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거래일을 열흘도 채 안 남긴 국내증시가 올해도 박스권 탈출의 염원을 내년으로 미루게 됐다. 지난해 코스피지수 고점을 2400포인트까지 올려 잡았던 국내 증권사들은 줄줄이 내년 증시에 대해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으며 몸을 사리는 분위기다.
미국의 양적완화 종료에 이은 금리인상 가능성 고조에 일본의 공격적인 엔화약세 정책과 유가급락까지 불안요인이 겹치면서 시장을 압박하는 탓이다. 여기에 수출주가 주력인 국내 주요기업들의 내년 실적 전망이 반등할 수 있을까에 대한 의문도 한몫했다.
◆1년 만에 예상밴드 100p 빠져 '국내 증권사 몸 사리기'
이달 15일 기준 17개 증권사의 전망자료를 분석한 결과 내년 예상 코스피지수는 최저 1850포인트에서 최고 2199포인트로 집계됐다.
지난해 12개 증권사들이 상단 평균을 2325포인트로 제시한 것에 비하면 최소 100포인트 넘게 낮아진 셈이다. 코스피는 올해 7월30일 2082.61을 기록한 이후 2100선 고지를 단 한 번도 넘지 못했다.
가장 낮은 저점을 제시한 증권사는 1750포인트를 예상한 교보증권과 KDB대우증권이었으며 가장 높은 수치를 내놓은 곳은 2350포인트를 예상한 동부증권이었다. 동부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유일하게 내년 박스권 상향 돌파 가능성을 점쳤다.
증권사들은 2015년에도 종목별 장세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특히 소비관련주와 은행, 건설 등 내수주를 중심으로 차별화가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올해 급락세를 탔던 자동차와 일부 IT 종목의 기술적 반등 가능성과 함께 중국 관련주도 관심종목으로 꼽혔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금융과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 소재 순으로 관심을 기울일만하다"며 "특히 금융업종은 정부의 경기부양정책과 시너지를 내면서 실적개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
김학균 KDB대우증권 투자전략팀장 역시 "박스권 장세에서는 그나마 안정적인 실적을 가져갈 수 있는 소비와 금융주 같은 내수종목이 유망하다"고 분석했다.
섹터 전략 차원에서 1분기에는 내수경기민감주, 5월 이후에는 수출주에 대한 비중확대가 유리한 만큼 포트폴리오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전체 기업이익 증가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업종별 차별화에 초점을 둔 전략이 유용할 것"이라며 "내년 이익 서프라이즈가 기대되는 업종은 내수경기민감주와 수출경기민감주가 될 수 있다"고 점쳤다.
이어 "1분기는 정책 기대감과 이익신뢰도를 쌓은 은행과 증권, 건설 같은 내수경기민감주, 5~7월에는 철강, 화학, 에너지 등 수출경기민감주를 봐야 할 것"이라며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낮은 가격과 수급 영향에 주목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외국계는 후한 평가 '대조적'
외국계 금융사의 국내시장 전망은 좀 더 희망적이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 증시가 올해 급등세를 타면서 소외됐던 한국시장 역시 내년 동조화 현상을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 덕이다.
피델리티 월드와이드인베스트먼트는 이달 발표한 2015년 한국시장 전망에서 "다양한 대외 변수와 높은 변동성에도 올해에 비해 내년에는 긍정 요인들이 있다"며 "한국기업들의 배당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증시 벨류에이션 상향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골드만삭스도 지난 2일 내년 한국 수출기업들을 위시해 실적개선을 이루면서 코스피가 2300선까지 랠리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 측은 "한국의 수출과 증시가 답보상태에 머물렀지만 내년에는 수출이 6~7%대 성장하고 환율 여건도 원화약세 방향으로 예상돼 박스권 탈피가 가능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더욱이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3.8%로 올해보다 0.3~0.4% 상승할 것이라는 낙관론을 펼쳤다.
앞서 크레디트스위스 역시 한국기업들의 이익 증가율이 내년 10% 수준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크레디트스위스 측은 내년 국내증시 5대 모멘텀으로 △중국 관광객 증가 △배당확대 △기준금리 추가 인하 및 부동산시장 회복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저금리 기조로 인한 자금 유입을 꼽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