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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존, 전국 소상공인에게 '2015대표 甲질기업'찍힌 까닭

생존가격 이슈 부합 모든 여건 갖춰…범국민운동 가능성도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1.05 18:5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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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희 부부가 10년째 (스크린골프연습장을) 운영하는 동안 늘 어려워지기만 했습니다. 그간 골프존은 180배 성장했다고 하는데 말입니다. 사실은 오늘이 아내 생일인데도 점심 한끼 같이 하지 못하고 이렇게 집회에 왔습니다. (중략) 어려운 시절을 같이 한 저희 점주들의 호소를 외면하지 말아주세요(5일 서울 강남 골프존 본사 앞 집회 현장 단상에 오른 어느 스크린골프연습장 점주)."

소상공인연합회가 2015년 대표적 '공공의 적'이자 속칭 '갑질 기업'으로 골프존을 지목하고 나서 상황 개선 여부에 귀추가 주목된다. 골프존은 스크린골프장에 필요한 기기(시뮬레이터)를 개발하는 업체다.

한때 골프존은 한국 벤처기업 성공 신화의 대표적 모델로 꼽히기도 했다. 필드를 매번 찾지 못하는 시민들에게 골프를 즐길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주목받았으며, 은퇴 후 적당한 창업거리에 목마르던 이들에게 투자할 블루오션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 피고발자로 곤욕을 치르는가 하면 새해 벽두부터 서울 본사 앞에 스크린골프연습장 점주들이 모여 규탄하는 대상으로 전락했다.

점주와 공생하던 벤처기업 '상식 밖 기업으로의 진화'

스크린골프업계 관계자들은 물론 다른 업종의 소상공인들까지 대거 골프존을 성토하고 나선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연평균 수천만원이 넘는 콘텐츠 이용료를 일방적으로 2배 인상시키며 '갑의 횡포'를 남발하고 있다는 이유다.

5일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가 연 집회에는 소상공인연합회까지 연대 참석함으로써 이번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을 예고했다.

이 자리에서 연대성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장은 "현재 스크린골프장은 이미 과포화 상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어떤 프랜차이즈업체보다 많은 5500여개 업체가 개설됐다"며 "(그럼에도) 골프존은 상식적인 영업지역 보호는커녕 한 건물 내에서 위아래로 기기를 판매하는 등 점주들의 생존권을 짓밟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또 "더욱이 이런 상황에서 콘텐츠 이용료까지 배로 올리는 것은 상식 밖의 일"이라고 비판했다.

현재 한국시뮬레이션골프문화협회가 요구하는 사항은 △이용료 100% 인상 계획 철회 △골프존 초대형 직영점 조이마루 영업행위 철회 △침체된 스크린골프시장 활성화 정책 △공정거래위원회 의결에 따른 부당행위 중단 등이다.

콘텐츠 이용료는 골프존이 각 매장에 물리는 것으로, 고객 1인당 2000원이다. 매달 평균 170만원 정도며 골프존이 신규 콘텐츠(즉 비전플러스)를 내놓으면서 이를 고객 1인당 4000원으로 두 배 인상했다. 사용자로부터 징수하면 된다는 게 골프존 논리지만, 사실상 점주들이 대신 부담하는 비용이 되기 때문에 문제라는 비판이 업계에서 나오는 것.

또 조이마루는 K-GOLF의 상징이자 새 골프문화 명소로 탄생될 것이라는 게 당초 전망이었으나, 사실상 일반 매장의 수요를 갉아먹는 어중간한 괴물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대전 및 충청권 스크린골프장들을 고사시킬 악재라는 지적이다.

한편, 공정위는 골프존이 골프시뮬레이션시스템을 판매하면서, 점주들이 인터넷쇼핑몰 등 다른 유통채널로부터 프로젝터를 구입할 수 있는 거래처 선택권을 제한했다며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골프존은 현재 김앤장을 선임해 항소로 다투고 있는 상태다.

생존가격 이슈 정면 배치되는 사회악 규정?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영업자들이 지나친 출혈경쟁으로 생존과 가게 운영에 꼭 필요한 수익 정도는 거둘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이른바, 생존가격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업계의 상황을 빚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지난해 협회 차원에서 생존가격 보장 문제를 띄운 바 있다. 변호사와 경제학자 등을 대거 섭외하고 공청회를 이례적으로 2차례 여는 등 논의를 정교화하는 데 성공했다.

소상공인들이 생존가격을 보장받기 위해 부득이 가격유지행위를 하는 경우라면 일명 공정거래법상 가격 담합 처벌 규정을 적용하지 않게끔 전향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논의를 펼치는 한편, 이런 전례가 미국이나 독일 공정거래관련법제에서도 이미 발견되고 있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 특정 업체가 오히려 구매자(소규모 업주)들을 수탈한다는 논란을 일으키면서 시장을 레드오션화한다는 점이 소상공인연합회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행보로 지목된 것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은 "비전플러스 가격 인상은 이미 출혈경쟁을 하고 있는 스크린골프연습장 업계의 와중에 보호를 하기는 커녕 오히려 착취를 하는 것"이라고 골프존의 행보를 규정했다. 그는 이에 따라 "골프존이 '이 시대 마지막 갑질 기업'"이라고까지 주장했다.

박대춘 소상공인연합회 공동회장도 집회에 참석, 찬동 연설자로 나서 "스크린골프장 사장님들의 경영환경은 갈수록 악화돼서 임대료 등 운영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한다"며 "골프존의 상생정책이 얼마나 미흡한가"라고 따져물었다.

아울러 이 같은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에 대비해 "시민 및 정치권과 힘을 합칠 것이며 범국민운동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로서는 연합회의 한 구성요소인 스크린골프연습장 점주들을 의식한 행보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이번 집회 연대참여로 명확해진 셈이다. 소상공인연합회는 특히 생존가격 논의를 지난 1년간 구축한데다, 이원욱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등 다수의 정치인들이 이 문제에 관심과 소신을 보이고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자신감도 가졌다.

이런 가운데 대대적으로 실력 행사를 통해 실력을 보일 기회에 직면한 셈이다. 무엇보다, 일부 직능단체들의 모임에 불과하다는 냉소적 시각을 일거에 날릴 수 있는 '공공의 이익 확장 기여' 가능성도 높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원군으로 나선 상황이 골프존에게 이전에 겪었던 공정위의 과징금 부과 등 상황 못지 않게 부담스럽게 작용할 수 있다는 성급한 풀이도 이런 까닭에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