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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현의 스포츠세상] 단두대 오른 대한민국 체육계

김재현 스포츠칼럼니스트 기자  2015.01.06 15: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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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스포츠의 가장 큰 매력은 정해진 규칙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는 페어플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이런 스포츠의 신성함이 돈과 권력에 뒤엉키면서 퇴색되고 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는 승부조작 및 편파판정, 성폭력, 입시비리, 조직 사유화를 스포츠계에서 반드시 없어져야 할 4대악으로 규정했다.
 
그동안 체육계 비리로 놀란 일이 한두 번이 아니다. 4대 프로스포츠인 축구, 야구, 배구, 농구에서 승부조작 추문이 터졌다. 유도, 빙상뿐 아니라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인 태권도까지 승부조작의 끝을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협회 부회장부터, 심판, 감독, 코치에 이르기까지 부정행위에 연루되지 않은 이를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공정성이 생명이라 할 수 있는 심판까지 판정을 무기 삼아 승부조작에 앞장섰다는 사실은 혀를 내두를 정도다.
 
과거 유도의 추성훈, 쇼트트랙의 안현수 선수가 편파판정 논란 속에 국적까지 포기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토리노 동계올림픽에서 3관왕을 하며 쇼트트랙의 천재라 불리던 안현수 선수가 2011년 돌연 러시아로 귀화해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휩쓸어간 사례는 대한민국 체육계에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언론 보도들에 따르면,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는 부정판정, 파벌주의 등과 같은 대한민국 체육계에 만연해있는 비리 때문이었다. 확실한 이유는 당사자들이 정확하게 밝히지 않는 이상 누구의 잘못인지 알 수는 없다.

하지만 선수관리를 하는 각 체육협회에 무수한 비리가 난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공공연한 사실이었다.
 
아마추어 스포츠라고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태권도협회가 주최한 전국체전 고등부 선발전에서 승부조작으로 패한 전모군의 아버지가 목숨을 끊은 사건이 있었다.

당시 고교 3년생이던 전모군은 5 대 1로 경기를 압도적으로 리드하고 있었다. 그러나 종료를 50초 앞둔 시점에 주심은 전모군에게 무려 7개의 경고를 줬고, 결국 전모군은 납득하기 힘든 반칙패를 당했다.

해당 주심의 편파 판정을 견디지 못한 전모군은 인천에서 서울로 전학까지 갔다고 하니 당시 전모군 부친의 분노를 짐작할 만하다.
 
태권도는 대한민국의 자존심이자, 고도의 수련이 필요한 무예다. 그간 대한민국은 세계 204개국에서 8000만명이 즐기는 태권도의 종주국으로서 그 위엄을 떨쳐왔다. 게다가 태권도는 최근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퇴출될 뻔한 위기를 전 세계 태권도인들의 노력으로 간신히 벗어난 상태다.
 
이 사건을 계기로 정부 주도의 체육계 칼바람은 시작됐다. 이러한 각종 비리 및 부정행위의 뿌리를 뽑기 위해 현 정부는 '스포츠혁신 특별 전담팀'을 출범시켰다. 지금까지 스포츠계는 크고 작은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대통령이 힘을 실어주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대한민국 스포츠계 개혁을 위한 절호의 기회라 필자는 생각한다. 그렇다고 이런 일로 학교체육이 흔들린다거나, 그 동안 대한민국 스포츠발전에 큰 기여를 한 학교운동부의 엘리트 체육이 문제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학교체육은 구조적으로 지도자에 대한 처우가 과거에 비해 열악하다 보니 부모들의 찬조금 등에 의존해야 한다. 적절한 보수나 지원도 없이 지도자의 열정만으로 운동부를 이끌라는 것은 적절한 대처라 할 수 없다.
 
따라서 결산 세부 내역공개 의무화, 승부조작이나 횡령 등 비리 발생 경기단체에는 국가대표 경기력 향상비를 포함한 국고 보조금을 전부, 또는 일부 감액하기로 한 정부의 부정행위 정화작업은 대한민국 스포츠계의 미래를 위해서도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문화체육관광부도 체육특기자 입시비리에 연루된 학교 운동부에는 신입생 모집이나 경기 출전 제한의 징계를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번 기회에 대한민국 체육계의 각종 비리 및 부정행위가 척결되길 바란다.
 
이렇게 부정부패가 만연하는 스포츠 환경 속에서 수많은 세계적인 선수가 나왔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다. 그러나 역으로 생각하면 대한민국의 체육계가 앞으로는 공정하고 깨끗한 시스템에서 작동한다면 훨씬 더 훌륭한 선수가 많이 배출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번을 계기 삼아 대한민국 체육계에 개혁이 이뤄지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김재현 칼럼니스트 / 체육학 박사 / 국립 서울과학기술대 스포츠과학과 명예교수 / 저서 <스포츠마케터를 꿈꾸는 당신에게> <기록으로 보는 한국 축구 70년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