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혜현 기자 기자 2014.12.30 19:55:17
[프라임경제] 그야말로 막대한 경제적 효과가 기대된다. 관련 산업과의 유기적 발전 등을 통한 무형적 가치도 상당히 기대되는 등 그야말로 '창조경제'의 성공 사례가 될지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제대로 진입 단계부터 포석을 제대로 깔지 못하고 급하게 들어갔다가는 동력을 잃고 용두사미가 될 수 있다는 경고음도 존재한다. 만초유불가제('춘추좌씨전'에 등장한 표현으로 잡초 덩굴은 초장에 제압해야 한다는 고사. 장공과 공숙단의 땅 분배 문제에서 비롯됐다. 장공은 정 때문에 공숙단 문제 처리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결국 공숙단이 반란을 일으키는 등 일이 복잡해졌음) 그 자체다. 바로 '오픈데이터' 문제다.
◆데이터의 신혁명 '당국도 앞장서 군불지피기'
오픈데이터 문제는 공공 분야 정보(데이터)를 어떻게 공개하고 이를 활용해 가치를 창출하는가를 포괄한다. 우리 정부 당국 역시 이런 문제에 특히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일례로 국무총리 소속 '공공데이터 전략위원회'는 '국가 중점개방 데이터 개방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30일 공표됐다. 이번 계획은 특히 당국이 오픈된 공공데이터에 대해 민간이 매력을 강하게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조짐이라는 측면에서 특히 주목할 만 하다.
지금까지 공공기관이 개방 대상 데이터를 선정한 결과 민간의 활용도가 낮다는 지적에 따라 정부는 국민이 개방할 데이터를 선정하도록 하고 개방 용량도 확대하는 '데이터 빅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 개방할 공공데이터로 부동산 종합정보, 전국 상가·상권정보 등 이슈와 진료·투약·건강정보 등 10개 분야 대용량 데이터가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서 활용도가 껑충 성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는 소리가 일각에서 나온다. 행정자치부는 이 같은 전향적 태도의 개방 조치로 연간 6000억원 이상 비용을 절감하고 서비스를 창출하는 경제효과가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아직 갈 길 멀다' 지적 유효 왜? 질적 성장 관건은?
하지만 이런 태도 전향으로 바로 공공데이터의 질적 수준이 바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현재까지 논의되는 여러 공공데이터 관련 법률 간 개념 정의도 다르고 유사한 개념에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등 정책 집행 과정에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을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성장은 요원할 뿐더러, 오히려 대혼잡이 빚어질 여지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가 최근 내놓은 '공공데이터 개방 정책의 현황과 보완 방안' 보고서가 법률 개념을 재정립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 제공하는 공공데이터를 표준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게 좋은 예다.
이 보고서는 개별 법률마다 똑같은 용어를 다른 개념으로 정의하기도 하고, 유사한 개념에 다른 용어를 사용해 규정하기도 하는 등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공공데이터 제공 항목과 제공 포맷은 물론 제공 용어도 제각각이어서 민간에서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는 점도 과제라고도 언급했다.
당국도 물론 이런 혼선 가능성을 모르지 않으며 손을 댈 필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개방계획은 비록 이번에 공표됐지만, 이미 저변을 훑으며 문제 체크를 하는 와중에 각종 용어와 개념 등 통일의 필요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 하다. 지난 가을부터 지자체·공공기관 등 기관별로 서로 다른 데이터 제공항목·용어 등에 대해 데이터 개방 시대에 맞게 표준화한다는 당국의 구상이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범부처 협력' 몰아주기 필요성 높아
이런 상황을 외국에서는 어떻게 처리하고 있을까.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수집해 분석한 해외 사례가 흥미롭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은 오픈데이터 정책에 주력하고 있는 대표적 국가로 영국의 일처리 방식을 꼽는다.
영국은 2010년부터 내각 사무국을 비롯한 범부처 협조로 오픈데이터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0년 정보자유법을 제정했고 2011년 7월 건강·교육·범죄 및 운송을 포함한 주요 공공 서비스의 데이터 공개에 초점을 두었다는 점은 우리의 진행 경과와 대체로 흡사하다.
다만 영국은 표면적이고 개괄적인 정비에 그치지 않고, 2012년 6월에 '오픈데이터 백서'를 발표하고 오픈데이터에 관한 공공 부문의 추진 실적과 정부 방침을 소개하는 등 '유기적 처리의 근거와 협조 의무'를 상기시키고 나섰다. 여기에 이미 엑세스(접근성) 강화 및 오픈데이터 지침, 향후 공개할 데이터의 목록을 포함시키고 있다.
