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영 기자 기자 2014.12.29 18:01:25
[프라임경제] 코스피 수익률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이너스를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증권 및 금융업종에 쏠린 투심은 유독 뜨거웠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26일 기준으로 유가증권시장 내 증권업종지수는 올해 초 이후 1509.39에서 1799.41로 19.21% 치솟았으며 은행업종도 226.12에서 266.56으로 뛰어 17.88%의 지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보험과 기타 금융업종의 상승률도 각각 9.32%, 2.70%를 달성해 모두 코스피 평균 수익률인 -0.97%를 웃돌았다.
투자자들의 관심이 내년 투자지도로 넘어간 상황에서 금융업종의 호황이 2015년에도 계속될지에 대한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다만 긍정론과 비관론이 뒤섞이고 있어 판단은 고스란히 투자자 개인의 몫으로 남게 됐다.
◆넘치는 유동성…증권사vs은행 어디로 갈까
무엇보다 시중에 풀리는 뭉칫돈, 즉 유동성의 주인이 증권사가 되느냐 아니면 은행 몫이 되느냐에 따라 투자 향방이 달라질 수 있다. 당국은 주식시장을 비롯한 위험자산 투자 쪽에 방향을 맞추고 있지만 리스크 회피 성향이 유독 강한 국내 유동자금의 성격상 은행권의 영향력이 상당해 두 업종 간 기싸움이 예상된다.
증권업종의 내년 전망은 실적 개선 여부에 달려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개별 증권사들의 실적호조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기준금리가 2009년 금융위기 직후인 2.0%까지 하락했고 내년 상반기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예상돼 증시 거래대금 증가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다.
실제로 금리인하 가능성이 불붙었던 지난 7월 본격적으로 불어난 거래대금은 3개월 만인 지난 10월 6조8000억원까지 치솟았으며 지난달까지 평균 6조원대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2100선에 근접해 올해 처음으로 박스권 상향 돌파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증권사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 역시 늘었고 작년 4%대에 불과했던 자기자본이익률(ROE)도 올해 6%대로 뛰었다. 여기에 내년 자본시장 활성화 대책과 한국거래소(KRX) 상장 추진 등 본격적인 정책 수혜가 맞물릴 경우 KRX 주주인 증권사들로 매기가 몰릴 공산이 높다.
이에 대해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여름부터 추진된 '초이노믹스'가 올해 부동산 부양에서 내년에는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으로 옮겨갈 것"이라며 "유동성 확대와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 증시로 유입되는 자금 규모도 커져 증권업종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현재 29개 증권사와 7개 선물사 등 40개 기관이 KRX 주주인데 만약 상장이 현실화되면 한화투자증권을 비롯한 중소형사의 보유지분 가치가 상당히 불어난다"며 "지금의 높은 배당성향과 홍콩이나 싱가포르 거래소 등에 비해 저평가된 상황을 감안하면 증권주의 투자가치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전망은 올해 수익률과 별개?
이에 반해 시중 유동성이 주식시장으로 유입될 것이라는 전제 자체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전히 국민 대다수가 증권사보다는 은행창구에서 금융상품에 가입하고 '주식=투기'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강승건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사로 자금이 들어와야 수익성이 개선되는데 저금리 상황에서도 가계자산에서 금융투자자산 비중은 계속 줄고 있다"며 "금융상품 판매 경쟁력은 은행이 여전히 높은 것에 비해 증권사들은 최근 구조조정을 거쳐 판매채널이 오히려 줄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일례로 이달 중순 30조원 가까이 몰렸던 제일모직 청약자금 가운데 29조원에 이르는 환불자금은 대부분 은행권 창구로 되돌아간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공모청약 자금 환불 당일인 지난 15일 이후 나흘 동안 6조9300억원 가량이 머니마켓펀드(MMF)에 유입됐지만 이후 5조원 이상이 다시 빠져나갔고 증권사 CMA(종합자산관리계좌)에 유입된 뭉칫돈도 7조원 정도에 불과했다.
나머지 10조원 이상은 증시가 아닌 은행권에 묶였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으로 이어지는 IPO 특수를 노리고 상당수 투자자들이 은행 적금을 해지하거나 대출을 받아 청약금을 마련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은행권에 단기부동자금으로 묶어두거나 대출을 상환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발 더 나가 국내 유동성 여부에 상관없이 내년 증권업종의 수익성 개선에 제동이 걸릴 것이라는 비관론도 있다. 내년 1분기 전후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국내 가계부채 부담 등을 감안하면 증시 거래대금이 빠르게 회복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태경 한국기업평가 선임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과 유럽, 일본의 통화완화 정책 같은 대외요인 때문에 운용 수익성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며 "가계금융자산에서 부채 비율이 높은 것도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시장이 기대하는 만큼의 유동성 유입이 어려운 상황에서 수익성 개선에 한계가 생길 것이고 증권사별로 지점축소와 인력감축 등 구조조정이 계속 필요하다는 얘기다. 한국기업평가는 이 같은 분석에 힘입어 내년 증권업 등급전망을 '부정적'으로 명시했다.
앞서 한기평은 리딩투자증권과 현대증권의 신용등급이 하향조정했고 한화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SK증권, KTB투자증권 등은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춰 잡았다. 모그룹 리스크가 여전한 동부증권 역시 '부정적 검토대상'으로 등록한 바 있다.
이에 반해 은행업종에 대한 내년도 전망은 비교적 낙관적이다. 박주평 선임연구원은 "내년 약간의 수익성 개선과 함께 전체적인 재무건전성도 양호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내년에도 은행업 등급전망은 안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