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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이 최상이었건만…" 김원홍 사기론 폈던 최태원 '만시지탄'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2.11 17:4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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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SK그룹 회삿돈 횡령 등 사건이 드디어 일단락됐다. 대법원 1부는 11일 SK그룹 총수 형제와 공모해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원홍씨에게 징역 4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 사건으로 이미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옥살이를 하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사건 관계자들에게 새삼 관심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방향을 잘못 잡아 오히려 괘씸죄까지 덮어쓴 결과가 됐기 때문이다.

사건 개요: 최태원 사건 파기환송 왜 성사 안 됐나?

김씨는 2008년 10월 최 회장 등이 SK그룹을 통해 투자자문사인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1000억여원을 투자하도록 하고, 이 가운데 465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1심에서 징역 3년6월을 선고받았다. 항소심(2심)에서는 주범인데 형량이 다른 피고인에 비해 낮다며 4년6월로 형량이 높아졌고 이번에 그대로 확정된 것이다. 최 회장이나 최재원씨에 비해 형량이 높게 결론난 것이다.

김씨는 해외에 도피했다가 최 회장이 항소심 결심공판을 치른 직후에야 국내에 소환됐다. 그래서 이때 최 회장 측의 사건이 변론재개 될 것이라는 예측도 일각에서 나왔지만, 결국 그대로 선고가 나왔고 대법원에서도 이를 절차상 문제삼을 것까지는 아니라고 판결했다.

그런데, 김씨 사건이 최 회장 건과 같이 처리가 될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일각에서 대법원이 만일 금년 초 확정이 아니라 파기환송을 했더라면, 이미 1, 2심에 걸쳐 상당한 개입이라든지 주범 등 역할이 인정된 김씨(심지어 형량도 더 높게 결정된)와의 각종 문제가 더 많이 정상참작됐을 여지도 없지 않아 보인다.

최 회장 사건은 2심 재판부 요구에 의해 검찰이 추가한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이 유죄로 인정됐고, 이 내용이 그대로 대법원에서 확정됐다. 이것은 거칠게 요약하자면 SK 측이 2심 변론 방향을 김씨의 사기 문제로 틀었기 때문이다.

1심에서 거액의 횡령 유죄 판결이 나오자 당혹감에 빠진 나머지(재원씨는 1심 무죄), 1심에서 펀드 관련 무관함을 주장하던 최 회장은 펀드 설립 등에 대한 전향적 태도를 보이는 동시에, 자금 송금 문제는 김씨에게 사기를 당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론적으로는 횡령에 대해 전면 무죄를 주장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이 점에 대해 대단히 나쁘게 본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과 이 부분의 인정은 결국 '설사 사기를 당한 것이라 해도 인출해 넣은 것은 최 회장이 처리한 셈'이라는 그물을 하나 더(기존 공소사실에 추가로) 탄탄하게 친 것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파기환송 등 절차를 굳이 밟을 필요를 법원에서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에 김씨 사건이 결론지어진 과정을 보면 세간에 알려진 바와 같이 김씨는 '묻지마 회장'으로 투자 관련 문제를 쥐락펴락하는 것은 물론 이성적 판단 자체를 뒤흔들 정도로 역할이 컸던 것으로, 즉 죄질이 더욱 나빴던 것으로 종합할 수 있다.

◆'횡령은 배임과 다르다' 공포감이 '무척 나쁜 회장님' 부작용 낳아

최 회장으로서는 김씨에 대한 신뢰감이 매우 컸으며, 김씨는 무속인으로 알려져 가십성 입소문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씨가 증권사 직원 출신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신뢰할 만한 정황을 인정해도 큰 망신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회사 자금을 펀드에 가입하도록 하고 펀드 조성 전에 지급금을 넣는 이례적으로 일처리를 한 것으로 결론적으로 동생을 위해 횡령을 한 것이 됐는데(빈 틈이 생긴 자금은 나중에 둘이 대출을 받아 메웠다고 하더라도), 이성적 판단을 하지 못하고 물의를 일으킬 투자를 하게 된 점을 반성했다면 오히려 정상참작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김씨의 이번 최종 판결을 보면, 사법부에서는 김씨가 사건 전반을 꾸미고 최 회장 등이 횡령을 저지르도록 끌어들인 총감독격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최 회장이 주연 성격이었음을 부정함으로써 결국 횡령 유죄에 대한 공포감으로 일을 키운 셈이 됐다는 안타까움은 그래서 더 크다.

경영상 판단에 따른 배임은 기업에 손실을 입힐 지언정 오너 개인이 착복하는 부분은 없어서 선처 여지가 있으나(최 회장이 대법원 판결을 받을 무렵, 한화그룹의 오너인 김승연 회장이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을 상기해 보라), 횡령의 경우 그렇게 선처할 필요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공감대를 사법부에서 갖고 있음은 이미 상식처럼 통용된다. 다만 최 회장은 그 상식과 더불어, 김씨가 당시만 해도 국내에 압송될 가능성을 낮게 본 것으로 생각된다.

결국 최 회장의 사건은 기업의 모든 판단은 선장(오너)에게 있으며, 그 선장이 오너 일가 개인의 영달을 위해 자금을 임의로 끌어다 쓰는 것은 더욱 큰 죄이자 다른 승무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 오히려 사회적으로 더 부정적 판단을 받을 수 있음을 증명하는 사례로 보인다.

최근 SK그룹이 오너 부재 상황으로 경영상 거시적 판단을 하는 데 있어 어려움이 적지 않다는 점이 거론되는데, 이런 안타까움에 더 큰 안타까움을 더하는 판결이 바로 11일 김씨 판결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