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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백반증 환자, 겨울이 반가운 이유

박진호 우보한의원 창원점 원장 기자  2014.12.15 15:5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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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춥고 건조한 겨울철은 각종 피부질환이 악화되기 쉽다. 피부보습력은 약해지고 각질의 생성은 증가한다. 더구나 동장군의 영향으로 피부탄력도 없어진다.

건조화는 물론 발진과 같은 각종 피부트러블이 일어나고 심지어 피부가 따갑기까지 하다. 아토피 피부염이나 건선 환자에겐 그야말로 지옥 같은 시간이다.

하지만 오히려 겨울철이 다가오길 바라는 이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백반증 환자를 꼽을 수 있다. 다른 피부 환자들과 달리 이 질환은 겨울철에 증상이 호전되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이다. 우선 백반증은 멜라닌 색소세포가 결핍되면서 피부 곳곳에 흰색반점이 생기는 피부질환으로 가장 큰 악화요인이 자외선이다.

원래 멜라닌은 자외선을 흡수해 우리 몸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멜라닌이 부족한 백반증환자는 햇빛에 노출됐을 때 일광화상을 입기 쉽고 그 부위로 백반증 병변이 확산된다.

이 때문에 자외선이 가장 강한 여름철에는 백반증 환자들의 고통은 가장 극심해진다. 심지어 어제까지 멀쩡했던 얼굴에 다음날 백반증이 생기는 환자도 있을 정도다. 다행히 이러한 백반증 환자들은 계절적인 영향으로 자외선이 약화되면 확산속도가 늦춰지거나 중단되기도 한다.

이러한 때가 오히려 치료적 관점에서는 호기로 볼 수 있다. 통상 백반증의 수월한 치료를 위해서는 백반증이 비활성화된 상태에 환부의 크기가 작을 때 색소의 재침착을 집중적으로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겨울철 증상이 다소 완화됐다고 관리와 치료에 소홀하면 안 될 이유다. 더구나 겨울이 끝나면 곧 봄철부터 다시 자외선이 강해지기 때문에 방어적 차원의 준비도 필수적이다.

흔히 무좀이라고 알려진 발백선증 역시 마찬가지다. 무좀의 주된 원인인 피부사상균(곰팡이균의 일종)은 덥고 습한 환경에서 극성을 부리기 때문에 겨울철엔 증상이 완화된다.

사상균의 활동이 소강상태에 빠진 겨울철 집중적인 치료를 통해 세균을 박멸하고 이후 재발하지 않토록 면역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 밖에 열성홍반, 콜린성 두드러기, 습진 등 여름철 증상이 악화되기 쉬운 몇몇 질환들도 겨울잠을 자듯 증상이 약해질 수 있다.

다만 이들 질환이 겨울철에 단순히 증상이 약해지기 때문에 치료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아니다. 겨울철 치료는 곧 앞으로의 건강전반을 위한 준비과정과도 같기 때문이다.

실제로 겨울철엔 우리 몸의 생체시계(biological clock)가 환경변화와 맞춰 우리의 심신을 조정한다. 체온보호를 위해 혈관을 저절로 수축시키고 세로토닌 호르몬의 분비는 줄여 마음을 침착하게 만들고 정서적 안정을 유도한다.

평소보다 수면의 양은 늘어나고 대신 식욕은 왕성해진다. 혈당수치도 열대사를 위해 높아진다. 겨울기간 다음 해를 맞이하기 위한 충전과 휴식의 순환상태로 만드는 셈이다.

이 때문일까.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동병하치 하병동치(冬病夏治 夏病冬治)'를 강조해왔다. 겨울병은 여름에 미리 치료하고 여름병은 겨울에 고치라는 뜻이다. 이는 곧 각 절기에 맞춰 건강관리와 양생에 힘써야 앞으로 있을 기후변화에 따른 각종 질환에 대항할 힘을 비축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든 병은 사전에 예방해야 한다(未病而治之)'는 기본적인 건강철학과 같은 맥락이다. 오늘날 이상기온으로 점차 환경적응력을 잃어버리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적합한 선현들의 귀중한 지혜일 것이다.

모든 질병은 꾸준한 치료를 통해서만 기대만큼의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다. 특히 면역계의 교란이 주원인인 피부질환들은 더욱 그러하다. 백반증도 예외가 아니다. 올해 겨울 치료에 힘써 돌아오는 봄엔 건강한 피부로 활기차게 생활하길 바란다.

박진호 우보한의원 창원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