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칼럼] 슈퍼갑질과 배려하는 행동

박종선 한국기업윤리경영연구원 원장 기자  2014.12.10 10:36:3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갑을문제가 또다시 세간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라면 상무, 신문지 회장, 빵 회장 같이 연극같은 사건들이 줄을 이으면서 각성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역시나 하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갑질의 보편적 언어는 '너 내가 누군지 알아'다. △중소기업은 대기업 △가맹점이나 대리점은 원사업자 △조직원들은 인사권이나 감독권을 가진 상급자 △감독과 규제를 담당하는 공무원 △평범한 일반인과 직장인들은 사회 지도층이라는 인사들로부터 받는 갑질 행위의 피해자다. 

부당한 행위들 중 특히 사회일반인들이 민감히 느끼는 성희롱, 성추행 문제에 대해 언론은 하나 같이 이름 깨나 날리던 인사들을 알려준다. 전직 △입법부와 검찰 수장 △공직자 출신 △군 장성 △대학 교수 △사회단체장 등이 열을 잇는다. 

피해를 보는 측은 대부분 사회적 약자층에 속하는 △골프장 캐디 △계약직 △여학생 △여군  △아파트 관리원 등 직종을 나열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 보호를 받아야 할 층이 부당행위의 대상이 된 것.

언론을 장식하는 갑질 행위자들이 하나같이 돈과 명예, 학력과 지위를 갖고 있는 사회지도 계층으로 분류되는 사람들이다. 일반 국민들로서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다. 사회지도층으로 부르는 것조차 민망스럽다. 

얼마 전 한국 직장인 10명 중 9명은 갑질을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거래나 권리 관계에서 상대적 우위인 '갑'이 지위를 이용해 부당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갑을(甲乙) 관계'가 도처에 만연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고 언론은 꼬집는다. 

'갑질'을 한 사람으로는 직장상사가 가장 많이 꼽혔으며 이어 납품 원청업체 등 거래처, 규제담당 공무원의 순이다.

그러나 직장인의 절반이 넘는 사람들이 지위직급이 낮거나 나이가 어린 사람을 불편하게 만들어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이들에게 자신의 행동이 갑질이라고 인정하느냐의 질문에는 10명 중 6명이 '그렇다'고 답했다. 

불행한 것은 그 이유를 상대방에게 찾는 점이다. 상대방이 편법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거나, 회사이익이나 상사의 요구, 상대방이 민감히 반응했다는 응답이 대부분이다. 나는 부당하게 갑질을 당했는데, 내가 남에게 행한 갑질은 대부분 상대방이 유발한 것으로 부당한 것은 아니다라는 말과 크게 다르지 않는 것이다.

8일 아침 입점업체에게 할인행사를 강요하거나 영업비밀을 내놓으라고 갑질을 했던 어느 대기업 백화점에 공정거래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한 것은 정당하다는 고등법원의 판결이 나왔다는 보도다. 백화점 측은 그런 강요나 관련 불이익을 준 사실이 없다고 소송을 냈던 것이다.

더불어 1등석에 타고 있던 어느 대기업 항공사의 여성 부사장은 승무원의 서비스에 불만을 품고 고함을 지르며 책임자를 항공기에서 내리게 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다. 구체적 경위나 사실을 감독기관에서 검토한다니 앞으로 두고 볼 일이지만 뒷맛이 개운치는 않다. 

이 부사장은 지난해 우리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소위 '라면 상무' 사건 당시의 발언 '기내 폭행은 절대 있어서는 안된다'와는 달리 언행이 불일치하는 '슈퍼갑질'이라고 언론은 꼬집고 있다. 반복적인 행동은 습관을 낳는다.

윤리적 사회를 만드는 핵심가치의 하나는 다름 아닌 배려다. 상생과 동반성장의 기반은 배려에서 싹튼다. 배려는 따뜻한 마음으로 상대방을, 다른 사람을, 이해관계자를 존중하는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릇된 행동을 무작정 눈감아 주자는 얘기가 아니다. 문득 인도 성자 바바하리다스의 이야기가 생각난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이 물동이를 머리에 이고, 한 손에는 등불을 들고 걸었는데 그와 마주친 사람에게 답했다는 말이다. 이 등불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당신을 위한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