이번 발표로 조만간 시동을 걸 우리의 오픈데이터 구상이 발전의 속도와 양적 문제에 시선을 주는 동시에 전반적으로 저인망식 제반 제도 정비까지 진행하겠다는 영국의 선례 수준을 따라잡을지 주목된다.
◆기대감과 우려 교차 인력 문제 '화룡점정' 주목
한편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소개 케이스처럼, 영국이 오픈데이터의 활용 가능성 제고 문제에 민간의 역할을 높게 치는 점은 우리에게도 시사점이 많다.
영국의 공공데이터 개방 추진체계에서 민간을 위한 '가치 창조'라는 개념이 실현되는 경로는 이중적이다. 우선 데이터의 가치 창출 등을 위해 데이터전략위원회가 설립, 활동한다. 데이터전략위원회는 이런 목적의식에 따라 납세자(국민)을 위해 데이터 개방 확대를 위한 전략을 결정하고 부처 장관들에게 조언을 한다. 그런데 이 위원회는 산하에 오픈데이터 이용자 그룹을 둬 국민과 산업계의 목소리를 반영한다.
한편 공공데이터그룹은 중소기업 및 기타 개발자들의 발전을 지원하는 오픈데이터 전문 유관기관이다.
우리는 공공데이터의 오픈데이터화에 민간 TF 역할론을 키워가야 하는 단계인데, 민간의 역할을 키운다는 대의명분이나 겉모습에 그치지 않도록 이처럼 실제로 △민간 역할 강화와 △민관 협력과 융합 △업무의 분담을 통한 전문성 강화 등을 완비해야 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 자칫 실효성 없이 민간 중심 모델의 외관만 키웠다가 다시 관료 중심 운영으로 퇴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여러 행정 부문 개혁의 선례를 참고할 필요가 높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오픈데이터 더 나아가 빅데이터 문제 일반에 관련된 인력 저변의 확대 문제다.
현재까지의 논의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오픈데이터 즉 정부 및 공공데이터의 활용 문제 역시 일종의 빅데이터 문제로 함께 살펴볼 필요가 높다. 물론 당국은 공공데이터의 활용 인력 확보 문제 또 빅데이터 관련 인력 육성 등에 필요성을 높게 느끼고 있고, 이런 문제에 대한 구상도 나름대로 추구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빅데이터 등 데이터 활용 전문가 교육 및 육성 구상에 대해서 아직 민간에 완전히 확신을 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정부가 데이터 개방 5대 강국 진입 구상의 일환으로 2017년까지 5000명의 전문가를 육성하고자 구상을 밝혔을 때에도, 정부 두상이 주로 대학(원)생 교육과 재직자 교육이라는 두 가지 방식을 통해 이뤄질 것이라는 점에서 민간에서는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기류가 조성된 바 있다.
즉 진정한 데이터 활용 인재를 키우려면 단과대 중심의 사고관 대신 여러 학문을 융합해야 하는 유연한 사고관을 장려 내지 자극해야 하기 때문에 대학이나 대학원에 융합학과 틀을 두기 보다 더 일찍부터 관련 교육을 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그렇다고 학생 전부를 대상으로 어린 나이부터 '코딩' 등 컴퓨터 관련 교육을 시켜야 하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영국의 선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영국의 경우 데이터 활용 능력이 우수한 학생과 이에 관심이 높은 학생에 대한 육성에 나서지만, 전체적으로는 수학 등 '기초학문'에 대한 이해 저변을 확대하고 이 중에서 선별육성을 하는 게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는 이런 교육으로 이끌 수 있는 고급 지도자를 확보하고, 적절하게 활용하는 데 비법이 있다. 즉 일명 '마스터 교사'를 400명선으로 갖추되(이런 규모는 전국적으로 데이터 전문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 모호한 규모다) 전국적으로 활용과 교류를 가능케 한다. 여기에 200만파운드선의 천문학적 지원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도록 하고 있다.
데이터 분석의 국가적 활용도를 높이는 점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인력 조달을 도구적으로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을 늘 되새기는 영국식 태도는 특히 시사점이 많다. 데이터 분석의 능력이 '스킬'에 그치지 않도록 데이터 분석의 학문성을 높이고, 넓게 선택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진로를 제시하는 점도 장점이다. 이처럼 개인과 조직(국가), 민간-공공의 화합과 공동 성장이 가능하게끔 데이터 활용이라는 논제의 '꿈'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그런 오픈데이터는 결국 언젠가 속도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런 위험한 코스로 접어들지 않도록 데이터 활용 전반의 이슈를 국가 백년대계 관점에서 정보+경제전략으로 짜고 있는 영국식 접근은 우리가 상당한 시간 관찰할 여지가 적지 않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