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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러시아의 고전과 삼성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2.19 11:3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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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위세가 당당하던 러시아가 휘청이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러시아의 디폴트 가능성을 33%로 보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고전하는 것은 유가 문제 때문. 러시아 수출 비중의 67%를 석유와 천연가스가 차지하고 있는데 이번 유가 급락으로 러시아는 약 1000억달러의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초 5000억달러를 상회하던 외환보유액이 3500억달러선까지 주저앉은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의 철권통치 기반도 덩달아 흔들릴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강한 러시아'의 부활이 한동안 회자되었으나, 유가라는 키워드 하나가 어떻게 요동치느냐에 따라 결국 허망하게 주저앉는 양상이다. 단단하지 못한 기반 위에 자리잡은 도로가 결코 탄탄대로가 될 수 없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이런 상황은 조직의 기반과 성장동력을 어떻게 구성하고 운영해야 하는가의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금 보여준다. 위험성이 도사린 요소 하나에 너무 많은 것을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평범하지만 소중한 교훈인 셈이다.

삼성이 올해를 마감하고 내년을 여는 신년사 등 절차를 생략하되 경영전략 목표는 연말에 치열하게 고민하는 방법을 택할 것으로 알려졌다. 임원 성과급은 급여 동결 방침과 별개로 지급 방침을 유지할 것으로 보여, 신상필벌 기조에 방점을 찍겠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임원 인사나 각 계열사 조직개편에서 이 같은 기조는 확인된 바 있기도 하다. 

특히 2014년은 스마트폰에서의 실적 정체가 특히 뼈아프게 작용한 해였다. 다만 기존에 땀 흘리며 구축해 온 반도체 등 여러 영역에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한 해이기도 했다. 계열사 중 일부를 과감히 M&A 처리하는 등 결단도 있었다.

과거의 영화에 취해 위험 징후를 관리하지 못하는 러시아식 우를 비껴가기 위해 다양한 고민과 전략을 선보인 삼성의 분투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한 전자업체 더 크게는 기업집단의 운명만 달린 게 아니라 한국 경제사에 위기 극복의 경험치를 축적할 수 있는가의 여부가 달려 있다. 귀추가 주목되고 선전을 기대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