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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운동선수 같은 신사" 2세대 제네시스

고속주행 시 묵직한 안정감…어느 순간 200km/h까지 막힘없이

전훈식 기자 기자  2014.12.16 12: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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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출시된 아슬란 때문인지 제네시스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더러 들린다. 물론 1세대의 경우 성향이 비슷하다고 여길 수도 있지만, 2세대 제네시스와 아슬란은 전혀 다른 차종이며 타깃층도 분명히 구분된다. 확실한 점은 2세대 제네시스가 품은 기술력이 여타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차 최초 후륜구동 럭셔리 세단인 제네시스가 지난해 11월 2세대 이름으로 재탄생했다. '세계 유수의 프리미엄 차량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최첨단 후륜구동 세단 개발'을 목표로, 1세대 모델(2008년)을 완전히 탈바꿈시켜 △스타일 △주행성능 △안전성능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것이다.

물론 출시 1년이 아직 지금도 호불호는 극명하게 갈리는 추세지만 판매량에 있어 쏘나타나 그랜저와 같은 볼룸모델에 결코 뒤지지 않는 수치를 자랑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이전 모델보다 높은 명성을 떨치고 있는 2세대 제네시스만의 매력은 무엇인지 제네시스3.8 프레스티지를 시승해봤다. 시승코스는 서울역을 출발해 △과천대로 △과천의왕간고속화도로 △경수대로 등을 거쳐 수원KT워즈파크를 왕복하는 총 70㎞에 해당되는 거리다.

◆'정중과 날렵' 공존…스포츠세단 이미지에 감성 디테일

4년간 총 5000억원을 들여 새롭게 탄생된 2세대 제네시스는 기존 브랜드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한 단계 발전시킨 '플루이딕 스컬프처 2.0'을 최초로 적용한 차량이다.

그래서인지 2세대 제네시스를 만난 첫인상은 정중함과 날렵함이 공존하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럭셔리 스포츠 세단' 이미지였다. 특히 일체형 대형 그릴은 강인한 인상을 부각시켰고, 그릴 좌우에 위치한 헤드램프도 자칫 무난할 뻔한 디자인에 포인트를 줬다.

전체적 측면 라인도 지붕에서 시작된 C필러 라인이 각도를 날렵하게 뽑아내면서 트렁크 부근까지 유려하게 이어져 '쿠페와 고급 세단'의 공존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또 헤드램프에서 테일램프로 이어지는 캐릭터라인은 '스포츠 세단' 모습이 그대로 녹아있었다.

후면부 역시 가로로 길게 자리 잡은 테일램프와 범퍼 하단 디퓨저로 안정감이 극대화되면서 YF쏘나타에서 시작된 현대차 특유의 느낌을 연출했으며, 세세한 그래픽이나 디테일은 제네시스만의 개성을 나타내기에 충분했다.

물론 디자인과 관련해 출시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부분이 다른 차량과 유사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디테일 측면의 차이점이 확연하다.

특히 헤드램프 형상과 아웃라인, 범퍼금형과 엣지라인의 자연스러움은 굉장히 고급스러워 현대차 디자인의 발전 가능성에 점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한편, 수평 레이아웃을 적용한 실내 디자인은 간결 단순하면서도 안정적이고 세련된 인상이다. 내장 소재 선택에도 고급 세단인 만큼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인다. 이탈리아 나파 가죽이 사용된 시트는 8방향으로 조절이 가능하며, 갈색 우드트림은 자연 상태 나뭇결이 그대로 살아있다.

여기에 2열로 정리된 공조, 오디오 시스템 조작부는 간결하고 깔끔한 느낌을 준다. 'HMI(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 설계 원칙을 앞세워 제작되면서 운전자가 각종 차량 기능을 직관적으로 인식해 보다 편리하고 효과적인 사용이 가능하다.

뒷좌석도 실내공간의 크기를 결정하는 휠베이스(3010mm)가 기존보다 75mm 커지면서 한 등급 높은 '에쿠스'급 공간이 확보됐다. 다만, 곳곳에 자리 잡은 20여개의 조작 버튼은 눈에 거슬린 정도로 복잡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뛰어난 정숙성에 대형세단 묵직함

본격 시승을 위해 앉은 운전석은 일반 세단보다 시트 포지션이 낮아 주행감을 잘 느낄 수 있다. 4스포크 스티어링휠도 적당한 굵기로 잡는 느낌이 좋았다.

시동을 걸면 낮고 묵직한 엔진음이 잠깐 느껴졌을 뿐, 금세 조용해진다. 엔진 시동이 걸린 채 저회전수로 동작하고 있는 엔진 아이들링 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다.

탑재된 람다 3.8 GDI 엔진은 △최고출력 315마력(ps) △최대토크 40.5kg·m △연비 8.5km/L(4WD, 19인치 타이어 장착 기준)의 성능을 발휘한다. 수치상 이전 모델과 크게 향상되지 않았고, 오히려 공차 중량이 130kg이나 늘어나면서 가속력과 연비는 다소 뒤처지는 편이다.

실제 가속페달에 발을 얹으면 묵직함이 먼저 느껴진다. 출발 시 반응성이 지나치게 민감하지 않아 은근한 힘이 느껴지는 게 대형 세단에 어울리는 무게감이다. 하지만 고속도로에 진입한 제네시스는 묵직한 안정감과 함께 어느 순간 계기판이 200km/h까지 막힘없다.

고속에서 차선 변경 때도 차체 쏠림현상이 매우 제한적일 만큼 차체 흔들림도 거의 없다. 끼어드는 차량만 아니면 속도를 더 내도 무리가 없을 정도로 높은 안정감을 제공한다. 고속 선회 때는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조여져 몸을 잡아준다. 핸들링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해 주는 요소다.

2세대 제네시스에 장착된 다양한 편의기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AVM)'. 차량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전방위 영상을 구현해준다. 스마트키를 들고 차량 후면에 서 있으면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트렁크 시스템'도 인상적이다.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공인연비가 8.5km/L(복합연비 기준)에 그친다는 점이다. 고속도로 실주행에서 다소 거칠게 몰았을 때는 연비가 6.2km/L까지 떨어진다. 그나마 왕복 70㎞ 주행에서 공인연비에 가까운 8.2km/L를 기록한 것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다.

탑재된 엔진도 1세대 장착 엔진(최고출력 334마력, 최대토크 40.3kg·m)과 비교해 수치상 성능이 하락했다는 점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물론 이번 람다 3.8 GDI 엔진이 실용 영역대에서 경쾌한 가속감과 향상된 체감 주행성능을 제공하기 위해 조정됐다곤 하지만, 소비자들을 설득시키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제네시스는 쏘나타나 그랜저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현대차 프리미엄 변화'를 대변하는 차량이다. 특히 실 주행에서 느낀 제네시스는 최근 강세를 보이는 독일 프리미엄 세단과 견줘도 전혀 뒤질 것이 없었고, 각종 편의사양의 경우 오히려 앞선다는 평가도 내릴 수 있다.

더욱 강인한 모습으로 돌아온 2세대 제네시스 판매가격은 3.8 프레스티지 기준 6130만원이다. 단 AWD 시스템인 'HTRAC'은 전 트림에 장착 가능하고 가격은 250만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