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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나눔의 소중함을…

길래환 뉴스호남 편집국장 기자  2014.12.23 13: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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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시간은 운명과 같다고 했다. 발소리도 없이 다가왔다가 또 그렇게 소리 없이 사라진다. 그런 세월은 나이가 들수록 엄청난 속도감을 낸다. 올해도 엊그제 시작된 것 같은데 벌써 끝자락에 와 있다.

시간의 소중함을 다시금 생각하게 하는 이 시점에서 우린 지난 1년을 어떻게 보냈는가. 그러나 돌이킬수록 짜증스런 한 해를 보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2월도 어느덧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다. 이제 송년회다 뭐다 하다 보면 추위 속에 또 한 해가 속절없이 지나갈 것이다. 역사 속으로 영원히 종적을 감추게 되는 이 시점에서 우린 무엇을 생각할 것인가.

그러나 생각해 보면 12월은 그렇게 춥고 속절없는 달만은 아니다. 나눔의 계절이기 때문이다. 다사다단한 가운데에서도 1년 중 가장 많은 사람이 가장 풍성하고 따뜻하게 마음을 나누는 12월 거기에 크리스마스가 있다.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보잘 것 없는…, 그 속에 태어난 가장 낮은 자로서 헐벗고 가난한 자로서 가장 스스럼없고 따뜻한 벗으로서 찾아오는 아기 예수. 그날엔 우리 주위에 가난하고 고통받고, 소외된 사람들 불우한 이웃들을 마음으로 돌아보게 된다.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12월에 관해 이야기하게 하는 것일까. 그것은 어쩌면 우리의 마음이 추워서일지 모른다. 참으로 마음 아프게 하는 일들, 인간 세상의 춥고 시린 일들이 이 12월에 우리를 슬프게 하기 때문이다.

몸도 마음도 몹시 시리고 추운 것이 갑작스러운 12월의 기온 저하 때문은 아니다. 계절은 점차 깊은 겨울로 접어들어 당연히 추위를 몰고 올 것이다.

그러나 마음이 시리고 아린 것은 결코 겨울에 부는 계절풍 때문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잊고 있는 우리 자신의 황량한 모습, 저 밑에 존재하는 우리, 때론 소주잔을 나누는 우리 모두의 마음까지도 정작 이 12월에 그토록 차갑게 얼어붙어 있었던가,

우리가 살피지 않는 우리 자신의 얼어붙은 내부가 그 원인이며 까닭이다. 날로 심화하는 사회 양극화 현상, 나만 잘살면 된다는 부자 되기 신드롬, 큰 목소리의 이기주의, 내부를 깊게 들여다보지 못하는 눈먼 민주주의, 피부에 온기의 느낌조차도 들지 못하는 망상의 복지주의….

지금쯤, 눈을 감고 조용히 우리 자신의 내부를 들여다보자. 그리고 자신을 부서뜨리고 쪼개자. 그래야 따뜻하고, 풍성한, 나눔의 12월, 아기 예수의 낮은, 그러나 지상에서 가장 높고 밝은 12월이 된다.

연말을 보내는 지금 우리가 모두 생각해야 할 일이 있다. 바로 그것은 힘겹게 살아가는 이웃을 돌아보는 일이다. 광주·전남만 해도 오갈 데 없는 노인과 장애인, 어린이들을 보호하는 사회복지시설이 있다. 하지만 연말에 나누겠다고 나선 기업이나 개인들이 예년보다 줄었다고 한다.

어떤 복지시설에서는 겨울철 난방비를 걱정할 정도다. 복지시설에 수용된 사람들에게는 몸과 마음의 추위가 한꺼번에 몰려들어 더욱 큰 한기를 느끼게 됐다.

우리는 복지시설의 아픔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것만이 공동체의 유지를 위한 사랑의 가치라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남을 돕는 것은 바로 사랑이요, 희생이며 자선이다. 바로 그것이 맑고 향기롭게 살아가는 인생이 아닌가 싶다.

가난한 사람은 더 빈곤이 느껴지고, 어려운 자는 더 힘들어하는 을씨년스러운 세밑이다. 그들에게 따스한 봉사의 손길을 이 연말에 보내면 어떻겠는가? 세월은 우리에게 도서관보다도 더 다양한 지식과 교훈을 준다. 머문 듯 가는 것이 세월이라고 했다. 아쉬움 속에 한해가 저무는 이 시점에 우린 절망보다는 희망을, 치부보다는 나눔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겼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