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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가입 때 원금보장 미련은 미련한 짓"

DC형 전환 필연적, 日 후생연금기금 반면교사 삼아야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2.16 17: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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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원금보장 생각에 퇴직연금을 확정급여형(DB형)으로 운용 중이라면 생각을 바꿔야 할 때다. 고착화된 저금리 기조와 길어진 평균수명을 두고 "고정금리 상품으로 운용하는 퇴직연금은 앉아서 죽음을 기다리는 것 밖에 안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나온 까닭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16일 연금교육포럼 발족 100일을 맞아 개최한 세미나에서 하타 조우지 일본 DC연금종합연구소장은 확정기여형(DC형) 비중을 늘려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소득절벽' 공적연금으로는 피할 수 없어

퇴직연금 제도는 크게 확정기여형(DC형)과 확정급여형(DB형)으로 나뉜다. DB형은 기존 퇴직금제도와 가장 유사한 형태다.

퇴직금 총 수령금액 계산방식은 같고 개인퇴직연금계좌(IRP 계좌)를 만들어 이 계좌로 퇴직연금이 이전돼 근로자가 계좌 해약을 통해 일시금 지급받을지, 아니면 계속 운용해 퇴직연금 형태로 받을지를 선택하면 된다.

DC형은 매년 발생하는 퇴직금을 선택한 계좌에 넣어 '운용'하고 이에 관한 손익을 근로자가 챙긴다. DB형은 퇴직금 규모를 미리 가늠할 수 있지만 DC형은 운용 성과에 따라 많아질 수도, 적어질 수도 있다. 만약 매년 급여상승률이 높지 않다면 DC형으로 퇴직연금을 설계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타 소장은 일본의 후생연금기금을 예로 들며 DC형 연금 전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후생연금기금은 일본에서 처음으로 DB형 연금제도를 확립했지만 2년 전부터 DB형 가입자는 급감한 반면 DC형 가입자는 늘어나는 추세다.

그는 "일본 후생연금기금 덕분에 일본의 고령자들은 공적연금만 갖고도 생활이 가능했지만 경제거품이 꺼지면서 기금운용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고 아마 5년 내에 이 제도는 사라질 것"이라며 "퇴직연금을 포함한 사적연금 강화와 DC형 전환은 필연적"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정부가 공적연금 지급 개시연령을 기존 60세에서 65세로 높여 연금 개시 전까지 '수입절벽'이 생긴데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실제 연금가치가 떨어진다는 점도 DC형 연금 전환이 필요한 이유로 꼽혔다.

이 같은 분위기에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서 DC형의 양적 성장도 두드러질 전망이다. 이날 트러스톤연금교육포럼에 따르면 10년 뒤 DC형 퇴직연금 규모는 167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9월 말 기준 DB형은 60조원, DC형은 20조원 수준이지만 오는 2023년 말에는 DB형 143조원, DC형 167조원으로 시장 규모가 역전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퇴직연금 투자교육, 기업·노조 나서야

이 포럼 강창희 대표는 "2010년 기준으로 미국과 일본의 노후 주요 수입원 60% 이상이 공적, 사적연금이지만 우리나라는 13.2%에 불과하다"고 운을 뗐다.

이에 더해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완전히 책임지지 않는 요즘에는 퇴직연금, 특히 DC형 연금으로의 빠른 구조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강 대표는 "DC형 연금 확대에 따른 투자교육이 절실하다"며 "미국 최대 목재기업인 와이저 하우저는 1980년대 퇴직연금 도입과 함께 의무적으로 '생애설계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했는데 우리나라도 기업과 노조가 나서 인식전환을 이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트러스톤 연금교육포럼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여성 평균수명은 85세로 1960년에 비해 50년 넘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기준으로 50대 이상 은퇴자 및 은퇴 예정자들이 예상하는 부부 월 최소생활비는 133만원, 적정 생활비는 184만원이었다.

그러나 국민연금 월수령액은 최소생활비의 45%, 적정생활비에 32%에 불과한 상황으로 퇴직연금을 비롯한 사적연금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