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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협회장 불출마 '야인' 정회동의 선택은?

KB금융지주 자진사퇴 아닌 해임통보 '뒷말'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06 15:5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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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달 29일 금융투자협회(이하 금투협) 차기 회장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던 정회동 전 KB투자증권 사장이 후보자 접수 마지막 날 이를 철회하며 '야인'이 됐다.

KB금융지주로부터 해임 통보를 받은 직후 곧바로 다음 행보에 나서 주목을 받았지만 촉박한 일정과 준비부족 등 현실의 벽이 만만찮았던 것으로 보인다.

6일 금투협 후보추천위원회는 제3대 회장 공모마감 결과를 발표했다. 김기범 전 KDB대우증권 사장을 비롯해 유정준 전 한양증권 대표, 최방길 전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대표, 황성호 전 우리투자증권 대표, 황영기 전 KB금융지주 회장까지 5명이 후보 등록을 마쳐 선거는 5파전으로 치러진다.

정회동 전 사장 측은 "준비기간을 불과 일주일 남기고 출마 선언을 하는 바람에 현실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고 불출마 배경을 밝혔으나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해임통보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LG그룹 기획조정실과 구조조정 본부를 거쳐 1999년 LG투자신탁운용 상무이사로 금융투자업계에 투신한 정 전 사장은 흥국증권과 NH투자증권, 아이엠(IM)투자증권 대표를 거치며 IB(기업금융) 전문가로 명성을 쌓아왔다.

2013년 7월 KB투자증권 대표이사로 자리를 옮겨 지난해 유임에 성공했고 업계에서는 윤종규 KB지주 회장 취임 뒤에도 유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계열사 CEO였다.

정 전 사장 취임 1년 만인 올해 3분기 KB투자증권은 영업이익 283억원, 당기순이익 213억원(별도기준)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상당한 실적개선을 거뒀다. 특히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온기실적인 54억원의 4배 가까운 급증세를 기록할 정도로 선전했다.

그러나 지주가 지난달 30일 계열사 10곳 가운데 7곳의 CEO를 물갈이했고 KB투자증권 신임 사장으로 전병조 부사장을 선임하는 등 강한 드라이브를 걸면서 예상은 빗나갔다.

전병조 신임 사장은 최경환 경제부총리의 대구고등학교 직속 후배며 재정경제원 서기관과 해양수산부, 기획재정부 등을 거친 관료 출신이다.

특히 진웅섭 금융감독원장과 상당한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대규모 징계 사태을 겪은 지주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평가다. 또 올해 LIG투자증권과 KDB대우증권 등이 걸린 증권사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인물로도 꼽힌다.

다만 KB금융지주가 전임자에 대해 자진사퇴가 아닌 해임 형식을 취한 것은 너무한 처사가 아니냐는 시각도 적지 않다. 정 전 사장이 이 같은 처사에 급하게 금투협회장 선거 출마를 결심했다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정회동 사장이) 업계에서 경력도 화려하고 나름 실적에 대한 자부심도 있었다"며 "아무리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고 하지만 갑작스럽게 해임 결정을 내린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귀띔했다.

정 전 사장 측 인사 역시 "CEO 직위에서 갑작스럽게 물러나게 되면서 출마를 서둘러 결정한 측면이 없지 않다"며 "본인 스스로도 일련의 상황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 전 사장은 퇴임 이후 고문직을 수용해 당분간 KB금융지주 계열에 몸담을 예정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