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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광주 제2순환도로 성추행 '의혹'…민주노총 침묵 왜?

김성태 기자 기자  2014.12.18 11: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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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성 추행이 아니다. 성 희롱 의혹을 의심 받고 있을 뿐이다.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사람의 의견일 뿐 이 의혹에 대해 법적판단 등 결정된 것이 없다."

최근 광주시 제2순환도로 3-1구간 위탁관리업체에서 벌어진 성추행 법적 소송 등을 지적한 기사에 대한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 관계자의 주장이다.

본지는 지난 13일 '광주 제2순환도로 3-1구간에서 빈번히 성추행이 발생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사측은 인사위원회를 개최했지만 징계를 미루고 있으며, 성추행으로 고소당한 J씨가 소속된 '민주노총'은 그를 보호하는 듯한 행동을 보여 당국의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J씨는 제2순환도로 소태·송암영업소에서 14년 가까운 기간을 근무했으며 민주노총 지회장을 지낸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더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제2순환도로 민주노총 노조원들은 J씨를 보호를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성추행이 공론화됐지만 동료들의 수치심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개혁과 혁명을 얘기하는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치부에는 자체 정화능력을 상실했다는 빈축이 나오는 이유다'고 보도했다.

◆광주 제2순환도로 성추행 의혹 일파만파

광주 제2순환도로 소태·송암영업소에서 2008년부터 근무해온 J모(여, 46 / 광주 서구)씨는 직장상사인 정 모(48) 차장을 성추행과 성희롱으로 지난 11월21일 광주동부경찰서에 고소했다.

J씨는 피고소인인 정 차장을 상대로 한 고소장에서 정 차장은 2008년 J씨가 신입사원으로 입사할 때부터 지속적으로 "한번 OO, 한번 OO, 언제 OO, 오늘 날 잡자, 너만 보면 OO다" 등의 표현을 직접적으로 해왔다고 주장했다.

J씨는 정 차장이 이같은 표현을 할 때마다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정 차장은 날이 갈수록 성희롱의 수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정 차장은 J씨가 징수업무를 보고 있는 부스 안으로 들어와 어깨와 목 주위 등을 주무르면서 지속적으로 성을 요구했고 수치감이 돋는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일부직원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 차장은 찍힌 직원이 빠진 회식, 커피타임 자리에서는 도둑O, 쌍O, O같은 O, XXX 등 입에 담지 못할 욕설들을 해 왔다.

직장상사라고는 인정할 수 없는 비열함과 비인격적인 욕설, 횡포 등으로 비정규직 직원들을 차별, 괴롭혀 왔다 것이 피해자와 일부 동료들의 전언이다.

◆직장 내 성희롱 사건, 증거 따지는 민주노총…민노총 맞나?

하지만,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응은 대단히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진실에 대한 공방은 판단이 되지 않았다'며 법적 판단을 기다려 보겠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광주본부 공공노조 관계자는 '진실에 대한 공방은 판단이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17일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피해자가 탄원을 내 회사와 노조에서 징계위원회를 세 차례 연 상황이다. 당사자들 불러 이야기를 다 들어 봤다. (그러나) 사건들을 확인 할 수 있는 상황들이 약하다"며 증거부족을 강조했다.

이어 "증거라는 부분들은 피해자는 그 말을 했다는 것이고, 가해자로 불리는 사람은 그런 일이 절대 없었다고 한다. 서로가 불분명해서 형사적인 것으로 해서 판결나는 것을 보고 징계부분들을 결정하자는 상황이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증거가 명확하지 않다'는 해명은 성폭력 사건이 대두될 때마다 사측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변명으로 일관해 왔던 주장이다. 직장 내에서 이미 공론화 됐고 피해여성과 동료들의 증언이 있음에도 침묵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충분하다.

◆사회변혁의 기수 민주노총, 자체 정화능력 상실?

민주노총은 그동안 직장 내 성희롱 사건과 관련 피해자들의 입장을 대변해 오며 가해자와 잘못된 사회구조를 강도 높게 비난해 왔다. '성추행이 아니고 성추행 의혹'이라는 주장과 증거를 따지며 '법적 판단을 기다리자'는 주장은 민주노총의 정체성을 부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성폭력은 성을 매개로 피해자의 동의 없이 가해지는 정신적∙육체적 폭력을 의미하고, 직장 내 성희롱은 직장 상사, 계열사 직원 등이 채용 과정이나 근무 기간 중에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행하는 성적인 언동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 같은 성폭력에 대한 정의는 민주노총의 정체성과도 일치한다. 민주노총 광주본부는 법적 판단은 그에 맞기고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과 자체정화에 나서야 한다. 특히, '사회개혁과 혁명을 이야기하는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치부에는 자체 정화능력을 상실했다'는 오해에서 벗어나야 한다.

민주노총 지난달 6일 성명을 내고 최근 발생한 경찰의 성폭력 피해자 성희롱 사건과 국가인권위원회의 직장 내 성희롱 사건에 대해 강도 높게 비난한 바 있다.

민노총은 성명에서 "여성이 안전하지 못한 사회에서 여성 대통령 박근혜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고 전제한 뒤 "여성들은 직장과 지역공동체에서 일상적으로 성폭력 위험에 시달린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인권위(직장 내)에서 성희롱이 발생했지만 진상조사와 가해자처벌, 부서 전환 등은 이뤄지지 않고 예방교육으로 마무리하려고 했다"며 "피해자가 동의할 수 없는 가해자 졸속처벌 조치는 우리를 분노하게 만든다"고 규탄했다.

민주노총 광주본부가 피해자가 동의할 수 있는 상식적인 조치에 나설 것을 기대한다. 한편, 정 차장은 동반취재 중인 기자와 17일 전화통화에서 "별로 할 이야기가 없다. 그만 끊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후, 휴대전화 통화시도와 문자메시지를 보내 답변을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