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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25시] 매일매일 무한도전인 그들의 삶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2.09 15:2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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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지난주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서는 멤버들의 '극한알바' 체험이 이어졌습니다.

극한알바에 참여한 박명수씨는 63빌딩 유리창을 닦았고, 유재석씨와 배우 차승원씨는 강원도 태백 탄광촌을 방문해 광부 일을 체험했죠. 정형돈씨 역시 1kg 2000원 일당을 받고 굴 껍데기를 깠으며 하하씨는 택배 일에 나섰죠.

특히 정준하씨는 감정노동을 체험했는데요. 정준하씨가 한 일은 한 홈쇼핑업체 텔레마케터 체험이었습니다. 고객 주문을 확인하고 교환, 반품, 불만처리 등의 업무를 전화상으로 해결해주는 일이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경험이 부족한 정준하씨는 밀려드는 고객 요구에 연신 '죄송합니다'로 일관하며 진땀을 흘렸죠.

이처럼 비대면 상태에서 고객의 요구사항을 해결해야 하는 텔레마케터들은 얼굴을 마주하지 않는다는 업무 특성상 고객의 불만을 고스란히 받아내고 있습니다.

승무원, 백화점 판매원 등에 이어 감정노동의 대표 업무로 인식되는 콜센터 근무자들은 능숙한 업무처리에도 하루 수십 번씩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하죠.

이는 '고객은 왕'이라는 잘못된 기업 매커니즘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데요,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에 중점을 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부고객인 근로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에는 소홀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처럼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근로자들은 기업의 제대로 된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우울증, 스트레스, 육체적 고통 등에 시달리며, 심각한 경우 자살까지 이어집니다. 

최근 노동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80%의 고객은 이유 있는 불만을 가졌다고 합니다. 이들 80% 고객은 업무처리 시 해결해야 할 사항을 콜센터 상담사들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며, 문제해결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들을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실제 콜센터 상담사들 역시 사전 교육 부족으로 불만고객을 응대해야 할 때 제대로 된 매뉴얼이 없어 당혹스럽다는 의견을 밝히기도 하죠. 이런 만큼 기업이 부족한 교육을 효과적으로 실시해도 대부분 불만고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기업은 고객중심의 경영으로 근로자에 대한 처우는 등한시하는 현실입니다. 다만 기업에서 근무하는 근로자 또한 기업의 잠재적 고객이기도 합니다.

상담사의 근무환경 개선과 교육지원을 통해 역량을 높이면, 스트레스에 따른 근로자의 이탈률을 막고 고객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돼 자연스럽게 고객 재구매까지 이어질 것으로 생각됩니다.

무한도전 극한알바 속 정준하씨와 같이 모두가 능숙한 전문가는 아닙니다. 훈련과정과 경험을 통해 전문가가 될 수 있겠죠.

직원들의 교육 기간에 기업은 상담사에 대한 교육지원과 역량강화를 위한 투자에 힘을 쓰면 어떨까요. 고객 역시 조금은 느리고, 답답하더라도 누군가의 가족이라는 생각으로 지켜보는 아량을 발휘하는 것도 따뜻한 일이겠죠. 

방송 말미에 정준하씨가 고객으로부터 '감사하다'는 인사를 듣고 감동하는 모습이 나왔는데요, 작은 인사 한 마디가 감정노동에 시달리는 모든 종사자에게 큰 감동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었습니다.

이처럼 작은 격려의 말이 한 사람에게는 큰 위안과 내일을 살아갈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떠올리며 이제부터라도 상담사는 물론 누구에게라도 감사의 말을 건네는 건 어떨까요.

무한도전에서 소개한 극한알바는 모두가 기피하는 직업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는 생업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일해야 하는 간절한 삶이기도 하죠. 이 덕에 지금 우리는 편안한 혜택을 당연하게 누리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잊지 말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