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임경제] 최근 어느 콘텐츠 공급망 협력과 관련된 행사를 취재하러 간 적이 있습니다. 한국은 물론 중국의 콘텐츠 및 플랫폼 관계자들이 다소 참석해 양국 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방증했는데요.
한 중국측 플랫폼 업체 고위 인사가 프레젠테이션을 하러 단상에 올랐습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는 와중에 사진을 몇 컷 찍기로 했는데요. 문제는 카메라의 뷰 파인더에 잡힌 모습이 말하는 이가 사진처럼 주머니에 손을 넣은 모습이었다는 점입니다.
이런 사진은 쓰기가 좀 곤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찍기 위해 뷰 파인더를 계속 들여다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이 발표자의 왼손은 잠깐 밖으로 나오거나 단상 위로 올라오긴 할지언정 상당한 시간을 주머니 손에 들어가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오른손은 거의 계속 단상 위에 올려 놓고 발표를 했지만요. 우연히 한두 차례 눈에 띄었다기 보다는 왼손을 주머니에 넣고 말하는 게 습관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문제는 손을 찔러 넣고 말하는 모습 등 어떤 사회적 인식상 크게 좋아 보이지 않는 장면이 사진으로 찍히면, 사진이 가진 찰나적 기록이라는 측면 때문에 왜곡된 이미지를 만들 수 있다는 점입니다.
바로 그 장면 하나만 기록되고 거기에 상식이 덧씌워져 언급되고 왜곡도 될 수 있는 셈입니다.
한 예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통일안보문제에 대해 얘기하며 '수수방관하고 있지 않다' 혹은 '가만 있지 않다'는 의지를 표명하기 위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언급의 대상이 된 이들에게 면박을 주면서 말을 했다는 식으로 회자된 바 있습니다. 꼭 그런 내용이 아니더라도, 상당히 공격적이고 거친 이미지의 고인으로 이미지 세팅을 하고 싶은 이들이 사진만 딱 떼어 활용하기도 했죠.
개그맨 유재석씨도 택시기사와의 대화 중 주머니 바지 속에 손을 넣은 장면 때문에 도마에 오른 바 있고, 걸그룹 티아라는 무대에서 멤버 간 재잘재잘 수다를 떠는 듯한 연출장면이 있는데 이것이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 행사 무대에 섰다가 "성의 없이 공연 중 잡담을 한다"고 비판의 화살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이런 사정을 생각하면 어떤 형식이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는 직업의 경우 제스처 하나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겠는데요. 젊은 외국 기업인이 서울에서 열린 행사의 단상에 서다 보면 저런 부분은 미리 누군가 챙겨줬어야 하지 않았나 싶기도 한 생각이 듭니다.
유명인의 일명 '시그니처 스타일'이 널리 인정받는다는 건 특히나 문화적 관습의 제약이 많은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은 일일 뿐더러, 사진처럼 단편적인 조각만 남는 기록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평가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상황에서라면 더 그럴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음엔 아예 주요 거래선인 한국시장에 대한 이해가 넓어져 사소한 제스처에도 신경을 쓰는 변화된 모습, 아니면 단상 한켠에 가만 서서 발표를 하면서 손을 찔러넣기보다는 더 적극적인 모습으로 발표하는 저 중국 기업인의 모습을 나중에 다시 볼 일이 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