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숙 기자 기자 2015.01.05 17:08:50
[프라임경제] 일부 카드사가 새로운 복합할부금융 상품 출시를 준비해 자동차업계와 카드사들의 갈등이 또다시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 상품은 그동안 자동차업계가 카드복합할부금융을 두고 지적하던 '신용공여기간'을 30일로 늘려 복합할부 수수료 인하 압박을 피할 근거를 마련했다. 금융당국 또한 상품에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인 만큼 빠르면 이달 중 상품 출시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러나 자동차업계는 '수수료 인하를 막으려는 꼼수'라며 반발, 복합할부금융 수수료협상은 계속해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카드업계와 현대차는 지난해부터 복합할부금융 수수료를 두고 지속적으로 갈등을 빚어왔다. KB국민카드는 지난해 두 차례 협상을 미뤄가며 협의한 결과 1.85%이던 수수료율을 체크카드 수수료율 수준인 1.50%로 내리기로 합의했다.
BC카드의 경우 현대차와 합의에 결국 실패해 복합할부금융 신규 취급을 중단했다. 현대차는 BC카드에 복합할부 수수료율을 현행 1.9%에서 BC카드 체크카드 수수료율인 1.3%로 낮춰달라고 요구했고 BC카드는 KB국민카드 수수료율과 같은 1.5%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양사는 결국 수수료율에 합의하지 못해 지난 4일부터 BC카드 고객들은 현대차를 복합할부금융을 통해 구입할 수 없게 됐다.
현대차와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 협의가 어려움을 겪자 오는 2월과 3월 복합할부금융 수수료 협상을 앞둔 신한, 삼성 등 일부 전업계 카드사들은 새로운 복합할부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새로운 복합할부금융 상품은 할부금융사의 대출시점을 통상적인 카드대금 결제일인 1개월 후로 변경한 것이며 일반 카드 거래 방식과 같다. 기존 복합할부 상품은 고객이 현대차로부터 자동차를 구입하면 이틀 뒤 카드사가 대금을 현대차에 선지급하는 것은 같지만 나흘 후 카드사가 고객 명의로 캐피탈 등 할부금융사의 대출을 일으켜 돈을 돌려받는다.
현대차는 그동안 복합할부금융 상품 구조에서 카드사가 신용공여 및 대손관련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데도 1.9%의 수수료를 챙기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해왔다.
카드사 한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캐피탈사와 협의를 거쳐 금융당국 심사를 넣었다"며 "새로운 상품은 그동안 지적돼왔던 신용공여기간을 개선하고 기존 복합할부금융에 캐시백, 이자면제 등의 혜택을 추가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금융당국 또한 카드사의 새로운 복합할부금융 상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융감독원 한 관계자는 "새 복합할부금융 상품은 일반적인 카드 결제와 큰 차이가 없어 인가사항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며 "일부 카드사들은 이달 내 출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협의가 거의 끝나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대차 등 자동차업계가 카드업계의 새로운 복합할부금융 상품 출시에 반발하는 만큼 앞으로 남은 수수료 협상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복합할부금융 상품은 태생적으로 비정상적인 상품"이라며 "현대차와 국민카드가 장기간 협의 끝에 합리적인 수수료율을 찾았는데 일부 카드사가 다시 그간 지적된 신용공여기간을 개선해 상품을 출시하는 것은 말장난하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소비자들도 당장에는 이득을 볼지 모르겠지만 복합할부금융 수수료율로 자동차업계의 영업이익률이 줄어들면 결국 자동차값 인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카드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업계의 지적을 받아들여 카드사에서는 부담을 감수하고 최대한 상품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며 "고객 혜택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하는 만큼 수수료협상이 원활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