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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 활용 신호탄 오른 빅데이터 '화룡점정 필수요소는?'

가이드라인안 수정 반복되며 유의미한 발전…기업은 이미 복합사업 구상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2.23 17:3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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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대량의 데이터를 집합시켜 여기에서 가치를 추출하고 결과를 분석해 새로운 활용 가능성을 창출하는 '빅데이터'가 우리나라에서도 본격 개척 대샹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우리나라 빅데이터의 경우 시장 수요는 본격적으로 불붙지 않는 가운데 미래 가능성만으로 요란하게 거론되고 또한 논쟁이 불붙는 상황에 머물렀다. 이는 특히 빅데이터 사업과 개인정보보호라는 가치 간 충돌 우려가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다만 이런 가운데서도 빅데이터의 활용에 드디어 이제 본격적으로 숨통이 트인 점은 주목할 만하다. 무엇보다 산업계에서도 이에 대한 투자와 활용을 적극화해 이전에 논의되던 빅데이터보다 한층 진일보한 복합적 발전 가능성이 태동되고 있다.

이는 변화와 정비 가능성이 차세대 먹거리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 산업계가 베팅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바야흐로 빅데이터의 새 시대가 열리는 기로에 선 셈이다.

비식별화 논의 시작만으로도 '비약적 발전'

당초 빠른 처리가 기대됐던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의 빅데이터 가이드라인 도입 문제는 여러 번 가이드안이 표류하는 양상을 보인 바 있다. 

빅데이터 산업 활성화와 정보주체의 개인정보 보호를 균형 있게 규율하고 개인정보 수집·이용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야심차게 추진됐지만,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에 위반된다는 비판과 회의적 의견이 대두돼 의결 대신 여러 차례 수정되는 우여곡절에 내몰렸던 것.

그러나 이처럼 지난해 12월 논의가 본격 점화된 이후 여러 차례 수정을 거친 데 따른 긍정적 효과는 결코 작지 않다. EU의 앞선 논의를 거울 삼아 '비식별화 조치'를 도입함으로써 개인정보 관련 우려에 대한 답을 내놓겠다는 쪽으로 당국이 의지를 보인 점은 특히 주목할 만한 절충안이었다는 지적이다. 

실제 방통위는 이 같은 방향의 가이드라인을 23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공개된 개인정보'는 이용자 및 정당한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 공개 대상이나 목적 제한 없이 합법적으로 일반 공중에게 공개된 부호·문자·음성·음향·영상 등의 정보다.

여기서 해당 정보가 어느 개인의 것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는 '비식별화' 조치를 하게 되면 특정인을 식별하기 어렵게 된다는 게 이 같은 논의의 골자다. 즉 데이터값을 가명처리나 총계처리, 범주화 등으로 처리하면 개인정보는 다른 정보와 쉽게 결합하더라도 특정인을 식별할 수 없도록 보호된다.

이 같은 논의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나 현실적으로 가장 적당한 대안이라는 평이 나온다.

안근영 개인정보보호위원회 과장이 "현행법상 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사전 동의가 필요한데, 빅데이터 시대에 모두 동의받기는 어렵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빅데이터 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컨퍼런스 발언)고 한 것이나,

이상헌 SK텔레콤 정책협력실장이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며 비식별화 정보가 더이상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비식별화 정보의 활용범위를 더욱 확대해야 한다"('2014 제3차 온라인 개인정보보호 세미나' 발언)고 향후 방향성을 주문한 것이 그 예다.

이는 빅데이터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에도 방통위가 시장 상황을 주시하면서 법령 정비를 하기로 한 상황에서 특히 염두에 둬야 할 주문들이다. 어떤 형태로든 개인정보의 철통같은 보호를 시민사회가 요구한다는 점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기업들 본격적 진출 모색 눈길…플랫폼화 구상도

이처럼 비식별화 논의를 거치며 한 단계 논의가 성숙해진 가운데 기업들 역시 보다 복합적인 방향으로 발전 가능성을 타진하는 여러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SK C&C는 빅데이터 사업 조직을 확대하고 내년부터 산업 전영역을 대상으로 빅데이터 서비스 사업 발굴에 나선다는 방침을 최근 전했다. 이에 따라 SK C&C는 빅데이터 사업 테스크포스를 강화하게 된다.

산업별 고객 맞춤형 빅데이터 서비스 컨설팅부터 모든 빅데이터 서비스 개발이나 적용까지 망라하는 '빅데이터 종합 서비스 조직'으로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삼성의 빅데이터 구상은 더 크고 드라마틱하다. 삼성카드는 국내 최초로 선진 카드사의 빅데이터 비즈니스 플랫폼 'CLOp'로 모든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하고 향후 다양한 이종 업종 간 융합 사업을 펼치겠다고 선언했는데, 이 구상의 뼈대는 삼성전자와의 협력이다.

이 같은 협력이 현실화되면, 삼성전자가 보유한 전국 판매 네트워크를 비롯해 삼성월렛 등 모바일 지불결제 관련 마케팅에 빅데이터를 활용할 길이 열리게 된다. 삼성카드가 삼성전자와 손잡을 경우 빅데이터 관련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산업계가 흥분하는 이유다.

관건은 중소기업 소외현상 극복? 브로커 성장 숨통 트일까

하지만 이처럼 빅데이터 관련 시동이 걸리고 역사의 새 페이지가 막 열릴 분기점에 우리사회가 서 있는 것과 별개로, 중소기업은 이 같은 축복 가능성에서 비껴서 있다는 점은 여전히 풀기 어려운 숙제다.

션 스티븐스 소프트웨어 AG 아태지역 영업이사가 "역사적으로 보자면, 대기업은 빅데이터를 통해 지적 재산을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빅데이터는 주로 대기업의 영역이었다"고 지적한 것이나,

이은우 변호사가 "(현재까지 논의돼 온 여러)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안)은 친기업적인 발상이며, 기업 중에서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대기업에 맞춘 것"이라고 일갈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다만 최근 세종대가 당국 지원으로 빅데이터산업진흥센터를 여는 등 이 과제를 풀기 위한 움직임이 미약하나마 시작되고 있다. 대용량 데이터 초고속 처리 장비와 서비스 개발 인프라 구축을 통해 관련 중소기업을 육성하는 기관이 등장해 관련 기업들이 대용량 처리 어플라이언스 개발 때 환경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빅데이터 서비스를 준비하는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의 기업이나 1인 기업 등이 데이터나 기술 부족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궁극적으로 살필 것은 미국처럼 빅데이터 브로커가 합법적 사업 수행을 통해 사회적 감시 테두리 안에서 발전하는 것과 같은 모델이 돼야 빅데이터 관련 기업이 크기에 구애받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생태계가 구축될 것이라는 대목이다.

이는 플랑크톤처럼 풍부한 자원 공급자가 존재하고 이 활동이 합법적으로 전개되지 못한다면 여전히 대기업 중심으로 전유물처럼 머물 우려가 사라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