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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서민금융 '정부 실패' 막을 '플랜B'는?

'직접 노젓기' 올인보다 중개 등 '거버넌스' 필요

임혜현 기자 기자  2015.01.05 08:5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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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저유가와 미국의 양적완화 중단, 여전히 아베노믹스를 고집하는 일본의 상황 등 대형 이슈들이 글로벌 경제 상황을 요동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2015년 한국 경제가 샌드위치 신세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좀처럼 경제가 회복되지 못한다면 서민경제부터 어려움에 빠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등 정부에서도 이 같은 상황에 대비, 각종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특히 서민금융 사정이 더 이상 악화되도록 방관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에 당국자들의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서민금융진흥원을 출범시키는 등 현재 흩어져 있는 서민금융 관련 기능과 기구들을 하나로 묶는 안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세모에 정부가 휴면예금관리재단법 개정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킴으로써 곧 국회에서 본격적 논의처리가 될 예정이다(이 과정에서 서민금융 생활 지원에 관한 법률로 확장개편될 전망). 이에 따라 서민금융진흥원은 세부적인 조직 구성 등 처리를 통해 금년 하반기에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저리 자금대출·신용보증·채무조정 지원(협약방식 및 채권매입 방식) 뿐만 아니라 종합상담·금융상품 알선, 공적 채무조정 연계 등 다양한 서민금융지원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하지만 일괄기구로 서민금융의 기능 전체를 묶어 직접 일을 처리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식인지에는 이견이 있어 실제 출범 단계까지 치열한 고민이 따라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이해상충 논란은 부수적…'정부실패'로 질주?

서민금융진흥원이 구상 단계부터 가장 많이 지적받았던 문제로 한 기구 안에서 모든 일을 할 때 빚어지는 일명 채무조정과 대출 간 '이해상충' 가능성이 꼽혀 왔다.

물론 이것도 큰 '존재모순'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이 같은 논리적이고 이상적인 문제 이상의 검토 과제가 있다. 실제로 대국민 서비스 모델로의 안착이 가능한지 즉 '생존의 문제'가 더 절실하게 검토돼야 한다는 현실론은 제대로 조명되고 있지 않은 실정이다.

독점기관화 우려, 재원의 지속가능성 여부가 그것이다.

우선 앞으로도 서민금융 사정이 전반적으로 악화되고 재원을 마련해도 이를 갉아먹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감사 자료를 모아 분석한 바에 따르면 이미 정부의 4대 서민금융 상품(미소금융·햇살론·새희망홀씨·바꿔드림론)의 총연체금액이 지난 6월 말 기준 1조선을 상회하고 있다.

바꿔드림론과 햇살론의 '대위변제율'(금융회사가 자금을 대출한 뒤 부실이 발생하면 보증제공기관이 대신 갚는 비율)도 각각 20.7%, 9.4%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금융의 중심격인 '시중은행'에서는 이 같은 서민금융상품 취급 자체를 꺼리고 있다.

11월 기준 금융감독원 등 자료를 종합하면 새희망홀씨와 바꿔드림론 매출이 은행 전체 대출상품의 매출에서 홀대받고 있다. 16개 은행 가운데 2012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관련 매출 비중을 줄인 곳은 7곳이었다. 두 상품 매출을 합쳐도 1% 이하에 불과한 은행이 10곳 중 9곳에 달했다.

이른바 '시장실패'가 발생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해법은 양갈래로 나눠볼 수 있다. 당국이 문제의 창구를 하나로 묶어 직접 노를 젓는 방식으로 나서는 것과 서민금융 공급체계의 실효성을 한층 높이도록 개편을 시도하는 것이다.

서민금융진흥원 구상은 전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처럼 현재 상황을 '시장실패'로만 보고 당국이 직접 개입하는 게 낫다고 단언할 만큼 현재 상황이 쉬운 게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실제로 '시장실패'인지 아니면 '정부실패'인지를 면밀히 검토한 뒤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경우든 '민간과 협력' 노하우 '사장 우려' 막아야

시장실패를 막으려면, 집행매커니즘과 조직 등이 총체적으로 포함된 시장제도가 필요하다. 시장제도가 시장을 효율적으로 운용될 수 없도록 구성되어 있거나 제도가 있더라도 제대로 운용되지 못하면, 시장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금융은 규제산업이기 때문에, 특히 과거부터 한국의 금융은 당국의 경제개발계획 와중에 일선'기관'처럼 활용돼 온 역사가 깊기 때문에 금융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당국의 역할과 실패를 빼고 문제를 분석해서는 전체 그림을 보기 어렵다.

그러므로, 현재의 서민금융에서 나타나는 오작동이나 시장의 기능적 실패는 사실 전형적 시장실패라기 보다는 정부의 간접 플레이가 실패한 것으로 보는 게 옳다. 사실상 정부실패인 셈이다.

이런 상황에서 시장실패의 외형을 치료하려 당국의 직접적 개입과 역할을 키우는 것은 정부실패의 확장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므로 정책성 서민금융을 통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견딜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높더라도 모든 일을 하나의 몸통이 하는 것보다는, 분업화와 외부와의 협력이 오히려 더 높아진다고 해석할 수 있다.

소득계층별 복지, 정책성 서민금융, 민간 서민금융 등으로 업무를 계층화해 서민금융 공급체계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민금융진흥원이 서민금융정보집적 등 인프라 구축이나 자활지원 등 질적 지원 등에만 주력하고, 민간 서민금융회사와의 연계는 별개의 조직을 유지해 더욱 강화하는 방안은 이런 맥락에 따르면 가장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례로, 금융기관들의 자금 분담으로 세워진 공적회사인 한국이지론은 직접 노를 젓는 대신, 노를 저어나갈 방향만 거버넌스해 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민간과의 협력 노하우 극대화에 가장 근접한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즉 이 회사는 서민금융 활성화라는 공공적 문제를 풀기 위해서 '중개(연결)'라는 가장 '간접적'이고 '시장친화적'인 방법을 통해 기여한다. 금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제도권의 금융회사 대출상품을 골라 연결하며, 일부 은행 및 저축은행에서는 최소 0.2%p~최대 5%p까지 고객에게 금리 인하 혜택을 제공해 왔다.

2012년 9월 상근대표 체제 전환 이후 283억원(2012년)이던 대출중개 규모도 1405억원(2014년)으로 껑충 뛰는 등 실제 기여규모도 급등하고 있다.

서민금융의 모든 것을 하나로 합치는 것보다는 총괄사령탑 아래 다양한 자회사나 FT 등을 병렬시키는 유기적 구조를 고민할 때라는 지적은 그래서 나온다. 민간과의 협력 노하우를 쌓거나 이미 확보된 노하우 자산은 계속 유지하는 식이 아니면 최상의 답을 기대하기 어려운 시대가 이미 서민금융 영역에 도래했는지 계산해 볼 시점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