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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통신요금인가제, 폐지거론 앞서 점검할 것은…

임혜현 기자 기자  2014.12.07 11:2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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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임경제] 최근 요금인가제 폐지 문제가 논의되고 있다. 휴대전화요금의 요금인가제는 통신 1위 사업자가 새 요금 상품을 내놓거나 요금을 올릴 때 정부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사를 내몰아 독점 시스템을 구축한 뒤 가격을 임의로 주무르는 상황을 막기 위한 규제 수단인 셈이다.

최근 요금인가제에 대한 손질 요구 목소리가 높은 것은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이하 단통법)이 새롭게 제정되면서 현행 법률 체계와 이 규제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이 요금인가제에 대한 불만은 이전부터 늘 존재해왔다. 이 제도가 자유로운 시장 경쟁에 도움이 안 된다는 본질적 의문을 갖고 바라보는 이들은 이전부터도 늘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

우리 통신시장, 특히 이동통신부문의 사정이 여전히 독과점 상황에서 별반 벗어나지 못하고 또 오히려 점유율 분배 고착화가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에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요금인가제 같은 규제가 있어 시장지배력과 얽힌 문제가 해결이 안 되는 게 아니라 그나마 이런 제도라도 있어서 최소한의 브레이크라도 걸린다고 평가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자유로운 경쟁이 가능하려면 시장이 완전경쟁까지는 아니어도 어느 정도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돼야 한다. 문제는 유선통신도 그렇지만 이동통신시장의 경우 여전히 시장진입에 문턱이 높고, 거대자본이 아니고서는 사실상 이 영역에 뛰어들어 세를 불리기 어렵다는 특수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 전제는 알뜰폰 사업자가 등장했다고 해서 좀처럼 5:3:2라는 SKT와 KT, LG유플러스의 점유율 고착화 구도가 깨지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해가 될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통법과의 체계 일원성 등 이론적 합목적성이나 정교성을 이유로 요금 인가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이상론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제도 손질이 불가피하다면 다른 방안으로 시장지배력 남용 가능성을 예방할 조치를 따로 만드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고 본다.

예를 들어 최원식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발의한 법안에는 시장지배력 보유사업자의 지정·고시 및 이를 심의하기 위한 공정경쟁심의위 설치나 시장지배력 남용 때 가중적인 제재 가능 등을 예정하고 있다. 

인위적으로 시장을 통제하는 것, 무엇보다 요금인가제처럼 강한 사전적 규율을 하는 것은 박 대통령의 규제완화 정책 기조와 어울리지 않지만, 90년대부터 이를 유지한 데는 그만큼 존재할 이유가 맹백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간과하면 안될 것이다.

부작용이나 전체 시스템상의 모순 혹은 불합리성이 발견된다 해도 다른 규제 대안을 확실히 마련하고 면밀히 점검한 뒤 제거하는 게 순리다. 단통법이 반쪽짜리로 출발했다가 결국 현재 표류하는 것만 봐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점은 분명히 파악할 수 있다.