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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박찬선의 理論造論 : 디지털 공방, 메이커스페이스

박찬선 넥서스커뮤니티 부사장 기자  2014.12.19 12: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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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사방에서 소프트웨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 ICT 융합기술의 장밋빛 미래에 대한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우리 현실은 아직 멀기만 한 것 같다. 과거보다 더욱 치열해지고 투명해진 경쟁구조로, 틈새시장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고 프로젝트 수익률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자본력과 시장지배력을 가진 대기업과의 경쟁에서 중소기업의 미래는 보이지 않는 듯하다. 이는 국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글로벌적인 관점에서는 국내 대기업 또한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이 되다 보니 현재의 시장논리로서는 규모의 경제만이 유일한 미덕처럼 보이고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기업과의 경쟁에서 신생기업이나 중소기업이 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은 너무나 적어 보인다.
 
그러나 눈을 돌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그 어느 때보다도 활발하게 신생 벤처기업들이 탄생하고 눈부신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SNS(Social Network Service), O2O (Online to Offline), IoT (Internet of Things) 등과 같은 새로운 개념과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면서 성공적인 신생기업이 다수 등장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은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한, 극소수의 IT분야의 사례일 뿐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그저 남의 이야기로만 들릴 뿐이다.  
 
지난 2012년 롱테일(Long Tail)이론을 최초로 정립한 세계적인 저널리스트 크리스 앤더슨은 '메이커스: 새로운 수요를 만드는 사람들'이라고 하는 책을 발표하면서 디지털 기술을 이용한 제조업 분야의 혁명을 소개했다. 
 
당시 3D 프린터라고 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사회적으로 높아져 가면서 '메이커'나 '메이커스페이스'라고 하는 3D 프린터 이면의 커다란 사회적 변화에는 큰 관심이 집중되지 못한 면이 있었다. 
 
사실, 3D 프린터 이면에는 혁명과 같은 제조업의 새로운 변화와 엄청난 시장수요가 존재한다. '메이커스'에서는 이미 전 세계 1000여개에 가까운 디지털 공방, '메이커스페이스'가 있고 놀라운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필자는 이러한 변화가 앞에서 말한 자본과 시장지배력 만으로 결정되는 '레드오션'과 같은 시장논리를 벗어날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있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제조자 또는 생산자들이 웹과 캐드, 스캐너, 3D 프린터 및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장비 등과 같은 시설을 공동으로 이용하고 오픈된 커뮤니티를 통해 설계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해 새로운 수요와 제품을 만드는 공간을 말한다. 
 
예전에는 일정 물량이 담보되지 못하면 생산할 수 없었던 대량생산의 경제시스템이 혁신적인 메이커스와 메이커스페이스를 통해 가격경쟁력과 시장요구사항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다품종 소량생산 시스템이 가능해 졌다. 
 
물론 아직 그 시장규모가 작고 소수에 불과하겠지만 이미 세계 곳곳에서는 이러한 변화를 발견할 수 있다.  클라우드 펀딩으로 유명한 킥스타터(Kick Starter)는 메이커인 개인이나 기업의 상품 아이디어에 회원들이 십시일반으로 자금을 투자하는 시스템으로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미 SNS 대안으로 기대를 모았던 다이아스포라(Diaspora), 스마트워치인 '페블' 등과 같은 수많은 성공사례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클라우드 펀딩 기업이 전 세계적으로 460여개에 이른다고 한다. 벤처캐피털들이 하드웨어 기업보다는 소프트웨어 기업에만 관심을 보이던 상황에서 클라우드 펀딩은 하드웨어 제조와 밀접한 메이커에게는 구세주와 같은 존재였다. 
 
메이커스페이스는 생산 및 제조 아이디어와 설계정보가 비트(Bit)로 공유 전파되며, 3D 프린터와 레이저커터와 같은 제작도구를 통해 원자(Atom)세계의 생산과 융합돼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제조의 혁명이 일어나는 공간이다. 
 
과거 비싼 인건비와 엄격한 환경규제를 피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고 그로 인해 제조업의 쇠락을 겪었던 미국에서 다시 제조업이 부활하고 있으며, 특히 소프트웨어와 IT분야의 경쟁력을 통해 메이커스의 변화를 선도하고 있다는 것은 눈여겨 볼 일이다. 
 
하드웨어의 유형성과 수익창출 능력에 소프트웨어의 유연성과 성장률이 결합된 미래의 제조업은 우리에게는 분명 큰 기회이자 희망이 될 것이라 생각된다. 이러한 기회를 올바로 이해하고 적시에 선점할 수 있는 지혜와 실행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