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코스피가 2014년 마지막 거래일을 하락장으로 마무리하며 아쉬운 한해를 마쳤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연평균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탓에 잔뜩 가라앉은 분위기지만 특히 개인투자자자, 일명 '개미'들에게는 더욱 추운 1년이었습니다.
28일 한국거래소(이사장 최경수·이하 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사들인 20개 종목 중 18개 종목의 주가가 꺾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최대 순매수 종목이었던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1년 동안 무려 53%, 45.3%나 급락한 것을 비롯해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에는 대우조선해양(-44.9%), 한화케미칼(-43.2%), SK이노베이션(-40.0%), OCI(-57.7%) 등 유독 조선·화학·정유 관련주가 많았습니다. 이들 모두 올해 대규모 손실과 업황부진에 시달렸지요.
반대로 개인이 순매도한 상위 20개 종목 중 16개는 주가가 올랐고 이는 고스란히 외국인의 수익률 선방에 일조했습니다. 흔히 개인과 외국인은 청개구리식 투자를 하니까요.
수많은 개미들이 올해도 눈물을 흘린 가운데 거래소는 29일 내년 증시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개편안은 총 12가지인데 핵심은 투자자와 보호와 유동성 확보에 맞춰져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기존 ±15%였던 가격제한폭을 ±30%로 확대한 것과 공매도 잔고 공시제도입니다. 투자자들은 거래소가 내놓은 공매도 관련 공시제도에 특히 기대를 품고 있습니다.
공매도는 주식이나 채권을 갖고 있지 않지만 제3자에게 빌려 매도하는 것을 말하고 주로 초단기 매매차익을 노리는 투자기법인데요. 특정 종목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될 때 공매도 주문을 내고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다시 사들여 차익을 챙기는 것을 뜻합니다.
문제는 공매도가 인위적으로 주가를 조작하는 '작전'에 이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고 개인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이를 악용하는 투자주체가 외국인이라는 혐오심리가 강한 상황이라는 겁니다. 그동안 유언비어나 악의적인 풍문을 퍼트려 일부러 주가를 떨어뜨리고 막대한 수익을 쓸어가는 사례가 종종 있어왔거든요.
재작년 코스닥 대장주로 군림했던 셀트리온 오너가 '경영권 매각'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내걸면서 공매도와의 전쟁을 선포한 것을 시작으로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세력 퇴출 작전은 치열하게 진행돼왔습니다. 최근에는 중국원양자원 소액주주들이 자발적인 대차 거부 운동을 벌이면서 주가방어에 성공한 것도 악의적인 공매도 세력에게서 거둔 승리로 꼽힙니다.
투기적 공매도에 대해 상당수 개인투자자들이 폐지 서명운동까지 벌일 정도로 인식이 악화된 상황에서 결국 거래소가 나서 내년부터 공매도 잔고를 공개하는 공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는데요. 공매도 투기세력에 대한 제어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지 2년여 만에 실체화된 제도가 나온 셈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전일 거래내역 상위종목(5%)과 VI 발동내역 등을 장종료 후 투자자에게 제공하는 내용이지요.
하지만 개인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합니다. 금융당국이 올해 초 내놓은 '공매도 잔고 보고제도'가 여전히 국회에 발이 묶여 있는데다 롱숏 플레이가 일상화된 외국인투자자의 공매도 전략을 원천 봉쇄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입니다.
'공매도 잔고 보고제도'는 특정 기업의 발행주식 총수대비 0.5%가 넘는 공매도 잔고를 보유한 투자자의 경우 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는 게 골자입니다. 직접적인 처벌 의미는 없지만 공시의무를 지움으로서 무분별한 공매도 투자를 억제하는 게 목적이지요. 이는 공매도 자체를 롱숏 플레이어의 리스크 회피(헤지·hedge) 전략으로 용인하는 지금 제도 아래서 취할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안전장치인 셈입니다.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는 언제나 '양날의 검'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2012년 ELW(주식워런트증권) 사태가 검찰 수사로까지 비화되면서 투자자 이탈로 시장 자체가 죽어버린 것처럼 공매도 역시 거래 활성화에 기여하는 순기능을 무시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결국 투자자와 감독당국이 손발을 맞춰 개선해 나가는 게 유일한 방법일 텐데요. 거래소가 내놓은 내년 개선안들이 본래의 취지 그대로 시장에 정착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