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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땅콩이슈 조현아'로 짚은 증시正義論

오너일가 횡포 논란에도 한진칼·대한항공 주가 고공행진한 이유

이수영 기자 기자  2014.12.08 16: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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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이름이 8일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 창 상단을 장시간 점유했다. 견과류를 그릇에 내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승무원 사무장을 이륙 직전 쫓아내는 바람에 항공 스케줄을 지연시켜 이슈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라면상무' 사건으로 여론의 동정표를 받았던 대한항공은 이번엔 자사 부사장이자 오너의 딸에게 부메랑을 맞았고 해당 항공기에 동승했던 다른 고객들은 귀한 시간을 활주로에 낭비한 셈이 됐다.

조 부사장의 월권을 둘러싸고 비난이 빗발쳤지만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대한항공과 조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재직 중인 칼호텔네트워크에 대한 불매 주장이 줄을 이었음에도 조 부사장이 지분을 가진 한진칼(180640)은 전거래일 대비 2.61% 뛰었고 그가 소속된 대한항공(003490)은 3.94% 상승 마감했다.

오너일가의 횡포에 상당수 대중이 불쾌감을 드러냈지만 누군가는 이들 종목을 조용히 주워 담은 것이다.

미운 종목이 수익률은 더 좋은 아이러니는 비단 이번뿐 아니다. 최근 '대장균 시리얼' 파문에 휘말렸던 동서의 경우 매출 급감 우려에도 주가 급락세는 불과 1주일 만에 진정됐다.

동서는 동서식품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으며 대표적인 우량주로 꼽혀왔다. 회사는 사건이 처음 알려진 지난 10월13일 2만1950원에 거래를 마쳤고 4거래일 뒤인 17일에는 1만9500원까지 11.16% 급락했다.

하지만 곧바로 반등세를 타면서 같은 달 22일 2만2750원으로 뛰었고 지난 5일에는 2만3700원을 기록해 사건 이전 수준을 완전히 회복했다. 부도덕한 기업의 퇴출을 부르짖던 민심과는 정반대의 행보다.

작년 남양유업과 함께 '막말' 파문을 빚은 아모레퍼시픽은 아예 200만원 고지를 뚫고 '황제주' 지위까지 거머쥐었다. 올해 100만7000원에 거래를 시작했던 회사 주가는 올해 10월24일 장중 265만4000원까지 치달았고 지난 5일 247만6000원에 거래를 마쳐 올해에만 145.87%의 폭등세를 연출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주가 폭등으로 서경배 회장은 지난달 블룸버그가 선정한 '세계 200대 억만장자'에 이름을 올렸다. '물량 밀어내기'를 비롯해 대리점주의 피눈물로 쌓은 실적을 딛고 이룬 씁쓸한 성과였다.

도박과 술·담배, 무기와 섹스산업 관련 종목을 이른바 '죄악주'라 부른다. 반대로 환경과 사회공헌 비중이 높고 지배구조가 투명한 '착한기업'에 투자하는 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펀드도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기업이 주가도 더 좋아야 한다는 당위성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문제는 투자자의 눈으로 죄악주와 착한기업의 투자성과를 비교하면 죄악주가 훨씬 훌륭하다는 점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국내주식형 펀드 가운데 SRI 테마에 속하는 23개 상품(5일 기준) 중에서 1년 수익률이 플러스를 낸 상품은 7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수익률 1%를 넘긴 펀드는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증권자투자신탁(주식, C/1)' 단 한 개뿐이었고 나머지 6개는 모두 0%대에 그쳤다. 말 그대로 '돈에는 영혼이 없다'는 속언의 반증이다.

그러나 나쁜 물건과 서비스를 팔고 약자 위에 군림하는 미운 기업이 승승장구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우리 경제는 물론 사회를 좀먹을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부도독한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과 투자 철회가 기업의 경각심을 일깨울 수 있고 이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이 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 글로벌 경제전문지인 포춘(fortune)과 에티스피어(ETHISPHERE)는 매년 '일하기 좋은 회사(Best Companies to Work For)' '세계에서 가장 윤리적인 기업(World’s Most Ethical Companies)' '착한회사지수(Good Company Index·GCI)' 등을 측정해 발표한다. 

이들이 전하는 이 자료를 투자 지표로 활용하는 것도 착한기업의 지속 가능성에 주목하기 때문이다. 물론 소비자와 투자자는 속성 자체가 다르다. 다만 합리적으로 판단해 수익률을 따르더라도 가치관에 따라 일부 이익을 포기할 줄 아는 유연함이 시장을 한 단계 성숙시킬 밑거름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믿음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