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사회적기업 탐방 109] 향기 퍼지는 동산 '형원'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천연세제로 장애인 복지·고용 실현

전지현 기자 기자  2014.12.24 09:50:5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지적 장애를 가진 우리 아이들은 돈에 대한 개념이 없을 때가 많죠. 하지만 월급을 통해 돈의 가치를 배우며 사회에 적응하고 재활이 이뤄지는 모습을 볼 때 여간 기쁜 게 아니죠. 매월 25일 월급을 받아 이런저런 계획을 짜는 것을 보면 정말 즐겁습니다."

서울 여의도에서 차로 40여분,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린 지난 15일 방문한 파주의 날씨는 서울 시내보다 5℃는 더 낮게 느껴졌다. 서울 권역에 위치했지만 결코 가까운 거리라 할 수 없는 경기도 파주시 교하읍에 들어서니 회색빛이 감도는 건물에 '형원'이라는 큰 간판글씨가 한눈에 들어온다. 

지난 2009년 사업 승인을 받아 2011년 9월 설립된 중증장애인 다수고용사업장 '형원'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자 사회적기업이다. 지체장애부터 지적장애, 뇌병변(뇌성마비)을 가진 근로장애인 41명과 일반직 9명(3명은 장애인)이 주방세제,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등 친환경 세제를 생산하고 있다.

사회복지법인 에덴복지재단을 모법인으로 하는 형원 중심에 선 홍성규 대표는 1985년부터 장애인 직업 재활의 길을 걸으며 그들의 꿈과 희망 실현에 앞장서고 있다. 사실상 그 역시 중증장애인이다. 어릴 적 소아마비로 다리를 절게 됐다며 멋쩍게 웃는 그의 얼굴에서는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강한 신념이 드러났다.

◆중증장애인 다수 고용이 최대 목적

형원은 2009년 보건복지부 시범사업으로 다수고용사업장 지정을 받았다. 현재 국내 다수고용사업장은 전국에 12개가 시범적으로 운영되는데 이 가운데 한 곳이 형원이다. 다수고용사업장은 100명 이상 장애인 고용, 그 중 60% 이상은 중증장애인에 최저임금 80% 이상을 평균급여로 지급해야 한다.

형원 개원 당시 10여명에 불과했던 장애인들은 현재 41명이니 3년 새 4배나 늘었지만 여전히 다수고용사업장 100명에는 미치지 못한다. 이런 만큼 홍성규 대표의 말 속에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가득하다.

홍 대표는 "경증장애인은 일반기업 취업이 가능하지만 지적장애나 중증장애는 일반고용이 불가능하다"며 "따라서 직업재활 시절에서 보호고용형태로 고용돼야 하는데 일하고 싶은 아이들이 많아도 아직 모두를 포용하지 못하고 있다"고 마음 아파했다.

'향기가 널리 퍼지는 동산'이라는 뜻을 지닌 형원은 중증장애인이 적응해 일할 수 있는 적합한 아이템을 고민하던 끝에 천연세제 생산을 결정했다. 박스 접기와 세제 원료를 용기에 담는 것 정도는 중증장애인들도 잘할 수 있으리라는 확신 때문이었다. 자동화 설비를 통한 여타의 쉬운 접근방법도 있었지만 초기 투자비용이 많이 들뿐더러 장애인 고용목적에도 부합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홍성규 대표는 "아이템 선정과 어떤 작업에 장애인들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 등만 제대로 파악하면 장애인 고용에 대한 편견은 없어질 것"이라며 "장애의 경증이냐 중증이냐를 판단한 후 그들이 일을 하도록 적제적소에 배치하는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계 대신 사람… 대기업과 경쟁은 역시나 버거운 일

2층으로 구성된 형원 공장 1층은 반복적 교육에 의해 작업이해를 통해 근무가 가능한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2층은 인지능력이 다소 떨어지는 직원들로 스티커를 붙이고 포장하는 등 단순작업을 한다. 기계를 통한 자동화도 가능하지만 고용창출을 위해 능률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수작업을 한다. 

그러나, 문제는 브랜드 인지도가 높지 않다보니 영업 3년차에도 손익분기점을 못 넘기고 있다는 점이다. 수주 역시 일정치 않다.

작년 매출은 6억원, 올해는 연말까지 9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되지만 여전히 적자다. 일

반기업 경쟁상품에 비해 약 5~10% 가격이 저렴해도 평균적인 생산량을 정하기 힘들어 바쁠 때는 바쁘고 한가할 때는 한가하다.

각종 선물세트 최대 매출을 올리는 연초는 가장 힘든 시기다. 생산품을 장애인 작업 가능한 천연세제 등 일부 품목에 한정 짓다 보니 대기업에서 만드는 선물세트와 경쟁이 어렵다. 주 매출 역시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기업 등에 의존하는 편이다. 일정하지 않은 매출에도 매달 25일이 되면 급여를 줘야하기에 월 말에는 홍 대표의 수심이 깊어진다.

홍 대표는 "힘들 경우 법인에서 지원받아 어떻게든 맞춘다"면서도 "하지만 내년에는 꼭 손익분기점을 넘어 일을 원하는 더 많은 아이들을 고용하는 것이 목표"라고 제언했다.  
 
◆쉽지 않은 차기 아이템 선정… 히트작은 '그린키스'

내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발걸음으로 '제2의 적합 아이템' 선정에 대한 고민이 계속된다. 이런 와중에 주방세제, 세택세제, 물세정제, 탈취제 등은 이미 개발을 마쳤다. 이 중 탈취제는 이달 내에 친환경 인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샴푸와 병원에서 사용하는 손소독제도 개발 중이다. 특히 형원의 세제브랜드 '그린키스(Green Kiss)'는 브랜드 인지도가 낮지만 우수한 재구매율을 뽐낼 정도로 경쟁력이 충분하다.

문제는 판로다. 롯데마트, 애경 등 대기업과 손을 잡고 도움도 받지만 사실상 이는 전체매출의 10%도 되지 않는 수준이다. 롯데마트의 경우 디자인 개발 지원은 물론 중증장애인 생산품만 별도 매장을 운영하는 등 큰 도움을 주지만 일반 매대에 제품만 놓고 봤을 때 브랜드 인지가 낮다는 점은 형원이 풀어가야 할 가장 큰 숙제로 꼽힌다.

인터뷰 말미 홍 대표는 "올해 형원이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으니 이제 시작"이라며 "정부 지원도 좋지만 공개 입찰 등 일반경쟁으로 가기에는 제약이 많아 여러 특별법에도 직접적 체감도가 낮아 제품경쟁력과 이를 통한 적극적인 판로 개척이 중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매출에 비례해 장애인을 추가 고용해야 하는 만큼 어려움은 끝이 없다"며 "다수고용사업장이 되겠다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부단히 최선을 다해 노력할 것"이라고 자신과 형원 가족 모두에게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