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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전가의 보도' 초격차 전략, 과연 정확한 가치는?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2.30 15:3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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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삼성그룹 수뇌부와 계열사 사장단이 연말 세미나에서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신년사와 하례회는 생략할 망정 불확실성이 높은 2015년 대비 전략을 세우느라 고심하는 자리는 거르지 않고 진행했다는 점 때문인데요.

이번 자리에서는 부실사업을 정리하는 등 내실을 다지자는 방안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는 이미 2014년도에 조직 재편이라는 키워드로 대부분 윤곽선을 드러내 큰 반전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오히려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반도체나 가전 등이 '초격차 전략'을 통해 확실한 시장 최강자로 자리매김한다는 구상이 논의됐다는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초격차 전략도 사실 처음 등장한 개념은 아닙니다. 이미 삼성과 관련, 언론 등에서 거론된지도 5년여를 헤아리는 개념인데요.

최근 휴대전화 단말기 정체에도 불구하고 그룹 대표 계열사인 삼성전자가 실적을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다른 영역에서 선방한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배경에 삼성전자가 추구해 온 기술의 초격차 전략이 있다고 해석한다면, 최근 이 개념이 거론되는 걸 가볍게 볼 게 아니라는 지적입니다. 특히 삼성전자가 프리미엄 전략을 반도체나 가전 부문에 더욱 집중할 것으로 내년 전자시장 경쟁의 판세를 본다면 더 그렇죠.

초격차 전략이 논의된 대표적 상황을 되짚어 보면, 2009년초 부품 부문 전략회의에서 이윤우 당시 삼성전자 부회장이 언급한 사례를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여기에 오늘날까지의 흐름을 겹쳐 보면, 이때 그냥 잠깐 화두로 삼았다 폐기하지 않고 오늘날까지 반도체 등 영역이 효자종목으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버팀목으로 '잘' 활용해 왔다고 종합할 수 있는 셈인데요. 

사실 초격차 전략이라는 자체가 기자 출신의 명저술가 하세가와 게이타로가 정리한 것이기는 하지만, '초가격 파괴의 시대'의 속편격으로 등장한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대단히 창조적이거나 화려한 개념은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한마음으로 현 위기를 극복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경쟁사와의 격차를 더욱 벌여 나가는 한편 내실을 기한다는 정도로 요약해 보자면, 그냥 교과서적이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런 원론적 개념을 사용해 그간 나름대로 성과를 거둔 점은 특기할 만 하다고 여겨집니다.

한편 이제 삼성은 명실상부 패스트 팔로어에서 퍼스트 무버로 올라섰는데, 이렇게 전가의 보도처럼 이번에 이 키워드가 다시금 회자됐다는 것을 보면 그저 평범해 보이는 이 원칙이 어느 포지션에 있는 기업이나 조직에서든 두루 활용할 금과옥조일 수도 있어 보입니다.

삼성의 내년도 실적 부활 가능성에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관전하는 삼성 밖의 사람들도 이 책을 다시 꺼내볼 필요도 높아 보입니다. 전가의 보도가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연장을 쓰는 이의 역량이 중요한 것이라고 냉소적으로만 요약할 것은 아니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