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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조현아와 대한항공의 마지막 승부수

'추락' 에어아시아, 주가 급락에도 온라인 평판은 선방한 이유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기자  2014.12.31 11:4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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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명 '땅콩 회항'으로 물의를 빚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새해를 이틀 앞둔 30일 결국 구속됐다. 재벌 3세의 구속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의기양양하다. 온라인 평판에서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동정론은 찾아보기 힘들고 다수의 누리꾼들은 인과응보이자 자업자득이라며 통쾌해 하고 있다.

앞서 28일에는 승객과 승무원 162명을 태운 말레이시아 저가 항공사 에어아시아 여객기 추락 사고가 있었다. 지난 3월과 7월에도 말레이시아항공(MAS) 여객기 실종 및 피격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동남아시아 항공사에 대한 우려가 커진 상황이었다.

추락한 여객기에 탑승한 우리나라 국민 3명이 실종된 것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에어아시아에 대한 원색적인 비난보다는 동정과 무사 귀환을 바라는 목소리가 더 크다.
 
반면 주식시장에서는 에어아시아보다 대한항공의 선방이 돋보였다. '땅콩 회항' 사태 이후 약 3주간 대한항공 주가는 2.8% 상승한 것에 비해 에어아시아의 주가는 3년 만에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곤두박질쳤다. 항공사의 본질적 기능은 안전인데 대한항공은 2000년 이후 한 번도 사고가 나지 않았다는 점이 주목받은 것이다.

토니 페르난데스 에어아시아그룹 회장은 지난 10일 웨스틴조선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중 "한국인이 매우 좋아하는 허니버터칩을 소주와 함께 제공할 계획"이라면서 "그릇에 담지는 않고 봉지 채 줄 것"이라고 말해 대한항공을 우회적으로 비꼰 바 있다.

페르난데스 회장이 남의 불행을 자사 마케팅에 이용하며 동업자 정신을 간과한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누리꾼들은 이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조현아 전 부사장과 대한항공에 대한 비호감이 애국심마저 무력화시킨 것이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누리꾼들의 융단폭격에 비하면 비슷한 시기에 발생한 수원 팔달산 토막살인범 박춘봉에 대한 비난은 애교 수준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왜 누리꾼들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을 그토록 싫어할까?

무엇보다도 조 전 부사장이 은수저를 물고 태어난 원죄(?)가 있기 때문이다. 은수저란 '부와 명예는 물론, 아름다움과 건강을 물려받고 태어났다'란 의미가 있는데 조 전 사장은 이에 가장 걸맞은 인물 중 한 명이었다.

명문 코넬대 호텔경영학 학사 학위를 받았고 173cm의 늘씬한 키에 비교적 수려한 외모는 모든 이의 부러움을 자아낼 만했다. 조 전 부사장에 대한 대중의 시기·질투가 필요이상의 공격을 유발했다는 얘기다.

여기에 대한항공의 온라인 위기관리 실패가 단단히 한몫을 했다. 지난 15일 임원회의에서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이 지적했듯 대한항공 위기대응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고 선제적 위기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대한항공의 '조현아 구하기'가 오히려 조 부사장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은 셈이다.

여론이 악화된지 만 하루 만에 나온 사과문은 오히려 대중의 공분을 샀고 대한항공으로서는 더 이상의 퇴로조차 막힌 모양새다. 대한항공과 조 전 부사장에 대한 여론은 작년 남양유업 사태와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악화된 상황이다.

필자는 이를 산불에 비유해 설명하고자 한다. 작은 불씨로 시작된 산불이 산 전체와 인근 인가를 덮치는 조 전 부사장에게 향했던 비난 여론이 대한항공을 전소시킬 수도 있는 형국이다. 조기 진화에 실패했다면 결국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고 맞불작전이 필요하다.

남양유업 사태는 온라인 평판 관리의 전형적인 실패 사례로 꼽힌다. 대리점주에게 거의 모든 것을 양보하고도 주가는 반토막났고 회사 대표와 오너가 기소되는 비운을 맞았다.

줄 거 다 주고 뺨은 뺨대로 다 맞은 격이다. 여론에 밀려 어쩔 수 없이 한 양보와 사과는 최선이 아니라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남양유업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 지금이라도 선제적으로 진정성 있는 사과와 양보를 결심할 때다.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