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Z EZViwe

전화 한 통화로 맺은 가족 "벨소리만 들어도 알 수 있죠"

보이지 않는 곳, 이웃사랑 실천…김정은·정효진 한화생명 '나눔천사'

추민선 기자 기자  2014.12.08 16:48:39

기사프린트

[프라임경제] "제게 딸이 하나 있다는 것을 아신 후부터는 자녀교육에 대한 조언은 물론 인생살이에 대해 지혜로운 말씀도 많이 해주셔서, 제가 더 많이 배웁니다. 제 마음속의 김 할머님은 이제 저의 친정 할머님이십니다. 모쪼록 가슴으로 맺어진 인연, 최대한 오래 이어지기만을 간절히 소망합니다. 이제는 외어버린 '우리 친정할머니'의 전화번호를 누릅니다." -김정은 한화생명 상담사·독거노인지원사업 수기공모 '친청 할머니' 中

'따르릉~' 전화벨 소리가 채 세 번도 울리기도 전, 김 할머니는 기다렸다는 듯 수화기를 들어 올린다. 전화벨 소리만 들어도 '나눔천사'의 전화라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일주일에 한 번에서 세 번, 독거노인지원사업에 참여 중인 콜센터상담사들은 홀로 사는 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직접 찾아뵙지는 못해도 따뜻한 온기를 수화기 너머로 전하는 '나눔천사'들은 전국적으로 4만여명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 3일 보건복지부(장관 문형표)는 이웃사랑을 실천하고 있는 나눔천사와 기업·단체를 격려하고자 '2014 홀로 사는 어르신을 위한 사랑 나눔의 場(장)'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독거노인 유공단체 및 개인 표창, 독거노인지원사업 공모전 당선자 70명에게 보건복지부장관 표창 등을 수여했다. 

수기공모전 대상에는 김정은 한화생명보험 상담사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고, 정효진 한화생명 상담사(파트장)가 장관표창을 받았다. 이에 김정은, 정효진 상담사가 독거노인 사랑잇기에 참여하게 된 계기와 수기공모전 당선 소감을 들어봤다.

다음은 김정은(이하 김), 정효진(이하 정) 상담사와의 일문일답.

-공모에 당선된 소감은?

▲(김) 기대하지 않았던 상을 수상하게 되고 이렇게 많은 분들에게 축하를 받게 돼 얼떨떨하면서도 기쁘다. 올 한 해 마무리를 뜻깊고 영광스럽게 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봉사활동을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김) 다른 동료들이 사랑잇기 전화 봉사를 하면서 보람을 느낀다는 이야기를 들은 후 동참하고 싶었다. 현장 봉사자들에 비하면 전화하는 봉사는 정말 작은 부분인데, 그 전화 한 통화로 누군가에게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해 참여하게 됐다.

▲(정) 처음에는 회사에서 진행하기에 동참하게 됐다. 물론 개인적으로도 "봉사 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있었지만, 실천은 쉽지가 않았다. 다행히 회사에서 기회가 왔고 흔쾌히 사랑잇기 봉사에 참여하게 됐다.

-수기를 보내게 된 이유는?

▲(김) 콜센터상담사 업무는 얼굴을 모르는 전화기 너머 고객들의 불만을 듣는 일이다. 같은 상황이지만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며 시작되는 통화가 정말 좋았다. 어르신과 친밀해질수록 도와드릴 방법을 찾게 됐다. 특히 점점 어르신의 밝아지는 목소리를 들으며 많은 사람에게 내가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고 싶었는데, 수기 공모 소식을 듣고 좋은 기회인 것 같아 응모를 결심했다.

▲(정) 어르신들과 통화를 할 때 재미있는 말씀도 해주시고 가슴 아픈 사연도 있었다. 다른 동료들도 이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 수기로 한 번 써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때마침 좋은 기회가 생겨 참여하게 됐다.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든 점이 있다면.

▲(김)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참 많다. 어르신의 상황이 점점 좋아지시는 것도 보람을 느끼고, 어르신이 새벽마다 성당에 가셔서 저를 위해 기도하신다는 말씀을 들었을 때는 눈물이 날 만큼 감사하고 더 잘해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힘든 점은 없지만,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경제적인 지원을 받고 계시지 못한데 어떤 도움도 드리기 어렵다는 것이 안타깝다.

▲(정) 전화를 매주 드리는데 좀 늦게 전화를 하거나 한 주 전화 통화가 되지 않은 경우에는 걱정하며 무슨 일 없었냐고 물어보신다. 오히려 도움을 받는 느낌이고 마음이 너무 따뜻해진다. 반면, 전화로 독거노인들의 안부를 체크하는 일인데 어르신들이 왜 전화만 하고 오지는 않느냐며, 이상한 전화로 오해하시고 전화를 거부하는 경우도 있다. 잘 설명은 하지만 간혹 난감한 상황도 생긴다.

-앞으로도 봉사활동 계획이 있는지.

▲(김) 어르신과 오래오래 계속 연락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싶다. 제 딸을 무척 걱정하고 궁금해하시는데 이번 겨울 방학 때 딸과 함께 어르신 댁에 방문할 생각이다.

▲(정) 앞으로도 독거노인 전화봉사는 계속 진행할 생각이다. 찾아뵙고도 싶고 선물도 드리고도 싶지만, 혼자의 힘으로는 어려울 것 같다. 이에 회사에 지속적으로 요청해 더욱 발전한 '독거노인사랑잇기봉사'를 하고 싶다.

-봉사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다면.

▲(김) 봉사활동이라는 것이 그렇게 거창한 것이 아니다. 내 상황, 내 형편에 맞춰서 혼자 힘들고 외로워하는 사람에게 내 마음을 쏟는 일이다. 이는 작은 나눔이지만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이 몇 배로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주위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봉사하시는 분들이 많다. 추운 겨울, 마음이 따뜻하고 풍요로워지는 '나눔천사'가 되길 바란다.

▲(정) 콜센터에서 일을 하다 보니 전화가 오히려 부담이 되는 경우도 많다. 봉사인데 또다시 전화한다는 것이 일에 연장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그러나 첫 시작이 어렵지 전화를 해보시면 정말 수화기 너머 들리는 어르신 목소리가 정말 나의 할아버지 할머니 같아서 마음이 너무 따뜻해진다. 봉사하면서 마음도 편안해지는 이런 좋은 힐링이 어디에 또 있는가. 콜센터 모든 상담사에게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