주이며 주당 예상 발행가격은 3만5300원으로 당일 종가대비 22.7% 낮은 수준이다.

대한항공 측은 이번 유증을 통해 오는 7월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 상환에 나설 계획이다. 1차 인수대상은 우리사주로 전체 발행신주의 20%가 우선 배정되며 나머지 잔여 물량은 구주주 대상 청약 진행, 실권이 발생하면 일반공모를 실시한다. 의무 보유기간은 1년이다.

당장 지분가치 희석 우려가 불거지면서 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한항공 주가는 장중 9% 넘게 주저앉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결정이 대한항공의 높은 부채비율과 이자비용을 줄이는 경영 효율성 차원에서 좋은 선택이었다고 평가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총차입금은 15조963억원, 순차입금은 14조8608억원에 달해 부채비율이 809%에 이른다.

이와 관련해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번 유증으로 부채비율은 약 200%, 연간 이자비용도 200억원 정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며 "회사 입장에서는 재무비율을 개선시킬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을 선택한 셈"이라고 분석했다.

또 여론 악화로 코너에 몰린 상황에서 악재는 한꺼번에 털고 가겠다는 의중이 반영됐을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연말 예정됐던 임원인사를 전면 보류하는 등 내부적인 진통을 앓고 있지만 계열사 간 대규모 지분매각 등 장기적인 그룹 개편 작업은 예정대로 추진 중이다.

한 기업담당 연구원은 "오너 일가의 일탈로 시작된 파문이 실제 기업 기초여건에 미치는 영향은 가늠하기 어렵다"며 "여론이 악화된 상황에서 단기적 주가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유상증자를 단행한 것은 부담을 한꺼번에 털고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일 수 있다"고 귀띔했다.

또 국제유가 약세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주가 조정은 충분히 만회할 수 있다는 계산도 깔렸다는 견해도 다수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시기나 규모를 봤을 때 당장은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비용절감과 실적개선 여지는 남았다"고 진단했다.

엄 연구원도 "대한항공의 올해 추정 매출액은 11조3600억원으로 전년대비 5% 정도 줄어들 수 있지만 영업이익은 두 배 넘게 급증할 것"이라며 "유가가 지난달 중순 대비 크게 하락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용절감 효과가 예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번 유증으로 대한항공의 전체 발행 주식수는 기존 5978만6232주에서 24% 정도 늘어난 7395만538주가 된다. 최종 발행가액은 오는 3월9일 확정되며 신주 상장은 4월1일 이뤄진다.

무엇보다 최대주주인 한진칼은 유증 참여를 위해 추가 차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대한항공 지분 32.23%를 보유한 한진칼이 유증에 참여하려면 1290억원(시가총액대비 8%)정도가 필요한데 3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은 775억원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

다만 한진칼의 부채비율이 78% 정도로 낮아 추가 자금 조달에 따른 부담은 비교적 적다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