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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여지도] 통합산업은행까지 '60년 얘기보따리' …ⓛ 경제사 담화

내년 1월 정책금융공사와 통합, 시장안정 위한 은행 정책기능 필요성 대두

나원재 기자 기자  2014.12.16 17: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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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돈'을 가치와 재산 축적의 대상으로 삼지만, 부지기수의 사람에게 '금융'이란 여전히 어렵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금융시장'을 논하자니 벌써부터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다. '돈의 융통'이 곧 '금융'이다. 돈을 빌리고 빌려주는 시장을 '금융시장', '해당기업'을 '금융기관'으로 셈하면 조금이나마 편해질까. 같은 맥락으로 은행과 보험, 증권, 카드회사 등을 먼저 둘러보는 것도 좋은 기회다. 프라임경제 기획 [금융여지도] '통합산업은행'을 살펴봤다.

보름 앞으로 다가온 '2015 을미년(乙未年)' 벽두에 있을 통합 산업은행(이하 통합산은) 출범이 흥미롭다. 지난 8월 금융위원회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가 발표한 '정책금융 역할 재정립 방안' 핵심인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이하 정금공)의 재통합에 관련 인수합병(M&A) 등 숱한 이슈가 이미 따라붙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09년 10월 정책금융 육성과 산업은행 민영화를 위해 산은금융지주에서 정금공을 분할했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장안정 문제로 산업은행의 정책기능 전문성을 유지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정금공과의 통합을 꾀했다.

산업은행에 흡수통합되는 산은금융지주와 정금공도 역사의 뒤안길로 자연스레 사라진다. KDB금융그룹의 지배구조 역시 단순하지만 굵직한 변화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은행에 따르면 그간 정금공-산은지주-산업은행 순으로 이뤄진 지배구조는 내년 통합산은 출범에 따라 정부가 산업은행 지분 100%를 소유하게 된다.

◆뿌리는 한국산업은행, 그룹 지분구조도 변동

올해 60주년을 맞은 KDB금융그룹을 보다 쉽게 들여다보려면 정금공이 산은금융지주에서 분리되기 한 달 전, 산업은행이 그룹 자회사로 편입된 해를 기준 삼아야 한다.

그룹 내 △KDB산업은행 △KDB자산운용 △KDB대우증권 △KDB인프라 △KDB캐피탈이 핵심 계열사에 위치했지만, 엄밀히 따지자면 이들의 그룹 내 뿌리는 모두 KDB산업은행이다.

한국산업리스로 시작한 KDB캐피탈은 2009년 지주 자회사 편입 전인 1972년 한국산업은행 출자로 설립됐고, KDB대우증권도 2000년 5월 은행 자회사에 포함됐다.

같은 맥락으로 KDB자산운용도 1996년 서울투자신탁운용에서 시작해 2000년 증자에 따라 대우증권이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2004년 5월 증자 과정을 통해 최대주주가 산업은행으로 바뀌면서 사명도 변경됐다.

KDB인프라도 2013년 5월 한국인프라자산운용주식회사에서 변경된 사명이며, 2003년 설립 당시 산업은행이 출자해 현재 그룹 일원으로 브랜드 가치 및 시너지 효과에 이바지하고 있다.

KDB산업은행의 경우 2009년 지주사에 편입됐지만, 내년 통합산은 출범에 따라 정점에 서게 된다. 이후 핵심 계열사가 M&A시장에서 이슈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당분간 최대주주는 지주사에서 은행이 되는 셈이다.

◆정책금융기관 역할론 무게, 과거 행보 '주목'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서 정책금융기관으로 소임을 다한 한국산업은행의 지난 얘기를 들추지 않을 수 없다.

한국산업은행은 지난 1954년 이래 60년간 국민경제의 발전이라는 시대적 사명에 부응해 국가기간산업과 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선도적인 금융지원을 수행, 우리 경제성장을 실질적으로 이끌어왔다.

은행은 특히, 외환위기 이후 기업금융 선도은행으로, 투자은행업무 확대와 금융기법 고도화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 발전을 주도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포함해 위기 시 외화유동성을 적기에 확보하고, 벤처투자 등 시장실패영역에 대한 지원 강화와 창조금융 지원체계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앞서 은행은 1953년 7월 한국전쟁 휴전성립을 위시해 설립이 본격 추진됐고 동년 12월30일 '한국산업은행법' 공포에 따라 1954년 4월1일 정부 단독출자로 세워졌다.

이후 은행은 1961년까지 기간산업건설자금과 광업자금, 주택건설자금 등 정책자금은 물론, 운영자금의 공급을 통해 전쟁 복구와 산업부흥을 지원하는 등 개발금융체제를 확립했다.

은행은 또, 1962년부터 1971년까지 본격적인 개발금융을 전개하기도 했다. 1962년 정부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에 은행은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주요 전략산업을 대상으로 거액의 설비자금은 물론, 공장가동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원활히 공급하는 역할을 맡았다.

1970년대에 들어서며 한국산업은행은 중화학공업 건설에 필수적인 장기설비자금 조달과 공급을 적극 추진하는 등 금융체제 확립과 확대를 꾀했다.

◆벌써부터 뜨거운 관심…시너지 기대

1980년부터 은행은 이후 9년간 중화학공업 육성 성장우선정책에서 파생된 과잉투자 및 부문 간 불균형, 장기불황산업의 발생 및 기업부실 확대 등의 문제를 시정하기 위해 산업합리화 등 산업구조조정정책을 꾀했다.

특히, 1990년대 은행은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등 개방화·국제화에 맞춰 국제투자은행으로의 도약을 위한 기반을 구축했다. 이 과정에서 1997년 외환위기에 은행은 기업구조조정을 주도하면서 지원을 강화해 정부의 성장잠재력 확충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기도 했다.

아울러, 한국산업은행은 2007년까지 회사채와 M&A, 컨설팅, 사모펀드 등 다양한 투자은행업무를 새로 도입하거나 강화하는 등 국내 금융산업을 선도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 이어왔다.

2008년 6월 정부의 '산업은행 민영화 방안' 발표 이후 은행은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같은 해 9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져 민영화 추진과 국책은행으로 시장안전판 역할을 동시에 담당했다.

이와 관련, 위기극복을 위해 금융시장 안정과 유동성 지원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은행은 내부적으로 작년 민영화 논의가 중단된 시점까지 내실경영 강화 등 민영화로의 이행에 필요한 준비를 지속해왔다.

그간 투자은행업무 및 기업금융 노하우를 앞세워 정책금융 수요에 효과적으로 대응한 은행이 통합산은의 시너지를 어떻게 발휘할지 관련 업계의 관심이 벌써부터 뜨겁다.

프라임경제 [금융여지도] '통합산업은행' 시리즈 두 번째 자리에서는 지분구조와 각 계열사 사업 현황을 집중 조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