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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경제계 10대 사건] 기업몰락·여론뭇매·구속수감 '오너일가 수난시대'

STX·웅진·동양 몰락에 재계 충격…카드정보유출에 '땅콩리턴' 비롯, 전 국민 '멘붕'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2.31 11: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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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60년 만에 한 번 온다는 갑오년(甲午年) 청마해 시작 즈음에는 달리는 말처럼 힘찬 발전에 대한 기대가 가득했다. 그러나 국내기업들에게 올 한 해는 도약을 위해 몸을 추스르고 내실을 다지는 기간이 된 해였다.

연초부터 대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 조사를 받았고, 아직까지 재판이 진행 중이다. 삼성은 이건희 회장의 장기 입원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 체제로의 조직 개편에 힘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한전부지 매입 이슈로 주가가 곤두박질쳤지만 정몽구 회장의 뚝심 있는 결단이라는 위로가 그나마 설득력 있다. 

STX, 웅진, 동양은 몰락했고, 한화 김승연 회장은 삼성과의 빅딜 카드를 들고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오랜만에 날아든 기업 간 빅딜 소식에 시선이 쏠리는가 싶더니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땅콩 회항' 사건이 터졌다. 국민들은 몰상식한 오너일가의 행태에 분노를 터뜨렸다. 

다사다난했던 2014년을 보내며 프라임경제는 올해 경제 10대 뉴스를 선정했다.

[1] 금융권 최대 사건 '카드사 정보유출' 

올해 금융권의 최고 사건은 카드사 정보유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KB국민·롯데·NH농협' 대형 카드 3사가 1억400만건의 개인정보를 대출모집업체에 유출시킨 사건은 올해 시작부터 전 국민을 집단 '멘붕'에 빠뜨렸다.

이번 사고는 카드사가 외주업체에 용역을 맡기면서 기본적 보안 절차를 지키지 않은 데 그 원인이 있으며 개인정보 불법 거래시장이 존재하는 등 제도와 관행상 문제에도 기인한다.

금융당국은 솜방망이 처벌과 안일한 대처가 정부유출 사고 재발의 주범이라는 비판을 받고 대대적인 현장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3개 카드사의 최고경영자가 모두 옷을 벗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고, 금융사는 물론 사회적으로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강조됐다.

하지만 1년이 지난 지금도 후유증은 계속되고 있다. 정보유출 피해자들의 집단소송이 이어지면서 법정공방도 '현재 진행형'이다.

[2] 한국은행, 기준금리 2% 유지

은행 예금금리 1%대 시대가 도래한 것도 눈에 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8월과 10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에 걸쳐 0.5%P 인하했다. 이에 따라 한은 기준금리는 2.5%에서 2% 수준으로 내려갔으며, 예금 가입자가 세후 수령하는 정기예금 금리는 1%까지 추락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 초 예상한 것에 비해 경기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어 경기 모멘텀을 살리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정부가 경기부양을 강하게 추진하는 가운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의 조화를 위해 기준금리를 내린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기준금리를 0.5%P나 내렸음에도 경기는 여전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오히려 지난 8월부터 11월까지 은행 가계대출이 22조원이나 늘어나는 등 가계부채 급증세가 일어났다.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를 연 2%로 2개월 연속 동결한 상황에서 내년 중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할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3] STX·웅진·동양그룹 몰락

몇 해 전부터 유동성 위기에 허덕이던 STX와 웅진, 동양그룹은 올해부터 재계 상위권 명부에서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매년 공개하는 상소출자제한 기업집단 지정현황 목록에서 제외된 것.

STX그룹은 2001년 쌍용그룹에서 떨어져 나온 쌍용중공업을 모태 삼아 설립된 기업이며 인수합병으로 덩치를 불리며 한때 재계 11위까지 올랐다. 하지만 유럽 재정위기에 주력사업이었던 조선과 해운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자수성가 신화로 유명한 강덕수 회장의 어깨가 내려갔다.

웅진그룹은 2007년 극동건설을 무리하게 인수하면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모기업인 웅진이 자금을 지원했지만 회생 가능성은 보이지 않았다. 버티다 못한 웅진은 결국 기업회장절차를 신청했고, 윤석금 회장의 성공스토리도 결국 막을 내렸다.

동양그룹은 지난해 재계순위 38위에 이름을 올렸지만 만기를 앞둔 기업어음과 회사채를 상환하지 못했다. 이 탓에 동양을 비롯해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네트웍스 등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주요 계열사 및 보유자산을 처분하면서 순위 밖으로 밀려났다.

[4]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 '땅콩 회황'

2014년을 한 달 남겨두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반기업 정서를 자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른바 '땅콩 회항'이 바로 그것.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 뉴욕 JFK 공항에서 인천으로 출발하는 KEO086항공기에 올라 승무원이 서비스 매뉴얼을 준수하지 않은 점을 지적해 탑승교를 떠난 항공기를 돌려세워 사무장에게 폭언을 하고 항공기에서 내리게 했다.

초기 미온적 대처와 부적절한 사과로 논란은 더욱 커졌고, 사회적 비난여론까지 일었다. 소비자들을 대한항공 불매운동을 전개했다. 나아가 국토교통부는 인천-뉴욕 노선 운항정지 및 과징금 부과 등의 행정처분을 검토했으며, 검찰은 조 전 부사장에게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5] 한화-삼성 빅딜…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간 첫 거래

지난달 26일 한화그룹은 삼성테크윈, 삼성종합화학, 삼성토탈, 삼성탈레스에 이르는 삼성 계열사 4곳을 1조9000억원에 인수키로 결정했다. 이 거래는 1997년 IMF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 간 진행한 첫 번째 '자발적 빅딜'이다.

