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훈식 기자 기자 2014.12.15 13:08:31
[프라임경제] 현대자동차가 계속되는 수입차 공세에 적극적인 대응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국내시장에서 스스로의 입지를 유지하는 수준에 그쳤지만, 더 이상 수입차의 확장을 지켜볼 수 없던 것이다. 뿐만 아니라 상품 가치도 예전과 달리 동일한 세그먼트 내에서 결코 뒤지지 않을 만큼, 일명 프리미엄 삼각편대를 앞세워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는 지난달 신규등록대수가 전년대비 22.4% 증가한 1만6959대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누적(17만9239대)으로는 무려 24.4%나 오른 수치며 특히 중·준대형 세단 시장에서는 글로벌 베스트셀링 모델을 앞세운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연일 높은 판매량을 갱신하면서 국산차 입지가 점차 줄고 있다.
이런 만큼 시장점유율에 영향을 받은 현대차도 수입차 행보에 크게 개의치 않던 과거와는 달리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과 함께 '프리미엄 삼각편대'로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면서 내수 방어에 돌입했다.
◆그랜저, 대표차종 우뚝…제네시스, 수입차 견제
현대차가 지난 1986년 미쓰비시 데보네어 베이스를 바탕 삼아 출시한 그랜저는 당시 국내 최대 배기량을 자랑하며, 곧바로 상류층 공략에 성공해 '부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다. 그 콘셉트와 명성은 지금까지도 이어지면서 그야말로 '살아있는 전설' 대표차종이 됐다.
무엇보다 현재 판매 중인 5세대 모델인 그랜저 HG는 2011년 첫 등장 후 3년이란 짧지 않은 시간이 흘렀지만, 브랜드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높은 상품성을 자랑한다. 업계에서는 다소 범접하기 힘들었던 이미지의 예전과 달리 보다 보편적 차종으로 입지가 바뀌면서 꾸준한 수요까지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여기 그치지 않고 가솔린에서 시작된 그랜저는 최근 하이브리드와 LPI, 디젤로 이어지는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 '수입차 공세'에 정면으로 맞섰다. 더욱이 그랜저 디젤 모델은 '국내업체 최초 준대형 승용 디젤'로, 상품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갖춘 프리미엄 준대형 세단을 원하는 고객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축인 '현대차 최초 후륜구동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는 고급 세단의 출발선이자, 고급 세단의 새로운 장을 열어가겠다는 목표로 지난 2008년 개발·출시된 대형 세단이다.
출시와 함께 많은 관심을 끌었던 1세대 제네시스는 글로벌 25만대 이상 판매고를 올렸으며 '2009 북미 COTY' 등 여러 유명기관에서의 수상 경력도 보유했다.
그리고 6년이 지난 2013년 12월, 총 5000억원을 들여 △디자인 △플랫폼 △기술 △성능 모든 면에서 한 단계 도약한 2세대 제네시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출시 당시 "현대차 기술력의 집약체로 유럽을 비롯한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세계 명차들과 당당히 경쟁함으로써 현대차 브랜드 가치는 물론 대한민국 자동차산업의 위상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고급 세단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를 겨냥해 '균형 잡힌 퍼포먼스 세단(Most Balanced Performance Sedan)'을 목표로 개발된 2세대 제네시스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퍼포먼스와 안전성'.
현대차는 2세대 제네세스 제작에 앞서 강성이 높은 초고장력 강판 적용 비율을 51.5%까지 늘리고 차체 구조용 접착제 적용부위를 123m로 확대해 세계 최고 수준의 차체 강성을 갖췄다. 이를 통해 '스몰오버랩 충돌(Small Overlap Frontal Crash Test)' 자체 시험 결과에서 글로벌 명차 이상의 안전성을 확보했다.
이런 높은 상품성 덕분인지 제네시스는 올 들어 지난달까지 내수에서 전년 1만1039대 대비 205% 늘어난 3만3754대를 팔아치우며 '수입차 견제'에 성공한 분위기다. 실제 올해 국내 4000만원 이상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국산차 비중은 수입차에 밀린 지 4년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틈새시장 틀어막은 아슬란, 고급차시장 향해 포효
그랜저와 제네시스는 중대형 세단 시장에서 '수입차 공세'를 적절하게 막았지만, 틈새시장까지 공략하는 수입차 브랜드의 끊임없는 공세에 모두 대처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런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현대차가 지난 10월 선보인 아슬란은 도박에 가까웠다. 지난 부산모터쇼에서 프로젝트명 AG로 최초 공개된 '아슬란'은 2012년 프로젝트명 'AG'로 개발에 착수해 완성된 전륜 구동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다.
김충호 현대차 사장은 아슬란에 대해 "국내 고급차 시장에 한 획을 긋고 새 역사를 쓸 현대자동차의 전륜구동 최고급 세단"이라며 "이를 계기로 경쟁이 격화되는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에쿠스, 제네시스와 더불어 또 하나의 고급차 대표 브랜드로 키울 것"이라고 역설했다.
'AG'라는 프로젝트명이나 기본 플랫폼 등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아슬란은 원래 그랜저 후속을 기본 베이스에 뒀다는 인식이 있었다. 또 얼핏 보기에 불분명한 세그먼트와 뚜렷한 타깃층도 없는 부정적 시선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모습을 보인 아슬란은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떳떳하게 선 차종이 됐고, 현대차는 고급 세단 전 영역에 차량을 포진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아슬란의 핵심임무는 증가세인 준대형세단 이상 급의 수입차 공세를 막아내는 것으로, 본격 내수 공략과 '수입차 견제' 역할까지 톡톡히 해내고 있다.
물론 지난달 총 1320대 판매에 그친 아슬란의 성적만 보면 '수입차 디펜서' 역할을 책임지기에는 아직 부족한 모습이다. 여기에 출고되지 않은 예약분 2500여대를 감안할 경우 전체 판매량은 4000여대 수준으로 김충호 사장이 출시 때 밝힌 '6000대(내년 2만2000대)' 목표에 맞추려면, 이달 약 2000대를 더 팔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시장에서의 새로운 세그먼트와 간섭효과 등을 냉정히 고려할 때, 막 데뷔를 마친 신인치고는 어느 정도 선방했다는 진단이 가능하다. 여기 더해 워낙 현대차 볼룸 모델이 높은 판매량을 자랑하는 만큼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이라는 인식을 주기도 했다.
이와 함께 '그랜저나 제네시스와의 간섭효과'와 관련해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지만, 면밀히 따지면 각 차종별 상이한 포지션으로 고급차 시장의 지배력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제품 특성상 제네시스는 후륜구동 모델이나 아슬란은 전륜구동 모델이다. 또 제네시스는 스포티한 주행성능이 강조됐다면, 아슬란은 최고의 승차감과 정숙성, 넓은 실내가 강점이다. 같은 전륜구동 세단인 그랜저는 프리미엄 '엔트리' 역할을 책임진다.
점차 국산차와 수입차 간 더욱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과연 '현대자동차 프리미엄 삼각편대'가 브랜드 이미지와 높은 상품성으로 무장한 독일 프리미엄 물결을 막아낼 수 있을지 시장은 물론 국민적 관심까지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