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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시장 만찬회도 거부하는 '불통' 광주광역시의회

길래환 뉴스호남 편집국장 기자  2014.12.21 22:3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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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광주광역시장과 시의회 의원들과의 송년 만찬회가 무산됐다.

시는 지난 18일 예정된 일정에 따라 광주 서구 한 식당에 만찬 자리를 준비했다. 이날 만찬은 시 준 국장급 이상 간부공무원과 시의원 등 56명이 참석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시의회의 갑작스런 불참통보에 송년 만남이 이뤄지지 못했다. 의회의 알 수 없는 정치적 의도가 성공한 듯 보이지만, 광주시장의 위상과 체면이 구겨진 불상사가 발생한 것이다.

갑자기 불응하는 건 일반의 상식을 깔아뭉갠 처사라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이미 쌍방 간에 합의가 이루어진 만남이었다는 것이 첫째 이유다.

더욱이 불참 의사를 만찬회 당일 약속시간 직전 통보했다는 것은 보편적 사고와 어긋난다.

어떤 이유가 있었다 하더라도 시민을 대신하는 시장과 의장, 의회와의 약속은 개인적 사유로 무산돼서는 안 된다. 그 자체가 시민들에게 일정을 알리는 것이어서 약속은 이행되어야 한다. 약속 불이행에 따른 사유는 명확히 밝혀야 옳다. 

그런데 일방적으로 상호 약속을 깨고 만찬 장소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시민의 일반적 정서나 기대와 거리가 멀다.

그러나 사연은 엉뚱한 데 있었다. 시의원들이 돌연 만찬회를 거부한 표면적인 이유는 시 산하기관 인사를 둘러싼 잡음 때문이라고 들린다.

윤 시장이 시 산하기관장에 자신의 측근을 임명한 것에 대해 반발심리가 작용했다는 것.

이와 같은 추론은 의회가 산하기관 임원선발을 위한 추천위원회 참여를 전면 거부한 것에서 엿볼 수 있다. 광주시가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인사를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자 반발해 왔던 게 구체적 사례다. 그래서 송년만찬회 거부라는 초유의 카드를 들고 나온 것이라는 해석이 그럴싸하게 들린다.

문화재단 사무처장은 연봉이 억대 가까운 건 사실이지만 기관장은 아니다. 서영진 대표이사 인사에 대해 뼈아픈 질책이 있었던 것을 시민들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를 인정한 마당에 그 아래 사무처장을 문제 삼는다면 월권행위로 비칠 수 있다.

만약 시의회가 임명하는 전문직을 시장이 문제 삼는다면 어떻게 답할 것인가. 서로 양보할 것은 양보하는 자세가 시민을 올곧게 이끄는 열린 마음이 기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회의 집행부 견제는 너무나 당연하다. 하지만 견제는 대의명분이 분명해야 한다. 예산을 신청했던 수영 다이빙 선수 선발목적이라든가 시내버스 운행에 관한 지원 같은 예산을 삭감하는 것과 같은 명분이 있어야 한다.

이와 비교하면 광주시의회가 만찬 직전거절을 알리는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구체적 이유를 상상하기 어려워서 더욱 혼란스럽다. 누구에게나 물어보라. 이번 만찬이라는 것은 이해타산이 없는 행사다.

좀 더 만찬 무산 이유를 따져보자.

이날 만남은 한해를 마감하는 달에 좀 더 발전적 협조를 다지는 결의의 행사였다. 서로 이해관계가 얽히는 그런 만남이 아니었다. 순수 그 자체다. 한잔 건배하고 내일을 위하여 협력하고 싸울 때 싸우더라도 오늘은 화합의 결의를 보이자는 보편적 인사치레다.

그러나 의회는 의회가 간섭할 사안이 아닌 이유를 들어 만찬 당일 이를 거부했다. 거부하려면 거부를 받아들일 수 있는 광주시장의 일정을 고려해서 시간 여유를 두고 알리는 게 이치에 맞다.

그리고, 광주시민이 선택한 시장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다. 그와는 달리 당일 갑작 이루어진 일방통행식 불참통보는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싸가지 없는 짓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자신들의 위상과 체면은 우선 가치로 여기면서 시장의 위상과 체면을 뭉개는 처신이기 때문이다.

광주시민은 광주시의회 의원들보다는 광주시장에 대한 기대가 훨씬 크다. 문제 있다면 의정활동을 통해, 아니면 대표단이 시장을 만나 대화를 시도하는 것이 합리적 순서다.

이번 문화재단 사무처장만의 일이라면 시장을 만나 이번만은 언론인이 아닌 문화계 인사라던가, 아니면 의회가 미는 사람을 기용하자라는 제안이 있었어야 한다.

이런 절차 없이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인선문제만으로 만찬을 거부했다면 싹수없는 망나니 행동과 다를 바 없는 것이다.

광주시의회의 만찬 거부는 보편적 사회적 약속을 저버린 것이다. 마치 자기 영역을 지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는 것과 같다고 믿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너도나도 송년회를 하는 까닭은 지난 부정적 사안을 잊자는 게 근본 목표다.

송년회 약속을 일방 통보한 조영표 의장은 누구인가. 의장의 승인 없이는 발생할 수 없다는 판단에서 불통 의회의 처신이 실망스럽다. 공과 사를 구분 할 줄도 모른다는 비판을 깊이 새겨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