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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기술접목, 배터리업체 명운 가른 목줄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2.09 10:5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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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배터리업체가 차세대 기술과의 끊임없는 교감 여부에 따라 장기적 운명이 갈린다는 점이 최근 두드러지고 있다.

로케트전기는 최근 광주지방법원으로부터 회생절차 폐지결정을 받았다. 회사 측이 최종 제출한 회생계획안에 대해 법원이 수행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셈이다. 

물론 결정의 취소를 위해 즉각 항고하거나 회생절차 개시 재신청을 할 수 있지만, 바로 파산하고 끝내라는 식으로까지 받아들일 수 있는 결정을 '국산 배터리 명가'인 로케트전기가 받아든 상황 자체가 안타깝다는 소리가 나온다.

1964년 망간 건전지에 KS마크를 받는 등 소형 배터리 부문에서 독보적인 길을 걸어온 로케트전기는 배터리 수요 감소와 외환위기 등으로 1998년 구조조정 차원에서 건전지 브랜드인 로케트를 질레트에 양도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적자 전환한 상태에서 바이오 산업에 투자를 한다고 해 논란을 낳았다. 의약품 기술개발 및 판매업체 지분을 인수했던 것.

이 같은 다른 업종에 대한 가지 뻗치기는 결국  큰 성과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차라리 브랜드를 넘기지 말고 일찍이 1차, 2차 전지 개발 투자에 박차를 가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방식으로 신성장 동력을 확보했다면 바이오 산업 투자 검토 등 다소 엉뚱해 보이는 영역 확장 필요성도 없었을 것이라는 풀이다.

이런 가운데 같은 로케트 상표를 쓰는 축전지 업체인 세방전지는 최근 6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해 눈길을 끈다. 세방전지와 로케트전기는 한때 한 줄기였던 적이 있으나 세방전지의 경우 1978년 세방그룹에 인수되는 등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됐다.

이후 세방전지는 축전지 업체, 로케트전기는 소형 배터리 회사로 같은 상표만 쓰는 다른 길을 걸어온 것.

이 회사는 일찍부터 일본 및 독일과의 제휴에 신경을 썼다. 기술력 향상 노력을 인정받아 일본 전동 지게차 기업에도 납품하는 등으로 계단을 밟아 올라가며 글로벌 축전지 회사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국내 자동차 배터리의 매출 개선이 미미하다는 고민에 휩싸이기도 했다. 영업이익도 2011년 이래 2013년까지 줄곧 줄어오는 등 세방전지 역시 고민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역시 세방전지에 대한 지난 10월 나온 미래에셋증권이 여전한 성장잠재력 보유 종목으로 보고 있는 등 회사의 매력 요인은 사그라지지 않았다는 평이다.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고가의 흡수성 유리섬유(AGM) 전지 가술 투자를 한 것이 효자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물론 이 영역은 존슨컨트롤즈(JCI) 등 선두업체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어 시장진입이 쉽지 않으나, 세방전지가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을 낮춘 보급형으로 유럽 완성차 시장을 노리면 된다는 반론도 나온다. 차량용 리튬·니켈 전지 연구개발 노력도 나중에 큰 과실로 돌아올 가능성이 있다.

해외사례지만, 배터리 업체의 첨단 기술 관련 접목 가능성이 세간의 관심을 모은 케이스는 또 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근래 P&G로부터 유명 배터리 메이커 듀라셀을 인수하는 대가로 보유 중인 P&G 주식(약 47억달러)을 넘기는 식의 투자를 단행했다.

투자 귀재 워런 버핏의 회사가 이처럼 듀라셀에 큰 투자를 단행하기로 한 배경으로는 현재까지의 배터리사업 패턴에만 만족하지 않고 무선충전의 활성화 노력에 높은 점수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듀라셀은 스타벅스와 손잡고 무선충전 시장을 확장할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이미 세계 각지의 스타벅스 매장에서 휴대폰 등 각종 디바이스의 무선충전 서비스를 위한 '파워매트 스팟(Powermat spot)'을 설치할 계획이 발표됐다.

이처럼 배터리 업계의 명운이 갈리는 사례가 여럿 등장하면서, 업종 본연에 대한 고집은 유지하되 유연한 발전적 사고까지 챙길 안목이 일정 수준 이상 성숙한 단계에 들어선 업종 영역에서는 절실히 요청된다는 점이 새삼 확인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