삼성 계열사 4곳을 한꺼번에 인수하게 된 한화그룹은 자산을 37조원에서 50조원까지 늘렸고, 재계 서열 역시 한진그룹을 제쳐 10위에서 9위로 한 단계 올라가게 됐다.

재계는 이번 빅딜로 삼성과 한화 모두 '윈윈'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특히, 한화그룹은 이번 빅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 아니라 지난 60여년 한화그룹의 역사에서 그룹 성장의 모태가 된 방위산업과 석유화학산업의 위상을 국내 최대 규모로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삼성의 경우, 화학계열사와 방산 계열사를 매각하면서 전자 등 주력사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화학 계열사 매각으로 1조9000억원 규모의 대금을 확보하게 된 삼성의 대금 활용처는 아직 명시되지 않았으나 삼성이 추진방침을 세운 신수종사업에 투자 재원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6] 현대차그룹 10조5500억 배팅…한전부지 차지

서울 강남의 마지막 노른자위 땅 한국전력 부지를 두고 국내 1위 기업 '삼성'과 업계 1위 '현대차'가 격돌, 현대차가 한전부지의 새 주인으로 최종 결정됐다. 놀라운 사실은 현대차가 한전에 써낸 입찰금액이다.

현대차는 10조5500억원이라는 천문학적 금액을 베팅했다. 이 금액은 삼성이 제출한 입찰가인 4조원(업계 예상) 대비 약 2.5배 이상, 부지 감정가인 3조3346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이와 관련 현대차 측은 "통합 사옥건립이라는 현실적 필요성과 글로벌 경영계획, 미래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한 결정"이라며 "각 사별로 부담도 크지 않고, 오히려 미래가치는 충분하다"고 제언했다.

현대차의 입장처럼 새로운 본사 사옥을 세워 한국 자동차 산업에 걸맞은 복합 문화타운을 만든다는 점에서는 희소식이지만 무리한 베팅으로 현대차 주가가 하락하고 인수자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7] 우리은행 매각 실패…민영화 무산 

정부는 올해 의욕적으로 우리금융그룹의 민영화를 추진했다. 상반기까지는 그룹 소속 지방은행과 증권 계열사 매각에 성공하면서 성공을 거두는 듯했지만 가장 중요한 우리은행 매각에 잇따라 실패하면서 민영화는 또 무산됐다.

지난 11월28일 마감된 우리은행 네 번째 매각 예비입찰에 참가한 기업은 중국안방보험 한 곳뿐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에는 적극적이던 교보생명이 막판에 발을 빼면서 유효경쟁 불성립으로 우리은행 매각이 무산된 것.

이와 관련 업계는 "정부가 우리은행 지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으려는 생각에 너무 무리했다"고 짚었다.

여기에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우리금융 민영화의 마지막 마무리가 쉽지 않았다"며 "우리은행 매각을 내년에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12년을 끌어온 우리금융 민영화가 내년에는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8] 경영진 내홍으로 수장 교체한 'KB사태'

KB금융그룹에는 올해 내내 거센 태풍이 몰아쳤다. KB국민카드는 연초부터 '카드 사태'로 곤욕을 치렀고, 그 여파가 가라앉기도 전에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과 이건호 KB국민은행장 두 최고경영자 사이에 격한 내부갈등이 터졌다.

발단은 국민은행의 차세대 전산(IT)시스템 도입 문제에 있었다. 임 회장은 유닉스 시스템으로 바꾸자는 입장을 내비쳤고, 이 행장은 기존 IBM 메인프레임을 유지하고 싶어 했다.

국민은행 이사회에서 유닉스 시스템으로의 전환을 결의했지만, 이 행장은 이를 납득할 수 없었고 금융감독원에 검사를 요청하면서 사태는 눈덩이처럼 커졌다.

결국 두 사람은 모두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이후 이 행장은 스스로사표를 냈고, 임 회장은 끝까지 버티다가 KB지주 이사회가 CEO 해임을 의결하면서 밀려났다.

현재 KB금융그룹은 윤종규 KB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을 맞아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등 내부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9] 이건희 삼성 회장 장기 입원

지난 5월10일 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곧바로 인근 순천향대병원에서 긴급 심폐소생술을 받은 덕에 최악의 사태는 면했지만 현재까지 의식이 완전히 돌아오지 못한 채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이 회장의 건강 회복은 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이 회장은 심장과 폐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은 완벽하게 정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각종 자극에 대한 반응 역시 나날이 나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사소통을 하는 단계는 아니지만 사람과 눈을 맞추고 손발을 움직이는 등의 반응 횟수가 점차 늘고 있다고.

이 회장이 쓰러진 이후 장기 입원으로 이어지자 삼성그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경영 전반을 진두지휘하는 '이재용 시대'를 맞게 됐다.

[10] 격변하는 삼성 '이재용 시대'

이 회장의 입원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에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랐고 예상은 적중했다.

빠른 시간 내에 그룹 지배구조에 엄청난 변화가 전개됐고,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전자 계열사들이 속속 재편됐다.

특히, 삼성이 그간 상장계획을 전면 부인하던 두 곳이 증시에 전격 상장되면서 시장이 요동쳤다. 11월 삼성SDS, 12월에는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제일모직(옛 에버랜드)이 시장에 공개되면서 이 부회장은 막대한 상장 차익을 거뒀다. 이로써 경영권 승계를 위한 자금은 이미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부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절차가 곧바로 이뤄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황. 이와 관련 삼성 측은 계열사 상장은 경영상의 전략적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