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기자수첩] 삼성맨 간판 떼기가 왜 두려운가…

이보배 기자 기자  2014.12.17 15:44:0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한화와 삼성의 '빅딜'이 연일 재계의 관심사로 회자되는 가운데 삼성의 매각 대상 계열사인 삼성테크윈 일부 직원들이 전국민주노총노동조합총연맹 소속 전국금속노동조합에 가입했다.

앞서 매각 반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매각 반대 집회를 여는 등 삼성테크윈 매각을 반대하던 삼성테크윈 직원들이 비대위를 해산하고 지난 12일 금속노조에 가입 노조 활동을 시작한 것.

삼성그룹 계열사인 삼성테크윈 직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함에 따라 ’무노조 원칙‘의 삼성신화가 깨지고 말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번 빅딜의 매도자 측인 삼성도 곤혹스럽겠지만 매수자 측인 한화그룹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다.

인수 자금만 약 2조원으로 금융위기 이후 최대 '빅딜'이라는 외부의 평가와는 달리 삼성계열사의 매각 반대 비대위 구성에 이은 노조 가입은 이번 빅딜로 국내 재계 순위 10위권에 안착한 한화의 '자존심'을 긁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삼성테크윈 직원들이 매각을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고용 불안'이다. 한화 측에 경영권이 넘어간 이후 고용 보장 약속이 물거품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빅딜 성사 이후 지금까지 줄기차게 삼성 계열사 직원들의 100% 고용승계를 약속한 한화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다.

앞서 삼성테크윈 비대위는 한화가 삼성테크윈을 인수 한 후 수익성이 악화되면 100% 고용승계가 유효할까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삼성테크윈이 외부에서 봤을 때는 전체가 방위산업으로 보이지만 삼상전자에 주로 납품을 하는 민수사업부가 아직 일부 남아있어 한화에 매각되면 다음 판로가 개척되지 않아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관련 한화그룹 측은 "100% 고용승계와 함께 방위산업부문뿐 아니라 CCTV 등 삼성테크윈의 모든 사업을 흡수해 그 역량을 키우고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그룹 측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응대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타 방산 부문에 대한 구조조정설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강조도 보탰다.

이와 관련 삼성테크윈 일부 직원이 가입한 금속노조 경남지부 관계자는 "고용승계는 당연히 100% 이뤄져야 하고 민수사업 확대는 기업이 이득을 본다면 당연히 확대하지 않겠느냐"며 "한화그룹 측의 공식입장과 별개로 노조활동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매각 반대 비대위에서처럼 강경한 반대 목소리는 작아진 듯 보이지만 삼성 사상 초유의 사태인 노조가입이라는 강수로 한화와 삼성 양사 모두를 당혹스럽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다만 이번 한화와 삼성의 빅딜은 단순한 차원의 매각·인수가 아니다. 기업 간 자발적 인수합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화와 삼성 양사 입장에서 더 잘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해 경쟁력을 높인다는 게 이번 '빅딜'의 골자다. 삼성은 전자, 한화는 방산사업에 집중해 글로벌 경쟁력을 더욱 끌어올린다는 복안인 것.

이런 시점에서 "삼성맨이라는 자부심으로 일해 왔다"는 삼성테크윈 직원들의 말과 노조 가입 사실에 쉽게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물론 그들의 땀과 노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매각 반대 움직임에도 빅딜 성사는 문제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한화와 삼성의 입장이 단호한 시점에서 매각사의 간판 지키기 활동보다 매각 후 본인의 입지를 생각하는 것이 더욱 현명하지 않을까.

나아가 삼성이 매각을 결정했다는 것은 삼성 내에서 힘을 실어주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미래경쟁력을 담보받지 못하는 상황이라면 ‘삼성맨'이라는 간판에 연연하지 말고, 자신의 가치를 알아주는 곳에서 다시 한 번 실력발휘를 해보는 것도 어찌 보면 괜찮지 않을까 싶다.

더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번 '빅딜'은 양사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점에서 결국 노조 활동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보인다.

새삼 직장인의 애환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드라마 '미생'의 대사 한마디가 떠오른다.

"남들한테 보이는 건 상관없어요. 화려하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한다는 것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