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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해킹공격, 원전 관련주에 '불똥'

두산중공업 2%대 하락…수주·정책호재 일색에 호사다마?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2.22 18: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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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해킹 사건에 휘말리면서 일부 원전 관련주로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발전 중기기 공급자인 두산중공업(034020)이 2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2% 넘게 하락했고 비에이치아이(083650)와 성광벤드(014620) 등도 1% 안팎의 하락세를 보인 가운데 원자력 구조물 제조업체인 보성파워텍은 장중 약세 흐름을 보이다 보합권에 머무는 등 관련주의 움직임이 지지부진하다.

◆원전 관련주, 정책·수주모멘텀에 '찬물'

이들은 지난 9월 한전부지 매각 이슈가 불거졌을 당시 한전과 발전 자회사들의 원전 발주 주기 정상화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급상승했던 종목들이고 원전 관련 이슈가 있을 때마다 주목받아왔다. 무엇보다 박근혜 정부가 원전기술 수출에 대한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면서 정책 수혜 가능성도 높았다.

지난달 4일 박근혜 대통령이 네덜란드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과 만나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과 관련해 250억원 규모의 원자로 기술을 수출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에는 훈풍이 불었다. 여기에 신한울 원전 관련 협상 타결은 결정적 호재로 작용하며 관련주의 몸값을 10% 넘게 끌어올렸다.

한수원은 같은 달 13일 울진군과 보상 합의를 마무리하면서 오는 2015~2016년 중 신한울 3, 4호기 발주에 나설 계획이었다. 올해 8월 진행된 신고리 5, 6호기 발주가 예정보다 2년가량 지연되면서 원전 수주 스케줄에 대한 우려가 컸던 만큼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관련주에는 상당한 모멘텀이 됐던 셈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11월 한 달 동안에만 두산중공업 주가는 2만6000원선을 뚫으며 11.30% 치솟았고 보성파워텍은 2000원대에 머물던 주가가 4400원대까지 뛰며 51.88%의 상승률을 보였다.

그러나 지난 15일 한수원 내부 자료인 원자로 관련 도면과 직원 내부정보가 연이어 유출되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한수원에 대한 보안문제가 공론화되면서 원전 안전성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비화될 조짐이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공격을 주도한 것으로 보이는 해커 세력이 "원전 운행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성탄절 전후 추가 공격을 시도하겠다"고 협박한 것을 두고 향후 원전 관련 사업에 발목이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 사이에서 확산되고 있다.

◆"투자가치 논하기엔 시기상조"

일단 22일 시장에서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일부 관련주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인 것도 이 같은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와 관련된 분석을 내놓는 것을 주저하는 분위기다. 아직 해커의 실체조차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사업 영향력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얘기다.

김현태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진행 중인 사건을 특정기업의 주가와 연결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전제하며 "주가 전망을 위해서는 특정 현상이 기업 가치에 얼마나 영향을 줄 수 있는가를 따져야 하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분석할 만한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증권사 연구원 역시 "수사 진행 상황을 계속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관련 코멘트를 내놓기에는 이르다"며 "해당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당장 관련주들의 주가 등락폭이 크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유출된 자료만으로는 한수원을 공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관섭 산자부 제1차관은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외부로 나가서는 안 될 자료들이 나와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면서도 "유출 자료가 원전 안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여야 의원들이 연이어 조석 한수원 사장과 이은철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하는 등 관련자 문책을 요구해 사태는 정치권까지 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