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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동부증권 "동부건설 회사채 다 팔았다"

총 430억 인수 직후 기관·개인에 팔아…정크본드 폭탄 돌리기?

이수영 기자 기자  2015.01.05 16:0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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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법정관리 기로에 선 동부건설로 인해 증권사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최소 1500억원의 이익을 보게 된 KTB 프라이빗에쿼티(이하 KTB PE)의 모기업 KTB투자증권은 호재를 맞은 반면 지난해 동부건설 회사채 인수에 나섰던 유진투자증권과 동부증권은 바짝 긴장하고 있는 것.

총 430억원 규모의 동부건설 회사채를 떠안았던 이들은 인수 직후 해당 물량을 모두 외부 투자자에 넘겼다며 피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 이후 정크본드 수준까지 가치가 급락한 동부건설 회사채를 처분하기 위해 이들 증권사가 일부 손해를 감수했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문제의 회사채가 '폭탄 돌리기'식으로 시장에서 유통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생긴다.

심지어 일부는 개인투자자 몫으로 돌아갔다. 현재 당국이 파악한 동부건설 회사채의 개인 보유량은 235억원(개인 907명·227억원, 법인 12개사·8억원) 규모다.

◆유진 "전량 기관 매출" 동부 "기관, 개인에 판매"

금융위원회 등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동부건설 회사채 2330억원 중 발행 잔액은 1360억원이며 83%에 달하는 물량은 금융기관이 보유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작년 동부건설 회사채 총액인수를 맡았던 △산업은행 400억원 △유진투자증권 230억원 등이며 동부그룹 계열인 △동부증권(200억원)과 △동부화재(127억원) △동부생명(287억원) 등도 물량을 받아갔다.

이 중 유진투자증권과 동부증권은 해당 회사채를 인수 직후 처분했다고 전했다.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2월(430억원)과 6월(400억원) 동부건설의 회사채 발행 주간사로 참여해 총 230억원을 인수했다. 동부증권은 같은 해 2월28일 발행된 430억원 가운데 200억원어치를 가져갔다.

이와 관련 유진투자증권 관계자는 "발행주간을 맡으면서 인수했던 회사채는 곧바로 기관매출을 통해 모두 처분했다"며 "처음부터 보유나 투자 목적이 아니었기 때문에 전량을 외부 기관투자자에게 넘겼다"고 제언했다.

동부증권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이 증권사 관계자는 "동양사태를 전후해 계열사 회사채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 금융당국의 점검이 상당히 까다롭다"며 "인수한 회사채는 모두 외부 매출로 처리해 지금은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이 인수한 회사채 전량을 기관투자자에게 넘긴 것에 비해 동부증권은 개인투자자에게도 동부건설 회사채를 일부 판매했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동부증권 관계자는 "우리가 회사채를 인수하고 양도했을 당시는 동부건설 회사채 등급이 나쁘지 않았다(최저 -BBB)"며 "불완전판매 논란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동부건설 회사채 헐값 '매각설 솔솔'

각 증권사마다 관련 손실은 없다고 강조하지만 업계의 눈총은 따갑다. 동부건설이 지난해 초 1163억원의 영업손실과 175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한 것을 위시해 동부그룹의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인수단으로 나선 증권사들이 해당 회사채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했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실적발표 이후인 2014년 4월 국내 신용평가사들이 동부건설의 등급전망을 잇따라 하향조정했고 그해 6월 포스코가 동부 패키지 인수를 포기하면서 동부그룹 계열사의 회사채 가격은 일제히 급락했다. 동부건설의 경우 같은 달 26일 회사채 가격이 전일대비 25.48% 주저앉았다.

지난해 6월 이후 동부건설 회사채 거래 현황을 살피면 이 같은 우려는 더욱 구체화된다. 채권 정보 전문사이트 코리아본드웹 자료를 보면 2014년 6월 동부건설 회사채 수익률은 27.13%(2713bp)에 달했고 9월에는 44.32%(4432bp·이상 민평 평균)로 치솟았다.

채권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만큼 채권수익률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회사채 가격이 폭락했다는 뜻이다. 해당 기간 거래건수는 2500여건에서 6500여건으로 2배 넘게 급증했고 법정관리 신청 소식이 알려진 이달 들어서는 bp수치가 1만6000을 넘어섰다.

일각에서는 문제의 회사채가 처분되는 과정을 외부에서 알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헐값 매각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회사채 매출과 관련해서는 개별 금융기관의 내부 정보라 파악이 쉽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동부건설 회사채의 금리 변화를 보면 정크본드급을 넘어선 '폭탄 돌리기'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으로 봐야한다"는 견해를 내놨다.

이 관계자는 또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빼더라도 증권사들은 리테일채권 부문에서 상당 금액을 DC(할인)해 물량을 털었을 가능성이 크다"며 "동부건설의 법정관리 여부가 이달 말께 결정되는데 이에 대한 손실은 적어도 3월 이후에나 재무제표에 드러나는 만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KTB투자증권은 오랜만에 '꽃놀이패'를 쥔 형국이다. KTB투자증권의 100% 자회사인 KTB PE는 지난해 5월 큐캐피탈파트너스와 함께 3000억원에 동부익스프레스를 인수한 바 있다.

당시 매각 가격은 4500억원대에 육박했지만 TB PE는 동부그룹의 경영권을 유지해주고 향후 동부건설에 인수 우선권을 주는 콜옵션을 부여하며 1500억원가량의 가격할인 혜택을 받았다. 그러나 동부건설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정도로 재무상황이 악화되면서 콜옵션과 관련한 매각 제한 조항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결국 KTB PE로서는 해당 지분을 제3자에 매각하는 길이 열리게 됐고 시세차익을 키울 카드가 늘어난 셈이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로지스틱스 지분 89%를 일본 오릭스에 6000억원에 넘겼고 동부익스프레스 역시 비슷한 수익률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