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2014 철강 결산·전망] 암중모색, 극한 생존전략

원가하락·수요부진·공급과잉 삼중고 내년에도 계속될 듯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2.24 10:35:04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2014년 국내 철강업계는 신용도 하향 추세가 두드러졌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엔저 심화, 중국발 저가 철강재의 국내 수입은 철강업계의 신용도 하향이라는 결과를 초래했고, 업체들은 뼈아픈 다이어트를 감내해야만 했다.

동국제강과 동부메탈뿐만 아니라 포스코 계열사마저 신용도가 하락했고, 신용도가 상승한 곳은 세아특수강과 현대비앤지스틸, 단 두 곳뿐이다.

내년에도 철강업계의 신용도 상승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상 속에 국내 철강업계는 각자 상황에 맞는 생존 전략 수립과 탈출구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체질개선에 정신없던 한 해

지난 3월 권오준 회장이 취임한 포스코는 철강업계 맏형 자리를 지키기 위해 철강 본원 경쟁력을 회복함과 동시에 불필요한 사업은 접고 재무구조의 획기적인 개선을 위해 노력 중이다.  

권 회장은 철강 본원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기존 6개 사업부문을 △철강사업 △철강생산 △재무투자 △경영인프라 4개 본부제로 통합하는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선 바 있다. 이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핵심 자산을 매각하는 작업을 서두르고 있으며, 이와 관련 포스코특수강을 1조1000억원에 세아그룹에 매각하기도 했다.

올해 창립 60년을 맞은 동국제강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니온스킬과의 합병을 선택했다. 이를 통해 철강 열연 제품과 냉연 제품을 아우르는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전략적 유연성을 제고한다는 복안이다.

현대제철의 특수강 일관체계 완성 역시 올 한 해 빼놓을 수 없는 이슈다. 현대제철은 동부특수강을 인수했고, 당진 특수강 공장이 2016년 완공될 예정인 가운데 하공정을 담당할 동부특수강까지 매입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수직계열화를 완성시켰다.

반면 채권단과 경영정상화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동부제철은 구조조정의 중심에 있다. 지난 10월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동부제철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뒤 채권단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철강사들의 이 같은 노력에도 내년 한국 철강업계를 둘러싼 수요산업 및 경제환경은 암울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내년 철강업계 여전히 흐림?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철강업종의 주력 수요산업인 자동차, 조선 등이 내년까지 전반적으로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고, 포스코경영연구소도 최근 전망을 통해 내년 수요산업 회복 지연 및 재고부담 등으로 철강 내수·생산 증가세 둔화를 우려했다.

여기 더해 한국신용평가는 내년 한국 철강산업을 '부정적'으로 전망하면서 중국 경기둔화에 의한 밀어내기 수출 및 수입 철강재의 국내 영향 확대, 국내 철강업계의 대규모 투자에 의한 공급 과잉 등을 점쳤다. 아울러 내년 한국 경제의 저성장, 저물가 기조가 장기화될 가능성을 예고하면서 민간소비, 설비투자 등 내수시장의 회복세가 미약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이밖에 철강업계는 내년 1월12일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행되면 과징금을 내거나 조강생산량을 줄여야 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중국산 수입 철강재가 나날이 국내시장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조강생산량 감소는 시장 주도권을 완전히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어 긴장감이 고조되는 모양새다.

이런 와중에 철강산업에서 수요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으로 떠오르는 동남아시장은 글로벌 철강 업체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최근 철강협회 자료를 보면 인도네시아, 베트남, 미얀마 등 동남아 주요 국가의 철강수요가 자동차, 가전, 건설 등의 성장에 따라 지난해 기준 연간 6400만톤 규모까지 성장했고, 오는 2017년에는 7700만톤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일본과 중국은 동남아 시장에 적극 진출했고, 포스코를 비롯한 유니온스틸, 현대하이스코 등 국내 철강업체들도 일본, 중국에 맞서 동남아시장 공략에 발 벗고 나섰다.

더욱이 태국은 자동차 생산국으로 급부상해 자동차용 철강 수요가 늘어날 전망이고, 인도네시아는 철광석을 다량 보유한 만큼 글로벌 철강기업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국가다. 현재 포스코는 인도네시아 현지기업과 제휴해 일관제철소를 건설하고 후판 및 스테인리스를 생산 중이다. 더불어 미얀마시장에 컬러강판 공장을 건립, 현지 철강사와 경쟁하고 있다.

아직까지 동남아는 일본이 꿰차고 있는 시장이지만 국내기업들이 동남아 현지업체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쳐 향후 좋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2015년, 아직 희망은 남았다"

 2015년에도 '원가하락·수요부진·공급과잉' 삼중고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철강업계는 각자 살길을 모색해야 하는 형국이다. 하지만 아직 희망은 남아있다.

국내 철강업계의 걸림돌이 중국인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와 관련 철강 산업에서 눈여겨봐야 할 곳 역시 중국의 경제상황이다.

세계 철강협회가 발표한 자료를 참고하면 올해 중국 철강 소비는 전 세계 철강 소비량의 약 47.89%에 이른다. 전 세계 철강의 절반 가까이를 소비하는 중국이 철강산업의 움직임을 좌지우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세계철강협회는 내년도 중국의 철강 소비량은 올해보다 0.8%가량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지만 철강 가격의 하락세가 철강사들의 원가부담을 낮출 것이라는 점은 긍정적인 소식이다. 주 원재료인 철광석의 생산량이 증가하면서 철강 가격의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원재료의 공급 증가로 인해 철강제품 가격과 원재료 가격 간의 가격차이가 개선되면 철강기업의 매출과 매입 간 차이가 개선되면서 철강 기업들의 이익 개선까지 이어진다는 진단이다.

무엇보다 국내 철강 소비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철강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조선 및 건설에서 철강 소비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