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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컷] 살풍경한 겨울왕국에 갇힌 대한항공

'땅콩회항' 잘못된 위기대응 매뉴얼로 화 자초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2.17 16: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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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일명 '땅콩회항' 사건이 벌어지기 며칠 전 대한항공 여객기를 이용해 지방출장을 갈 일이 있었습니다.

전날 남부지방에는 적지 않은 눈이 내렸고 도착할 때까지 창밖에 보이는 풍경은 온통 얼어붙은 눈밭의 연속이었죠. 해명과 사과를 하면 할수록 살얼음판 위를 맴맴 도는 것 같은 대한항공의 요즘처럼 말입니다.

17일 서울 지역에 기록적인 한파가 몰아닥친 날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소환됐습니다. 눈물을 흘리며 네 차례나 "죄송합니다"를 반복했고 다른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는데요. 한때 성공한 3세 경영인으로 주목받았던 '한진家 공주님'의 당당함은 흔적도 없더군요.

사건 직후 지금까지 회유와 을러대기, 은폐로 점철됐던 대한항공의 위기관리능력은 상당기간 희대의 웃음거리로 남을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1년 전 남양유업이 '막말' 파문 이후 지금껏 주가급락과 매출 부진에 시달리고 있지만 반면교사는커녕 한 술 더 뜬 경우랄까요.

최근 온라인 위기관리 전문가를 자처하는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는 대한항공의 위기 대응법에 대해 "감동과 '스토리'가 없었다는 게 결정적인 실수"라고 말했습니다.

남양유업과 대한항공 모두 틀에 박힌, 그것도 한참 늦은 사과문을 내놓고 할 도리 다했다며 손을 놓아버렸기 때문입니다. 남녀사이에도 '뻔한' 선물은 감동도, 기쁨도 줄 수 없는 것과 같은 맥락이지요.

상당수 국민들이 '대한항공이 망할 때까지' 비난을 멈추지 않겠다며 칼을 갈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대한항공의 위기대응 능력이 정상궤도에 오르길 바랍니다. 가도 가도 매서운 겨울왕국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나고 싶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