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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생' 디테일 속 유일한 옥에 티 'ID카드'

ID카드 하나로 중견기업 이상급 애사심 끌어올리는 방법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기자  2015.01.05 10: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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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해 최고의 화제작으로 꼽히는 드라마 '미생'은 완벽에 가까운 디테일로 완성도를 인정받은 바 있다. 모 예능 프로그램에서 '미생'의 유일한 옥에 티는 배우 강소라의 '비현실적인 몸매'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다. 그런데 최근 곱씹어보니 완벽한 디테일에서 또 하나의 빈틈이 있었다. 바로 모든 직원이 차고 나왔던 ID카드에 회사 로고가 없다는 점이다.

사무실 밀집지역인 강남 테헤란로에서 대기업, 중견기업, 중소기업 직원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ID카드 착용과 목걸이 줄에 회사로고가 인쇄됐는지 여부다. 누군가 ID카드를 차고 다닌다면 최소한 중소기업 이상, 줄에 회사로고가 있다면 중견기업 이상 직원이라고 판단하면 거의 오류가 없다. ID카드는 일정규모 이상의 직원이 있어야 발급하고 줄에 로고까지 새기려면 회사로서는 적잖은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2008년 대학 강단을 떠나 처음 사업을 시작했을 때 가장 고민했던 것이 직원 채용이었다. 금방 창업한 보잘 것 없는 회사에 우수한 직원이 지원할리 만무한 탓에 고민이 많았다.

온라인 홍보와 브랜딩에 남다른 감각과 노하우를 가졌다고 자부하는 필자는 전문성을 십분 활용해 ‘직원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을 몇 개 만들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ID카드와 '로고 박힌 줄'이었다. 이외에도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아이폰과 아이패드, 아이맥 등 최신 IT기기 지급과 직원 모교에 입사 축하 플랜카드 게시, 언론에 직원 이름 알리기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덕분에 신생 중소기업임에도 500대 1이라는 경이적인 경쟁률을 기록했다. 입사경쟁률 만큼은 대기업 부럽지 않았던 셈이다. 필자의 회사가 온라인 평판 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거래처 중에는 매출 규모도 크고 직원 연봉도 높지만 직원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부분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낄만한 장치들이 없는 경우였다.

이들에게는 직원들이 자부심을 느끼게 만드는 것이 돈을 가장 적게 들이는 노하우라고 조언했다. 예컨대 ID카드에 교통카드 기능을 넣으면 자연스럽게 몸에 지니며 수시로 꺼내게 되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때마다 자부심이 높아질 수 있다. 이렇게 작은 디테일이 큰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물론 회사 로고가 박힌 ID카드가 만능은 아니다. 이외에도 회사 브랜드 제고와 다양한 복지혜택, 임직원 간의 스킨십, 가족적인 분위기 등 직원의 애사심을 끌어낼 수 있는 요소들이 많다. 이런 애사심 유발 요소와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장치들이 결합될 때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드라마 '미생'의 김원석 PD와 정윤정 작가는 1년여간 브레인스토밍을 한 후 대기업 문화의 실체를 공부했다고 한다. '미생'의 보조작가 2명은 아예 무역회사에 출퇴근하며 세세한 디테일에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덕분에 작품은 어떤 드라마보다 생생한 현장감을 만들어 냈다. 하지만 ID카드와 로고 박힌 줄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입장에서 드라마 속 밋밋한 ID카드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비단 '미생'뿐 아니라 대부분의 한국 드라마에서 대기업 직원으로 등장하는 이들의 ID카드 줄에는 회사 로고가 없다. 드라마 제작비용이 수십억원을 웃도는데 고작 로고 제작비용 몇 십만원을 아끼려고 싸구려 소품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미생'의 성공 요인 중 하나는 바로 디테일이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편안하게 작품을 즐기고 감동 받았다. 드라마의 성공요인을 대한민국의 수많은 피디, 작가들이 벤치마킹할 것이다. 아울러 대기업 직원들 얼굴만큼이나 많이 등장하는 ID카드 줄에 로고를 새기는 세심한 배려도 잊지 말았으면 한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